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대세’는 보수 채널... 본격적 ‘대전’ 준비하는 진보 채널들
보수 유튜브 채널 ‘정규재TV’, ‘황장수의 뉴스브리핑’ 약 30만명 구독자
‘진보 채널’ 속속 등장… 정봉주의 ‘BJ TV’, 손혜원의 ‘마포을(乙 )손혜원’ 인기
보수 유튜브 채널 압도적…진보정권 시대 새 활로
황장수 대표는 대표적인 보수 인사로 과거 여러 방송 매체에 출연했다. 시사평론가로 방송에 출연했지만 마음껏 소신발언을 하기 쉽지 않았다. 황 대표는 “박근혜 정부 시절 방송에서 정부 비판적인 발언을 하자 관련 방송 매체의 출연이 막혔다”고 말했다. 방송에 계속 출연하려면 표현의 자유도 스스로 제한해야 하는 환경이었다. 황 대표는 방송에 출연하지 않으면서도 독자적인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자 했다. 황 대표는 “애초에 혼자서 1인 방송을 하려면 자유롭고 안정적인 플랫폼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유튜브”였다고 회상했다.
‘황장수의 뉴스브리핑’은 개설 초기부터 하루에 5개 정도의 아이템을 올렸다. 구독자가 만 명이 채워지기까지 2년이 걸렸다. 황 대표는 ‘처음에 이걸 계속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황장수의 뉴스브리핑’은 탄핵과 같은 민감한 이슈에서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옳은 일’이었다는 일관적인 주장을 해왔다. 그러자 회원이 대거 이탈하면서 수익도 대폭 줄어들게 됐다.
하지만 황 대표는 “제대로 된 보수를 보여주기 위해 잘못된 대기업 비판도 꾸준히 하고 원칙적이고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보수의 기득권층을 비판하다보니 태극기 부대나 박근혜 프리미엄도 없어졌다. 지금은 한국당도 비판하고 문 정부도 비판하고, 좌파도 비판한다. 그러다 보니 특정한 지지층을 확보하기 어려워졌지만 ‘보편성’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1인 방송이 갖기 힘든 보편성과 많은 회원 수가 확보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황 대표는 “상업주의나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언론은 없다고 본다”며 “언론사의 정치적 포지션 때문이라든지 정권의 눈치 때문에 할 말을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는 정부 눈치를 보고, 특정 대기업에 대해서도 비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황 대표가 과거 방송 매체에 계속 출연하면서 느꼈던 것은 ‘할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유튜브 플랫폼의 ‘황장수의 뉴스브리핑’에서 할 말을 가감 없이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은 유튜브 채널을 가짜뉴스로 지목하고 비난하기도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가짜뉴스’발언에 대해 황 대표는 “정부가 가짜뉴스라고 공격하지만 우리 ‘황장수의 뉴스브리핑’을 근거를 들어 제대로 비판한 적을 보지 못했다”면서 “팩트에 기반해서 일관된 주장을 펼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황 대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탄핵 이슈에 대한 생각이 똑같고, 외부의 눈치 없이 보수 정치에 대한 비판과 대기업 비판도 일관되게 가한다. 그는 ‘황장수의 뉴스브리핑’에 대해 원칙을 견지하고 이슈를 예측할 때도 객관적으로 진단한다고 말한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예측력은 상당히 정확한 편이라고 자신했다.
유튜브 채널은 유통자와 소비자 간의 즉각적인 소통을 할 수 있다. 댓글을 일일이 확인한다는 황 대표는 “대중들이 댓글에 의해서 순간순간 선동되는 경우가 있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나 의견이 나올 때는 ‘아 대중이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도 느낀다”고 말했다. 소통이 원활하고 일대일로 주고 받는 구조다 보니 유튜브 채널이 갖는 파급력도 상당하다.
유튜브 채널이 갖는 정치적 파급력은 얼마나 될까. 실제적인 사례를 묻는 질문에 황 대표는 “보수 층에서는 미국 대통령을 욕하면 굉장한 욕을 먹는다”면서 “난 반미주의자도 아니고 객관적인 사실과 국익을 따져 트럼프가 잘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독자들이 이에 대해 호응하고 합리적인 비판을 가하는 것을 보면 보수층에서도 굉장한 파급력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언론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유튜브 채널의 인기가 높아졌다. 그러다보니 보수논객들을 중심으로 많은 유튜브 채널이 생겨났고 진보 채널도 서서히 등장하고 있다. 인지도 높은 진보논객 중 한 명인 정봉주 전 의원은 ‘BJ TV’를 개설했다. 정 전 의원은 지난달 25일 영상을 통해 본격적인 유튜브 개설을 알렸다.
그는 ‘전국구에서 BJ TV’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팟캐스트를 통해 여러분들과 소통하던 시대를 뛰어넘어 이제는 BJ TV로 여러분들을 뵙게 됐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거친 단어를 섞어가며 “최근 이른바 보수 진영의 0000들이 유튜브를 제패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BJ TV가 유튜브 세계를 점령하기 위해 출범한다”고 말했다. 현재 BJ TV의 구독자 수는 약 4만 명 정도다. 진보논객 중에서도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유튜브에 보수 채널이 주류로 자리 잡은 이유에 대해 “보수 채널에 대응하기 위해 진보 진영이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으나 ‘우후죽순’인 모양새”라며 “세가 집중되지 않고 흩어지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진보 진영의 약진이 현재는 미미하지만 점점 누적된다면 향후 보수 채널만큼 독자수도 많아지고 파급력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전 의원은 “그때 가면 제대로 된 유튜브 전쟁이 불붙을 것”이라며 “그 시기는 2020 총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유튜버가 힘을 받는 만큼 진보 진영의 지속적인 대응이 결국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예상 했다.
