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답방에 상응한 ‘선물’ 어려워…신변 안전도 문제
경호 대비 시간 부족…노동당 '부정적', 특단 조치 있어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월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9월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펼쳐 보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9ㆍ18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12월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청와대는 최근 김 위원장의 연내 방한이 연기될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밝혔다가 이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 중이며, 결정이 난 것은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국내외에서도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어렵다는 전망과 아직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로 나뉘고 있다.하지만 취재 결과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부 대북 전문가는 “불가능하다” “못한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협의해 김 위원장의 답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 시내 특정 호텔 일부를 비워두는 등 실무적인 준비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과연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가능한지 심층 추적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약속, 현실은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한이 처음 거론된 것은 4월 27일 문재인 정부의 첫 남북정상회담 때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정기적 회담’이 명시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판문점 선언)에 서명하면서 이후 남북 정상의 만남이 사실상 정례화한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판문점 선언문에는 ‘문 대통령이 올해 가을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때문에 청와대와 여권은 평양 정상회담을 확정된 것으로 해석했다. 동시에 문 대통령이 가을에 북한을 방문한다면, 다음에는 이에 대한 답방 형태로 김 위원장이 서울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9월 18일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19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평양 근교의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한 공동 언론발표에서 서울 방문 얘기를 꺼냈다.

김 위원장은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실제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기대와 관측이 높아졌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와 ‘경제제재 해제’를 놓고 충돌하면서 남북관계와 김 위원장의 방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남북관계는 미국의 입김으로 틀어지거나 지체되기 일쑤였고, 김 위원장의 답방에 필요한 남북 접촉은 진전되질 못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우리민족끼리”에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면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논의도 멀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30일 오후(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코스타 살게로 센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연합)
김정은 위원장 서울 답방 어려운 이유들

청와대는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모양을 보였다.11월 말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 북미고위급회담이 다음 달로 미뤄질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구상도 영향을 받으리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당연히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답방 여부도 관심사가 됐다.

이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논의 중”이라고 말해 김 위원장 답방 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답방 시기가 제2차 북미정상회담 전이 좋을지, 후가 좋을지, 어떤 게 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는 데 효과적일지 등 생각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돼 연기 가능성을 높였다.

이는 청와대가 김 위원장의 답방 시기가 미뤄질 수 있다는 점을 사실상 처음으로 공식화한 셈이었다.

그런데 최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12월 답방을 북한과 미국에 타진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 모두 김 위원장의 방한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30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후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에 힘이 실렸지만 최근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올해 답방할 수 있게 전력을 다하지만 연내를 넘겨 성사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였다.

하지만 정통한 대북 소식통들은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의 연내 답방은 사실상 끝났다”면서 “한국 정부가 아직 이런 얘길 한다는 건 북한을 너무 모르거나 알면서 숨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김정은이 서울을 방문한다면 한국 정부로부터 무언가 큰 선물을 받아와야 하는데 이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방한은 못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의 대북 제재가 엄존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에 선물 한다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답방하지 못한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베이징의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의 서울 답방이 이뤄지려면 최소 수개월 전에 경호 등 신변 보호가 완벽하게 준비돼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없다”며 “올해 답방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은 북에서도 신변 안전에 만전을 기하기 때문에 서울 방문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거나 두려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민이 김정은을 어떻게 대하느냐도 북한에선 큰 문제이기 때문에 답방이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9ㆍ18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남북한이 ‘무리수’를 둔 것에 대해 트럼프 정부가 격노하고, 한국 정부를 믿지 못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김정은의 답방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제일 관심사는 대북제재 해제로 북미 대화가 우선”이라며 “이것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답방은 무의미하며, 무언가 선물을 받으면 갈 수 있겠지만 미국이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관계 행태에 불만이 많으며, 은밀하게 북한과 거래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답방에 부정적이고, 철저하게 감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북한 핵심 부서와 트럼프 정부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어 연내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노동당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부정적 입장을 내놓았다고 한다. 김 위원장 스스로도 성과 없는 답방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여러 국내외 상황을 종합할 때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