美의 경제제재 풀고, 南과 경협 도모

北, 미국 유해 송환, 트럼프에 친서 보내 대북 제재 풀기 시도 남북장성급회담 궁극 목표는 ‘군축’과 ‘경협’…5ㆍ24조치 해제될 수도

7월 31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장성급회담에서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왼쪽 두번째)과 안익산 북측 수석대표가 악수하고 있다.(연합)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곧바로 답장을 써 싱가포르 첫 북미정상회담 이후 소원해진 북미관계에 변화를 전망케 한다.

7월 31일 판문점에서는 9차 남북장성급회담이 열렸다. 북한의 제의로 열린 장성급 회담은 공동보도문을 채택하지 못하고, 군사 분야에서 일정한 합의를 이뤘지만 내부적으는 ‘군축(軍縮)’ 등 중요 사안에 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이 비슷한 시기에 미국과 한국에 대담한 행보를 취한 데는 북한이 처한 대내외 상황과 관련있다.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 이후 전 세계의 대북 제재와 이에 따른 경제위기를 중국을 통해 간신히 넘긴 북한은 세계의 제재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대화에 나서고, 한국과는 경제 문제를 풀어가려고 한다.

북한의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한 투트랙(two-track) 전략의 함의를 짚어봤다.

北, ‘투트랙 전략’ 나온 배경은

북한이 상대하는 미국과 한국에 대한 전략 포인트는 분명하다. 미국과는 ‘핵문제’를 논하고, 한국과는 ‘경제(경협)’에 전력한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은 ‘북핵’에 집중돼 있다.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정상회담의 화두 역시 ‘북핵’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에 관해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그로 인해 국내 여러 곳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 실현을 위해 다방면의 카드를 활용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제재를 통해 우회적으로 북한을 압박, 핵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중국이 미국 등의 제재에 승복해 대신 북한을 핸들링하는 방식이다.

국제 정보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에 대해 무역 제재와 함께 ‘금융’을 통한 압박으로 시진핑 (習近平) 정부를 곤혹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북한에 대해 더 이상의 지원과 대변자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과의 핵문제 해결에서 종래보다 다소 양보하는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북한은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 이후 전 세계 제재로 경제난이 심화된 상황에서 남한을 탈출구로 삼아 손을 내밀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로 하고 여동생인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한국에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대북 제재 강경 입장을 의식해 선뜻 북한이 내민 손을 잡지 못하자 3월 25일 중국으로 달려가 대규모 식량 지원을 약속받았다.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은 3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북중관계를 발전시켜나갔고, 한국은 소외됐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미국 등의 압박이 강화되면서 중국의 대북 지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북한이 장성급회담을 제의하면서 우리 정부와 대화에 나선 것은 ‘중국 변수’와도 관련 있다.

북한, 미국에겐 대북제재 해제, 남한과는 경협이 목표

북한은 비핵화 후속협상이 답보 상태인 가운데 한국전 참전 미군유해 송환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는 등 ‘대화’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답장을 써 2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처럼 6ㆍ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소원해진 북미관계에 변화 조짐을 보이는 것은 북한과 트럼프 행정부가 처한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해 가장 바라는 것은 금융 제재를 비롯한 대북 경제제재 해제이다. 반면 미국은 ‘비핵화’가 최대 목표다. 그러나 미국이 바라는 비핵화, 즉 CVID에 대해 북한은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CVID)가 해결되지 않는 한 대북 제재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입장이 달라지지 않는 한 대북 제재는 지속될 전망이다.

북미 양측이 양보없는 힘겨루기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문제와 11월 중간선거가 고민이고, 북한은 대북 제재에 따른 경제위기가 최대 고민거리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친서나 미군 유해 송환은 경제제재를 풀기 위한 유화 제스처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답장 또한 북한과의 ‘빅 이벤트’를 통해 자신의 위기(탄핵)를 해결하고, 11월 중간선거 승리, 나아가 2020년 재집권을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중시하는 9ㆍ9절(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과 10ㆍ10절(노동당 창건일), 그리고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는 11월 이전에 북미 간에 모종의 ‘빅이벤트’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이 ‘빅 이벤트’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체제 보장과 함께 경제제재 해제가 최우선이다.

북한이 먼저 제의한 남북장성급회담의 궁극적 목적도 남북 간 ‘경제(경협)’와 관련 있다.

7월 31일 열린 9차 남북장성급회담에서 양측은 공동보도문은 채택하지 못하고 ▦비무장지대(DMZ) 유해 공동발굴, ▦DMZ내 GP(감시초소) 상호 시범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에 대해 합의를 봤다.

하지만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장성급회담에서 ‘군축(軍縮)’ 문제가 거론되고 남북 간 ‘경협’ 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이번 남북장성급회담은 북한이 먼저 제의했고, 북한이 원하는 바를 남한에 전하기 위해 열린 것”이라며 “군축과 경협이 주요 의제였던 것으로 안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북한은 핵ㆍ경제 병진정책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만큼 재래식 병력을 줄여 ‘경제일꾼’으로 전환하고, 이들을 경제분야에 활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노동당에서 경제 관련 일을 하던 노광철을 인민무력상에 임명한 것도 군 병력을 경제분야에 재배치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장차 남북 간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 군인력이 대거 투입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 친서를 보내고 남북장성급회담에 나선 것은 최대 현안인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트랙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 성과의 일환으로 남북경협을 가로막은 5ㆍ24조치가 해제될지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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