정 전 의원은 유튜브 플랫폼에 대해 “날것 그대로의 짜릿함이 있다”며 “정제된 표현을 해야 하는 방송에 비해 유튜브는 속시원한 발언과 형식으로 재미와 시사를 동시에 잡는다”고 말했다. 1인 방송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권 교체에 따른 반사효과도 있겠지만 이미 SNS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튜브 플랫폼을 두고 가짜뉴스라는 정부의 비판에 대해 정 전 의원은 “양날의 검과 같다”며 “그럼에도 대세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짜뉴스로 지정하고 법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 제도화되면 이에 따른 논쟁과 법적 분쟁은 상당히 커질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정봉주 전 의원은 향후 ‘BJ TV’ 운영에 대해 “연내 15만~30만 명을 넘기겠다는 목표”라며 “앞으로 100만 명이 넘는다면 예능적 요소도 가미해 방송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치나 시사를 재미있게 적용해 20대 등 젊은 소비층을 확보하겠다는 심산이다.
그 외에도 ‘정청래 TV떴다!’는 약 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실제 뉴스 중계, 이동 중계, 정치 논평 등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콘텐츠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현역 정치인들의 1인 방송에서도 보수 의원들의 ‘세’가 더 강하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지 약 3달 만에 3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고,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의 ‘전희경의 자유의 힘’은 구독자 수가 약 4만 명에 달한다.
유튜브에 보수논객들이 많은 이유에 대해 황 대표는 “현 집권 세력에 대한 저항심리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진보정당이 권력을 차지하면서 기성 언론에서의 신랄한 비판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판단했다”며 “기존의 매체에서 비슷한 소리를 하다보니 뭔가 새로운 목소리를 찾아 유튜브 채널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과거 보수정권 시절에는 현재의 진보논객들이 1인 방송 플랫폼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이미 기성 언론에 진출해 뉴스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일종의 반대 현상이 펼쳐졌다.
황 대표는 “현 야권이 향후 집권하더라도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계속 비판해야 한다”면서 “유튜브 채널이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권력에 붙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방법이야말로 1인 방송 플랫폼이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현재 ‘황장수의 뉴스브리핑’은 한 달에 3만 명 안팎으로 구독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월 8만 명을 시작으로 지금은 약 27만 명이 구독하고 있다. 황 대표는 연말에 3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독자가 증가할수록 파급력도 커진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자 정부는 유튜브 채널을 가짜뉴스로 지목하며 비난했다. 이에 황 대표는 “정말 유튜브의 콘텐츠가 가짜뉴스라면 나를 포함해 현행법으로 고발하면 된다”며 “권력을 이용해서 전체를 가짜뉴스로 매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압박도 유튜브의 대세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눈에 띄는 진보논객 유튜브 채널이 없는 상황에서 현직 국회의원인 손혜원 의원의 ‘마포을(乙 )손혜원’은 약 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했다. 1인 방송 플랫폼이지만 최강욱 변호사(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전우용 교수,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 등을 비롯한 각계 분야의 전문가들을 섭외한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타 진보 채널에 비해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돼 있다. 다만 인지도가 높은 표창원 의원과 박용진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개별 채널은 ‘세’가 약하다. 각각 약 4000 명, 3000 명 정도의 구독자를 확보했을 뿐이다.
유튜브 채널 정파적 성격 아닌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매체 돼야 영향력 지속
유튜브에 보수채널이 주류를 이루는 이유에 대해 황 대표는 “진보정당이 집권세력인데 그들이 유튜브로 굳이 전달하려고 한다고 하면 대중들에게 우스꽝스럽게 비춰질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특히 보수 유튜브가 많은 이유는 수요자 중심으로 방송이 흘러가기 좋기 때문”이라며 “기존 매체가 보수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실망감이 더해져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보수층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유튜브 채널에 이목이 집중되는 까닭이다.
정당 차원에서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황 대표는 “플랫폼이라는 것이 다 전성기가 있다”며 “정치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다가 아니다 싶으면 또 시들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 현상에 대해 언제까지나 열광적으로 대중들이 반응할 것인지도 냉철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어 그는 “정권비판에 대한 호응이 시간에 따라 계속 바뀔 것이기 때문에 전체가 다시 안정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며 “소수의 채널만 살아남고 다수는 도태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유튜브 플랫폼 자체도 어느 순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또 바뀌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홍 소장은 “지나치게 편협하고 국소적인 주장을 펼친다면 정치권에서도 이를 수용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그들만의 공론화장이 되면 열린 시각으로 보편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검열을 비롯한 수정, 보완을 위한 시스템이 마련돼야 정치의 신념화를 넘어 보편성도 지니게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현재 불고 있는 유튜브 채널 열풍에 대해 황장수 대표는 “유튜브 플랫폼이 주류가 아니라 지류”라며 “이것이 결국 메인이 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유튜브 채널은 정파적인 성격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가리면서 기성 언론이 말하지 않는 부분을 시원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매체의 한 지류로서 영향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