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3선거 책임론…다소 이르다’ VS ‘확실한 이념 지닌 리더십 필요’
일부 언론을 통해 잠재적 당권주자로 비박(비박근혜)계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나경원ㆍ정우택 등 중진의원들의 이름까지 오르내리고 있는 가운데, 홍 전 대표를 향한 이들의 직ㆍ간접적 견제는 불가피한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실제 지난 4일 나경원 의원은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홍 전 대표의 정계복귀설과 관련 “지난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ㆍ분석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벌써 복귀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 조금 빠르지 않느냐”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나 의원은 당시 “당명 개정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실질적으로 당명만 바꾼다고 정당이 새로워지진 않지만, 그럼에도 우리 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너무 많기 때문에,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홍 전 대표의 정계복귀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당명인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2월 13일 홍준표 당시 대표가 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당권경쟁과 연관을 짓지 않아도, 홍 전 대표의 정계복귀에 부정적인 당내 여론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9일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주변에선) 복귀 자체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예상보다 복귀가 이르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홍 전 대표의 정계복귀 시사와 관련해서는 당 밖에서도 주로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른바 ‘올드보이들의 당권도전’에 대해 “홍 전 대표는 가던 길을 멈추어 되돌아섰고, 김무성 전 대표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했다”며 “상처뿐인 영광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3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홍 전 대표는 (당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에 나가면 자연스럽게 소멸할 것”이라며 “그냥 불명예 정계 은퇴할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비핵화ㆍ경제문제 등에서 선명한 이념대립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켰던 홍 전 대표는 최근 정부여당의 지지율 하락세에도 별다른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7~31일 전국 성인 남녀 2507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ㆍ이하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홍 전 대표는 보수층(487명, 표본오차 ±4.4%p)에서 6.9%로 5위, 중도층(943명, ±3.2%p)에서도 6.1%로 5위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홍 전 대표가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을 정도로 향후 큰 반전이 있을 확률은 많지 않다”고 전망했다.
신 교수는 “홍 전 대표가 돌아와 강한 발언을 하면, 오히려 문재인정부가 다시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며 “홍 전 대표 체제를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6ㆍ13지방선거 투표 결과에서 이미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이어 “국민들이 문재인정부에 대한 지지를 접는다고 해서 ‘극우적인 발언’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보수층뿐 아니라, 중도층에서도 홍 전 대표가 5위를 차지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다만 홍 전 대표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출범한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눈에 띄는 혁신, 인적 청산 등을 보여주지 못하고,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홍 전 대표에게 긍정적인 요인으로 해석된다. 또한 직접적으로 홍 전 대표를 거론하진 않지만, 한국당에 확실한 이념을 지닌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없지는 않다.
6ㆍ13지방선거에서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경우 ‘강한 야당’의 필요성을 강조, 상대적으로 온건적 이미지를 내세운 김병준 비대위 체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김 전 지사는 지난 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홍 전 대표의 복귀시점을 두고 ‘다소 이르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에 대해 “빠르거나 늦는 것은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며, 사실상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전 지사는 ‘한국당에 필요한 당대표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한국당 당대표로 확실한 좌파 체제전복세력과 투쟁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할 수 있는 체제수호 투쟁을 선명하게 확실히 이끌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는 18일부터 사흘간 평양에서 예정된 3차 남북정상회담 성과도 특히 비핵화 문제에서 강성발언을 이어 온 홍 전 대표의 정계복귀 성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권에선 정상회담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에도 홍 전 대표의 반사이익을 장담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북한문제에서는 홍 전 대표뿐 아니라, 한국당 차원에서도 꾸준히 ‘한미동맹’과 ‘국제사회 공조’를 우선하며,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이다.
김동용 데일리한국 기자 dy0728@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