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광폭 행보'... 차기 대권주자 1위로

지난달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전 총리가 당대표로 선출됐다. 당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는 2차 북미회담과 겹치며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새롭게 선출된 황교안 대표가 ‘광폭행보’를 보이며 단숨에 차기 대권주자 1위에 올랐다. 눈에 띄는 보수 정치인이 없는 상황에서 보수민심이 황교안 대표에게 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자유한국당은 당내 최대 정치 이벤트인 전당대회가 끝나고 30%대에 가까운 지지율을 회복했다.

지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전 총리는 6만 8713표(50%)를 얻으며 새 당대표 자리에 올랐다. 2위를 기록한 오세훈 후보는 4만 2653표(31.1%), 김진태 후보는 2만 5924표(18.9%)에 그쳤다. 황 대표는 70%가 반영되는 선거인단 선거에서 55.3%를 획득했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37.7%를 얻는데 그쳤지만 전체 득표율이 정확히 50%를 기록하며 넉넉한 승리를 거뒀다.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리얼미터가 전국 유권자 2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28.8%를 기록했다. 2월 3주차 조사보다 2.0%포인트 오른 수치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2.1%포인트 하락한 38.3%를 기록했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지난달 27일에 진행된 것을 감안하면 일종의 ‘컨벤션 효과’를 누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컨벤션 효과란 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이다.

반면 컨벤션 효과 치고는 지지율 상승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 겸 정치평론가는 “자유한국당 지지율 상승이 컨벤션 효과로 올랐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지지율 상승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벤트 효과로 지지율이 올랐다고 보기에는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가 지난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미세먼지대책특별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자유한국당은 지난 탄핵정국 시기 10% 초반대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에 비하면 약 2배 이상으로 지지율이 상승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지속적인 지지율 상승으로 보수 결집 효과를 기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여론정치 전문가인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지지율 상승에 대해 ‘홍준표 전 대표 체제’의 반사효과라고 분석했다. 홍 소장은 “홍 전 대표 시절 자유한국당의 막말 보수, 태극기 부대 등에 기댄 극우 보수였다”며 “국민들 입장에서 구제불능이라는 인식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민들이 바라는 보수의 이미지는 책임감과 포용력, 국가에 대한 책임감과 국익”이라며 “새로운 대표인 황교안 체제를 기대하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황교안 대표 체제의 자유한국당은 전당대회 이후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자유한국당은 중국발 미세먼지를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대중국 외교’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실제 조경태 최고위원은 주한 중국대사관에 미세먼지 위성사진을 보냈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에 미세먼지 문제를 점검하면서 이 정권의 외교 역량이 형편없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미세먼지를 둘러싼 외교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미리 한중 관계에서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황교안 대표 개인의 지지율도 올라가는 모양새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지난 5일에 발표한 ‘2019년 2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황교안 대표는 17.9%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유시민 이사장이 13.2%, 이낙연 국무총리가 11.5%로 뒤를 이었다. 강력한 범여권 대선주자였던 안희정 전 지사, 이재명 지사가 각종 스캔들로 몰락한 것이 주요한 이유다. 범여권 주자가 여럿 흩어져 있는 반면, 보수인사에서는 딱히 주목할 만한 대권주자도 황 대표 외엔 없다. 보수층의 민심이 황 대표에게 쏠린 배경이다.

신율 교수는 “황교안 말고는 눈에 보이는 보수 인사가 없다”며 “진보 인사들의 지지율은 분산되고, 보수 인사의 지지율은 결집됐다”고 말했다. 보수표가 황교안 대표에게 몰릴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어 신 교수는 “하지만 범여권의 표를 합치면 황교안 대표보다 훨씬 많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홍형식 소장은 황 대표의 지지율을 두고 “황 대표는 보수 정치인으로서 묵묵히 해오던 대로 자신의 길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 소장은 “보수층이 바라는 것은 혁신과 개혁보다 국익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이 바라는 보수 이미지에 부합한 행보에 따른 결과라는 뜻이다. 이어 “막말과 극우로 점철됐던 홍준표 전 대표 체제의 반사효과가 가장 크다”고 덧붙였다. 보수를 넘어 중도까지 흡수 할 수 있는 ‘외연의 확장’도 노려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황교안 대표 체제가 출범한지 열흘 남짓이다. 아직까지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자유한국당은 탄핵 정국 이후 지지율을 2배 이상 끌어 올렸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체제는 끝났다. 새로운 황교안 대표가 선출되며 정상 체제를 회복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실시한 ‘국정 수행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3%포인트 하락한 46%를 기록했다. 자유한국당이 어떤 보수 정치를 펼치느냐에 따라 내년도 총선의 결과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