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지난 5일 인터뷰에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혁신의 핵심은 새로운 꿈과 비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이혜영 기자 )
자유한국당의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출범한지 100여일이 지났다. ‘통합’과 ‘혁신’을 기치로 ‘보수 재건’이라는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받은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나름의 성과도 거뒀지만 아직 지지부진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인적 쇄신을 위한 카드로 전원책 변호사를 불러들였지만 오히려 당내 갈등을 야기하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의 본격적인 보수혁신 작업이 초반부터 위기를 맞으면서 당 지지율은 답보상태다. 말 그대로 자유한국당은 ‘비상’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김병준호’가 당을 얼마나 쇄신하고 보수 통합의 중심이 될 수 있는지, 또한 제1 야당으로서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고 협치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지 등을 들어보기 위해 5일 국회 비대원장실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 오늘 초월회(여야 5당 대표가 매달 초 각 당의 이념을 초월해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 오찬이있었는데 무슨 얘기를 했는가?

“ ‘윤창호법’을 연내 통과해야 한다고 했다. 또 판문점 선언은 철회가 낫다는 의견을 냈고, 남북고위급회담도 내려와서 하자 등등을 논의했다.”

- 비대위원장에 취임한지 100여일이 지났는데, 그동안 강조한 ‘통합’과 ‘혁신’의 성과는 어떻게 보는가.

“통합이라는 부문에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고, 혁신은 여전히 앞으로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더 역점을 두는 것은 통합과 계파갈등을 줄이는 일이다. 이 부분에 역점을 두고 통합과 관련된 것을 추진했는데 그것은 자유한국당의 새로운 꿈과 비전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당이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 바로 통합이다. 꿈을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지난 100일간의 작업이 그것이었다면 당협위원장 사표 일괄처리, 당의 여러 가지 당원의 권리 강화, 공천제도를 개선한다든지 개혁작업, 혁신작업은 인적쇄신과 더불어 당내 혁신작업과 함께 시작되고 있다.”

- 한국당의 새로운 꿈, 비전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다. 경제문제와 남북관계를 비롯한 통합문제다. 이것은 현 한국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사안인데 우선 경제에 관한 꿈은 이것이다. 정부여당은 소득주도성장의 분배이론 중심의 비전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틀렸다고 본다. 오히려 진짜 성장다운 성장을 해야 한다. 제대로 된 경제성장을 하려면 대한민국 국민을 뛰게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의 생각은 그것이 아니다. 정부여당은 국민을 규제하고 감독하고 보호하고 가르치려 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낸 대단한 국민이다. 정부보다 더 잘난 국민을 뛰게 해야 한다. 뛰게 하려면 규제도 풀어야 하고 뛸 발판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아닌 국민이 앞장서서 새로운 성장의 불을 댕겨줘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꿈이다.”

-남북관계, 통합문제는.

“평화도 마찬가지다. 평화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평화가 궁극적인 목표다. 다만 지금 정부여당이 가는 길과는 다르다. 평화로 가는 길은 쉽지 않고, 평화라는 것이 고속도로처럼 달리면 도착하는 것이 아니다.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없이 그냥 달리면 안된다. 북한과 경협을 하자고 하는데 과연 국민들이 감당할만한 수준의 경협을 하자는 것인지, 북핵은 진짜 없어질 것인지 하나하나를 봐야지 않겠는가. 평화를 향해 과속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남북간 자본이 마음껏 이동한다고 하면 남쪽의 제조업이 옮겨갈 것이다. 남쪽의 한계 제조업이 모두 북으로 갈 것인데 남쪽 노동자는 어떻게 하나. 거기에 대비해서 산업구조가 바뀌어야 하고 신성장산업을 발굴해야 하는데 그것에 대해 한 마디도 없다. 남북관계가 제대로 돼서 물자가 다 왔다갔다해도 우리의 산업구조는 어떻게 되는 건가. 그래서 우리 나름대로의 평화로드맵을 만들고 있고 내놓을 것이다. 산업구조까지는 아니어도 속도는 어느 정도로 조절하고 어떻게 가야할지에 대해 발표할 것이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과 남북관계 과속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이혜영 기자 )
- 한국당의 꿈이 이러하고, 통합과 혁신을 얘기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의 지지는 답보상태다.

