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잠룡들 누가 오를 것인가 …이낙연ㆍ박원순 선두권, 잠재 후보 다수

왼쪽부터 이낙연 국무총리, 박원순 서울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유시민 전 장관이 노무현재단 이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범여권 대권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의 큰 관심을 받는 유시민 이사장과 더불어 차기 여권 잠룡들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그들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2년차이고, 20대 대선이 2022년으로 아직 차기주자를 논하기는 이르나 새 인물군 수혈로 3년째를 맞는 내년부터는 잠룡들의 대권 행보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총리 선두…박원순 추격

이낙연 총리는 최근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지키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차기대선후보 선호도 월례조사 결과, 이 총리는 여야 잠룡을 막론하고 1위를 기록했다.

5일 ‘리얼미터’ 조사 결과 이 총리가 14.6%로 가장 높았다. 여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11.7%로 2위였고, 김경수 경남도지사(9.5%),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8.0%), 이재명 경기도지사(7.4%) 순이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3.7%),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3.3%), 민주당 송영길 의원(3.1%), 추미애 전 대표(3.1%)가 뒤를 이었다.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지난달 26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 총리는 13.2%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김경수 경남도지사(11.1%), 박원순 서울특별시장(8.5%), 이재명 경기도지사(7.2%) 순이었다.

이 총리는 호남출신으로 호남지역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데다 국정 현안의 주요 현장을 방문하는 등 민생 행보를 강화하면서 지지율을 높이고 있다. 각종 현안에 발빠른 대응을 하며 국정운영에서 안정감을 보이는 것이 이 총리의 최대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소통’ 이미지도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활용해 대국민 소통 창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 총리는 매주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으로 국정 주요 현안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 나누는 등 문재인 대통령과 좋은 호흡을 보이고 있다. 그는 21년의 신문기자 경력, 4선 국회의원, 전남지사 등 의정, 행정까지 두루 지낸 경력자로 평가받는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 총리가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것이 개인 역량 때문이기도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높은 지지율 덕을 보는 만큼 총리 이후에 대선 주자로 어떤 행보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낙연 총리에 이어 범여권 대권주자 2위로 평가받는다. 박 시장은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워 서울을 넘어 전국을 겨냥하고 있다. 박 시장은 다른 지역과의 소통을 대폭 늘리며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장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전략이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당ㆍ청 경력이 있는 인사를 서울시로 끌어들이기도 했다.박 시장은 지난 9월 정부의 방북명단에 최문순 강원지사와 함께 유이하게 포함됐다. 문 대통령 수행단에 포함된 것 자체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평가다.

반면 박 시장은 여의도, 용산 개발 발언으로 서울지역 부동산 폭등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한 몸에 받았다. 또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문제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소통령’이라는 서울시장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박 시장이 어떤 행보로 대권에 다가갈지 주목된다.

현재보다 장래가 더 주목받는 잠룡들

몇몇 대선후보 관련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총리와 박원순 서울시장에 밀리나 오히려 잠재력을 평가받는 잠룡들도 있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선전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추락으로 유력한 여권 후보로 부상했으나 최근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여배우 스캔들, 혜경궁김씨 트위터 계정주 논란,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등 쏟아지는 의혹 공세를 받고 있다. 정치적으로 적잖은 치명상을 입어 일각에선 대권행보에 큰 차질이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지사는 도정에 집중하겠다며 정면돌파 선언하고 있다. 도정의 실질적인 정책으로 승부를 건다는 것이다. 지난 16일엔 아주대 병원에서 까만점 의혹을 자진해서 검증하기도 했다. 의혹이 해소되면 유리한 여론이 재형성될 수 있고, 이 지사의 대권행보에도 다시 힘이 실릴 수도 있다는 평가다. 이 지사는 도정 출범과 함께 ‘통일부지사’를 신설해 대북관계에서 성과를 내려고 한다. 경기도가 북한과 가장 넓게 마주하고 있고 개성공단과도 관계가 깊어 남북관계에서 일정한 성과를 낸다면 대권 주자로 두드러질 수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민주당의 불모지로 불리는 경상남도에서 민주당 출신으로 당선됐다. 이 일로 단숨에 대권 잠룡 반열에 올라서는 계기가 됐다. 김 지사는 야권의 드루킹 사건 연루 의혹과 관련한 엄청난 공세를 잘 막아내면서 결국 당선됐다. 잠룡으로서의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김 지사는 단단하던 지역주의를 무너뜨렸다는 상징성도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여권 불모지인 대구ㆍ경북(TK)에서 자리를 잡았고, 차기 대선의 킹메이커인 이해찬 대표와 가깝다는 점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정치 전문가들이여권 잠룡 중 김 장관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 실제 김 장관이 차기 대선에 여권 대선후보가 될 경우 TK표를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결과를 이뤄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해찬 대표와 서울대ㆍ운동권 선후배로 관계가 돈독하고 재야와 관계가 좋은 것도 김 장관의 장점이다. 다만 당내 기반이 약한 것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청와대의 실세로 평가받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최근 방북일정 등을 진두지휘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 실장이 청와대 외의 정치권에서 홀로서기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남아있다. 그가 정치적 외연을 확장하고 홀로서기의 본격 행보를 보인다면 대권 잠룡 후보로 경쟁력을 보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