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해 '큰 선물' 받았나?…北, 러시아보다 미국과 대화 중시

12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제4차 동방경제포럼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할트마긴 바툴가 몽골 대통령 등과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연합)

김정은, 러시아 동방경제포럼 참석 건너 뛰고 2차 북미회담에 전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부터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고 있는 ‘동방경제포럼’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본래 김정은은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북핵에 대한 입장을 전 세계에 밝히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해제해줄 것을 호소하려 했지만 입장을 바꿨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가장 시급한 경제 문제, 특히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동방경제포럼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극동지역 개발을 목적으로 투자 유치와 주변국과의 경제협력 활성화를 위해 2015년부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매년 개최해 오고 있는 국제포럼이다. 4회째인 올해 포럼은 9월 11~13일 열린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방경제포럼 참석 여부는 북핵 이슈와 한반도를 둘러싼 관련국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초미의 관심사였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말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통해 전달한 친서에서 김 위원장의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요청했다. 하지만 북한은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의 동방경제포럼 참석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할 것인가에 대해 전망이 엇갈렸다. 국내 전문가들과 언론도 참석 가능성과 불참으로 각각 견해가 나뉘었다.

그러한 데는 러시아 정부와 언론의 상반된 입장과 보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7월 24일(현지시간) 러시아 크렘린궁은 “김정은 위원장이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할지에 대한 북한 측의 답변이 아직 없다”고 밝혀 ‘불참’ 쪽에 무게를 뒀다.

그런데 8월 15일(현지시간)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은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한반도 광복 73주년을 맞아 김정은 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낸 사실을 확인하며, 김 위원장의 동방경제포럼 참석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20일(현지시간) 크렘린궁이 “김정은 위원장이 내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은 이날 게재된 현지 유력 일간 ‘이즈베스티야’와 인터뷰에서 동방경제포럼 시기에 3차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린다는 보도를 거론하며 “김 위원장도 문재인 대통령도 러시아를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지는 8월 16일 ‘北 김정은 러시아 동방경제포럼 참석, 푸틴 만난다’ 제하의 기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본지는 북한 사정에 정통한 러시아 소식통을 통해 15일 ‘김정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동방경제포럼 참석 요청에 화답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8월말 9월초로 예상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평양방문 결과에 따라 김 위원장의 동방경제포럼 참석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획기적인 제안을 해 북한이 수용할 경우 김 위원장이 동방경제포럼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에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차 북미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여러 ‘가능성’이 사라졌다. 이는 오히려 김정은 위원장이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도 해석됐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취소된 것이 트러프 정부와 북한의 물밑 거래 결과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론 급격히 부상했다. 동시에 국제 정보관계자들 사이에선 미국이 북한에 ‘큰 선물’을 제시했거나 북한으로 들어가는 ‘큰 선물’을 눈감아준 게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굳이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 갈 이유가 없다. 미국을 상대해 ‘큰 선물’을 받거나 확보해두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과 북한의 움직임은 그러한 가능성을 의심케 한다. 국제 정보관계자들 사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를 앞두고 10월쯤 북한과 ‘빅 이벤트’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북한 역시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 행사가 중요하다. 이미 3차 남북정상회담이 9월 18∼20일 예정돼 있지만 미국을 상대로 큰 이득을 얻으려는 게 북한이다. 10월 10일 직전 미국과 북한의 ‘빅 이벤트’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다시말해 북한은 당분간 러시아보다는 미국과 거래하는 데 전력할 것이다. 베이징의 대북소식통은 “북한은 이제 러시아보다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김정은이 동방경제포럼을 건너 뛰고 트럼프 대통령과 2차 북미정상회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큰 떡’이 러시아와의 신의ㆍ명분보다 중요시되는 게 요즘의 북한 현실이라고 소식통은 전해왔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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