“당의 틀이 바뀌는 모습을 못 보여준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그대로인데다 국민들이 잘 모르는 부분도 있고, 그분들의 생각이 바뀌었는지를 잘 모른다. 그런 인식과 과거의 잘못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자유한국당 자체를 안 쳐다보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답보상태이지만 갤럽조사를 보면 그래도 조금 올랐다. 리얼미터를 보면 지지율이 20% 초반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안된다. 지금까지 비전 작업들이 국민들의 눈에 구체적으로 보여야 한다. 이제 인적쇄신작업이 당협위원장들 일괄사표 받아서 가고 있고 조금씩 달라질 모습이 보일 것이다. 결국은 다음 선거 앞두고 공천과정에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 최근 나온 자유한국당 용역보고서 ‘한국 보수정당의 위기와 재건’에 따르면 보수세력의 근본적인 재구성을 위해서는 총체적 난국의 실질적 원인이 된 인물을 교체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한국당의 인적청산에 대한 입장은.

“여론을 보면 인적청산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들은 인적청산이 제일 쉬운 정치라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사람 몇몇 바꾼다고 인적청산이 되는 게 아니다. 민주당의 경우 과거 김종인 위원장이 들어와 인적쇄신을 했다고 하지만 실제 그렇게 됐나. 당시 물러난 이해찬 전 의원은 당 대표가 돼 다시 돌아왔고, 다른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을 내부적으로 보면 바뀐 것이 별로 없다. 인적청산은 구조적으로, 개혁작업으로 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탄핵이라는 총체적 난국에 이르는데 책임 있는 인사들 다수가 그대로 있고, 쇄신에도 소극적이다. 한국당의 변화는 요원하다는 게 국민들 생각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우리당의 꿈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인적쇄신을 할 것인데 일부는 나갔거나 2선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안 차는 것이다. 더 처절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알고 있는데 이번 비대위에서는 다 정리를 못한다. 공천권이 없고 현역의원을 몇 명 출당시킨다는 것도 어렵게 됐다. 120석은 있어야 의안상정을 막을 수 있고, 여기에 플러스 알파해서 겨우 막을 판인데 이사람 저사람을 출당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1차 인적쇄신을 하고, 2차는 공천과정에서 한 번 더 이뤄질 것이다.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지도부가 누가 들어서든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과감한 공천혁명을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3차다. “

- 탄핵문제는 당내 통합은 물론, 범보수대통합, 국민의 자유한국당에 대한 지지와도 관련해 매우 중요한데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끝장토론을 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토론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가서 상처가 아물거나 새로운 것을 끌어당기는 구심력, 즉 꿈이 생겨야지 끝장토론을 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토론=평화라고 하는 등식은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성립되지 않는다. 탄핵 문제를 논의할 시점이 있고 환경이 있다. 그것을 계속 보고 있다.”

- 범보수대통합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여러 정당과 세력이 통합해 하나의 정당 안에 모이는 게 아니라. 같은 꿈과 비전을 가진 정당과 세력이 커뮤니티와 네트워크를 형성해 그 전체가 연결되는 구조로 가자는 것이다. 태극기부대와 유승민 의원이 하나로 묶어질 수 있겠나. 범보수라는 세력이 진보와 문재인정부의 잘못에 대한 공통의 인식만 갖고 있고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으면 된다. 자유한국당은 그 네트워크의 중심성을 갖겠다는 것이다. 언론에서 그것을 정치의 새로운 방정식이라고 하지만 아니다. 민주당이 어떻게 조직돼 있나 보면 진보 시민단체와 연대하고 심지어 정의당까지 해서 범진보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우파네트워크는 각기 분열됐다. 범보수 네트워크가 바로 범보수대통합이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범보수대통합에 대해 당 대 당 통합 형태가 아니라 공동의 목표 하에 보수진영이 네트워크화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이혜영 기자 )
-태극기부대도 범보수 네트워크에 포용될 수 있나.

“국가안보에 있어서 강한 신념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다. 또 미래의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가야 하느냐, 다시 한 번 세계중심으로 가야지 않는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국이 다시 뛰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다. 태극기부대에 몸 담고 있는 분들의 생각이 다 같지 않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과속하는 남북관계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런 이슈에서는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진보의 잘못된 패러다임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태극기부대는 그러한 네트워크에 한 일원이 되는 것이다. 전부 당원으로 끌어들이고 그쪽을 공천해서 중심세력으로 끌어들이자는 게 아니다.”

