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투리만 잡히면 무조건 “나와라” VS 갖가지 사유로 “못 나간다” 버티기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가 진행됐다.<사진=한경석 기자 >
국회 국정감사가 10월 10일부터 29일까지 20일간 대한민국 헌법 제61조, 국회법 제127조 및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진행 중이다. 국정감사는 국정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2019년도 예산안 심사에 도움이 되도록 하며, 나아가 국정에 대한 감시, 비판을 통해 잘못된 부분을 적발하고 시정하는 등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행정부에 대한 견제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그렇다면 국회 상임위원회별 국정감사에 증인 및 참고인으로 채택된 주요 대기업 인사들은 누가 있을까. 해당 기업 인사가 국회에 불려간 이유, 각 기업들의 입장, 그간 있었던 대기업들의 불공정 관행, 갑질 논란에 대한 개별 사안도 짚어본다.

국회 국정감사는 국회운영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정무위원회를 비롯한 총 17개의 상임위원회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을 감사위원으로 두고 진행되고 있다. 국무조정실, 공정거래위원회 등 국가기관부터 한국산업은행, 예금보험공사와 같은 공공기관까지 국정감사 대상 기관에 해당되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주요 대기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상임위원회별로 국회의 부름을 받은 일반증인 및 참고인 명단을 보면, 정무위원회에서는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 박현종 BHC 회장, 임병용 GS건설 대표, 박상신 대림산업 건설부문 대표,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당초 예정됐던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 윤호영 카카오뱅크 은행장은 이들을 증인으로 신청한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 전략을 수정함에 따라 해당 요청을 철회하면서 증인 명단에서 제외됐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이동통신 3사의 수장들과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대거 불출석 사유서를 낸 가운데 황창규 KT 회장만이 10일 정부과천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더불어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는 13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단에 합류하면서 불출석 의사를 전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1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참석해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응답했다. 브랜든 윤 애플코리아 대표,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 데미안 여관 야오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는 국내에서의 세금 회피 의혹과 관련해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게임업계와 관련된 질의를 위해 18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출석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정승인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대표, 조윤성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GS25) 대표, 박길연 하림 대표가 증인으로 채택된 가운데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10일 예정됐던 국정감사에 불참했다. 반면에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12일 국회에 출석했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사고 피해와 관련해 김철 SK디스커버리 대표, 이운규 애경산업 대표 등을 기업인 증인으로 채택한 상태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지난 10일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이 불발된 가운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관련 민간기업의 기부실적 저조와 관련해 5대 그룹 대표급들을 호출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주은기 삼성전자 부사장, 서경석 현대자동차 그룹 전무, 장동현 SK 대표이사 사장, 이시용 LG전자 구매경영센터장, 이종현 롯데지주 전무 등 주요 기업 대표들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각 기업에 농어촌상생기금 출연을 요구했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황창규 KT 회장(왼쪽)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 증인들이 10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답변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
이동통신 3사 CEO 중 황창규 KT 회장만 출석

앞서 언급한 국정감사 대상 대기업 가운데 이동통신 3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대표들이 10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들은 국내외 단말기 가격 차이, 이동통신 유통 구조 등 이동통신 사업과 관련된 다양한 질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가운데 황창규 KT 회장만이 국정감사에 참석한 가운데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10일 국정감사에는 박정호 대표가 해외 투자설명회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며 "나가게 되면 성실히 답변 드릴 것이고, 국회의원들로부터 어떤 질문이 올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답변할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도 모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했고, 스마트폰 '갤럭시A' 신제품 출시로 인한 말레이시아 일정, 스마트폰 'V40 씽큐' 출시 관련 행사로 각각 불출석 사유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 역시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았다면 국정감사에 임했을 것"이라며 "불출석 사유서에 나와 있듯 신제품 행사로 인해 국회에 나가지 못했다"고 입장을 덧붙였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도 10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경제사절단에 포함되며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이와 반대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예정대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카카오와 다음 합병 당시 2조 8000억 원 규모를 횡령했다는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의혹제기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1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의 "횡령 혐의 고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상장사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사익을 취할 수 없는 구조"라며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브랜든 윤 애플코리아 영업대표와 데미안 여관 야오 페이스북코리아 대표, 존리 구글코리아 사장 등도 10일 국정감사에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세금 회피 문제에 대해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질의를 받았다. 특히 존 리 사장은 데이터 서버를 국내에 설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데이터 서버 설치는 다양한 요소로 결정한다"며 "최상의 성능을 서비스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결정한다.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데미안 여관 야오 페이스북코리아 대표 역시 국내 매출액과 순이익에 대해 질문을 받고 "알지 못한다. 영업기밀이기 때문에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 12일 국정감사 끝내 불출석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결국 불출석했다. 노동조합에 가입된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노조 탈퇴를 요구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등 노조를 탄압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그는 앞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인정되지 않았고 끝내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또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편의점 가맹점주의 최저수익 보장과 관련해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 조윤성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손동연 인프라코어 회장은 12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납품단가를 낮출 목적으로 중소기업의 기술을 다른 업체에 빼돌린 혐의로 수억 원의 과징금을 물고 검찰 수사를 받은 사실에 대해 질의를 받았다.


<박스>배달 앱 소상공인 수수료 문제도 국정감사 대상

26일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특허청의 종합 국정감사가 진행된다. 이날은 '요기요', '배달통' 앱으로 대표되는 알지피코리아의 강신봉 대표와, '배달의 민족' 앱으로 대표되는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대표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증인 출석을 요구한 위원은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정우택 자유한국당,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의 소상공인 수수료 문제는 일시적으로 제기됐던 문제가 아니다. 2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최근 발간한 '배달 앱 문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협회는 가맹점에 광고비, 수수료가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기위는 강신봉 알지피코리아대표(요기요)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대표를 오는 26일 종합국감 증인으로 소환해 소상공인 수수료 정책 등에 대해 질의할 예정이다. 알지피코리아의 입장은 처음 임하는 국회 국정감사에 대해 "요청하는 바에 귀 기울이겠다"는 입장이었다. 첫 국정감사와 관련해 알지피코리아 관계자는 "소상공인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 개선을 위해 힘쓰겠다"며 "수수료가 높다고 생각하는 질문에 대해 성실히 답변하겠다.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한편으로는 당사 측이 배달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15조 원 이상의 시장을 만드는 데에 힘썼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더불어 "배달시장 성장의 동력이 됐다"며 "어떻게 하면 소상공인과 함께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해 방법을 생각해보고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현장에서 어떠한 질의라도 충실히 답변드리겠다"며 "배달 앱 때문에 소상공인들이 힘들다는 주장이 있는데 정작 배달 앱으로 인해 생긴 장점에 대해서는 강조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앞서 배달 앱에 대해 제기된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 언급했다.



한경석 기자 hanks3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