-태극기부대를 포용하면 바른미래당과의 연대를 포함해 범보수통합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범보수 모든 세력을 한 그릇에 담는다면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과도하게 진행하는 것이나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는 것과 같이 함께 갈 부분은 네트워크로 공유하자는 것이다.”

- 남북관계에 대해 정부의 ‘과속’을 지적을 했는데, 한국당은 안보프레임에 갇혔다는 지적이 있다.

“과거엔 그랬다. 평화를 위해서는 두 개의 기준이 있다. 하나는 튼튼한 국방력과 동맹체제를 비롯한 우방과의 노력이다. 다른 하나는 협상과 대화다. 이 두 가지가 같이 작동할 때 당당한 평화를 이룰 수 있다. 과거 자유한국당은 1번만 강조했고, 후자는 닫았다. 지금 정부는 앞쪽은 무시하고 대화와 협상만 가져간다. 자유한국당은 두 개의 축이 같이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국방력과 제어력만 강조했던 것을 벗어나서 대화와 타협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무조건 제재만 하면 된다는 프레임은 없다.”

- 전원책 변호사의 역할과 권한은 어디까지인가. 영입 후 당이 시끄러운데.

“ 전원책 변호사가 이야기한 것은 조직강화특위 위원으로서의 자기영역을 설명한 것도 있고, 조강특위 권한 범위를 넘는 일반적인 부분도 설명한 것도 있는데 일반적인 부분은 사견으로서 당의 애정을 드러내는 것이다. 조강특위 안에서의 발언은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나머지는 당에 대한 애정의 표현으로 어드바이서 정도로 받아들이면 무리가 없다. 조강특위가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됐는데 조강특위에서 1차적인 작업을 하면 비대위에서 최종 결정을 할 것이다.”

- 당내 계파 갈등문제는 여전해 보인다.

“모든 정치에는 파쟁과 계파가 있다. 그 계파가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 국가를 위한 정책을 갖고 다퉈야 한다. 문재인정부에 대해 공동으로 싸워야 하고, 그러다보면 서로 아물 것이다. 계파 자체를 없앨 수는 없기에 정책 쪽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당내 계파성은 많이 옅어졌다. 외부에서 보는 만큼 심각하지 않다.”

- 지난 1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모두가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포용국가론’을 언급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문 대통령의 국정을 보면 북한으로만 포용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혁신성장은 무엇을 혁신한다는지 알 수 없다. 소득주소성장밖에 안 보인다. 글로벌체제에 맞지 않는 선업구조 개혁하고, 후진적 금융제도, 금융자본을 혁신해야 하는데 없다. 중소기업 노동자를 지속 근로자로 만드는 그런 혁신작업도 없다. 자본과 노동, 산업구조 등에 대해서 말도 없다. 이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혁신은 안보이고 분배만 나온다. 말도 안 되는 분배정책이지 않나. 소득주도성장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내수만 돌아가면 안 된다. 우리는 수출주도형 국가다. 이런 부분에서 개념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혁신도 안보이고 포용도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사람을 포용하겠다면서 소상공인들을 길거리로 내모나. 그들은 국민이 아닌가. 그들을 왜 포용 못하나.”

- 내년 2월로 예상되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전대까지 비대위 체제의 자유한국당이 얼마나 변하고, 전대 후의 모습이 궁금하다.

“당의 쇄신 작업은 계속된다. 현역도 포함되겠지만 국민이 원하는 폭만큼 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생각컨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현역부분은 공천부분으로 크게 남아있다. 이번이 끝이 아니다. 계속 가야 한다. 전대를 기점으로 비대위는 끝이 나겠지만 당의 혁신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다음지도부에 과제를 넘길 것이다.”

- 비대위원장 이후의 거취와 역할을 놓고 당대표 출마설, 대권도전설 등 여러 얘기가 있다.

“(웃음)내가 그런 큰 인물이라 생각하지 않고 있다.”

박종진 기자, 천현빈 기자 , 사진=이혜영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