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필사적 저지… 위헌 논쟁도 /

내년 총선 앞두고 각당 복잡한 셈법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공방이 치열하다. 지난 13일 올해 처음으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포함된 선거법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통과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의원 총사퇴를 거론하며 필사적으로 반대했고, 결국 선거법 개혁안은 패스트트랙에 오르지 않았다. 총선 승리를 위한 각 당의 셈법이 복잡한 상황에서 ‘비례대표 폐지’,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에 대한 위헌성 여부에 대한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현재 300명의 의원 정수를 27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제를 폐지하자고 주장한다. 타 4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하는 것과 완전히 반대되는 주장이다. 비례대표제는 지역선거구 투표 외에 정당 득표율을 통해 의석을 배분하는 것을 말한다. 자유한국당은 여야합의를 통해 올해 초까지 선거법 개혁안을 내놓기로 했었다. 그러나 제때 선거법 개혁안을 제시하지 않다가 본회의에 임박하자 급하게 위와 같은 안을 내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자유한국당이 선거제 개혁에 의지가 없다고 평가하며 “다른 정당들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공감하는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은 여야가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선거법 개혁이라는 판 자체를 깨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민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어느 나라나 정치인에 대해 좋은 감정이 없기에 의원수 축소를 주장하면 국민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의 의원수가 많은 편이 아닌데 더 줄어든다면 국회의원 한 명당 권력은 더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 정당이 가지는 권한과 기득권 확대를 노린 포석도 있다는 평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논의가 떠오른 이유는 ‘사표’ 때문이다. 유권자가 낙선한 후보자에게 던진 표의 의미를 효율적으로 살리자는 취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득표율과 정당득표율을 연동한다는 개념이다. 국회의원 전체 의석수가 100석이라고 가정해보면 쉽다. 한 정당이 지역구 20석을 얻고, 비례대표제를 통해 정당득표율 30%를 기록했다면 추가적으로 10석을 더 얻을 수 있는 제도다. 이렇게 의석수가 ‘연동’되면 지역구 전체득표율과 정당득표율을 모두 반영할 수 있다.

'선거개혁 청년ㆍ청소년행동' 회원들이 6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둘째)에게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만18세 선거권 하향 등을 지지하는 청년ㆍ청소년의 서명을 전달하고 있다.

사(死)표 최소화 방안은

기존의 선거제도는 표를 합리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사표가 많아지면서 비례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의 정당득표율은 약 55%정도밖에 안 됐는데 의석수는 90% 이상을 차지했다. 나머지 45%는 모두 사표가 됐다. 부산의 경우엔 전체 18개의 지역구에서 새누리당이 53%의 득표를 얻었는데 2개의 지역구를 빼고 모두 가져갔다. 이에 대해 김민전 교수는 “부산엔 정치적 선호가 다양했는데 마치 자한당을 지지한 것처럼 인위적인 지역구도가 만들어졌다”며 “사표가 늘어나며 지역 구도를 심화시키는 점도 굉장히 큰 문제다”고 말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사표를 최대한 반영해 유권자의 뜻을 살리는 정치적 효과가 있다. 김 교수는 “1인 선거구, 흔히 말하는 소선구제의 경우 당선자가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이 있기 때문에 비례대표로 완화해주는 것이 좋다”며 “1990년대 이후 세계적인 선거제 개혁의 흐름은 1인 선거구제에 비례대표제를 결합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아예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준연동형제’를 밀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정당이 20%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했다면, 총 300석의 20%인 60석 중 30석을 보장한다. 이 정당이 지역구에서 15석을 획득했다면 비례대표는 15석이 되는 것이다. 야3당은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 방법은 정당득표율로 전체 의석을 배분하고, 의석수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정당을 위해 비례대표 75석으로 추가 보완하는 방법이다. 비례대표 자리로 보완하는 방식이다 보니 지역구 선거결과에 따라 300석이 넘기도 한다. 300석 이상이 된다면 국민들의 심리적 저항에 부딪혀 100%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은 쉽지 않다.

거대정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싫어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표의 등가성이 높아져 소수정당에 유리해진다. 거대정당이 승자독식으로 이미 지역구 의석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에 김 교수는 “연동식이 제대로 작동하고 비례대표 자리를 전혀 받지 못하는 당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의 숫자가 지금보다 많아야 하는데, 지금 제도에서는 1, 2등을 차지한 당이 비례의석을 못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자유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하는 배경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최진봉 교수는 “1차적으로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고, 민주당이 야당시절부터 주장하던 당론”이라고 말했다. 명분상 연동형 비례대표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어 “다른 소수정당과의 협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선거법 개혁을 고리로 연합정세를 형성하겠다는 심산”이라며 “국민들의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에 찬성하는 국민들 입장에서 거대 정당으로서의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민심공략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민전 교수도 “현 정권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고, 학자들 사이에서도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민주당으로선 반대할만한 명분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치에서 보통 대선 이후 총선은 야당이 승리하는 경향을 보였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선거에서 1등을 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표의 등가성을 정확히 배분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다. 김 교수는 “1등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차라리 공정한 배분 방식이 승자독식으로 인한 왜곡된 의석 배분보다 낫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생각은 당의 생각”이라며 “지역구의원들은 본인의 지역구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에 무기명투표를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를 반대하는 의원도 꽤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이어 비례대표의 ‘투명성’을 제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비례대표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당 지도부가 측근을 대거 공천하는 등 비리 환경이 조성되기 쉽다”며 “공천 결정권도 유권자에게 주면 그러한 우려도 상당히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1인 3표 즉, 지역구에 한 표, 정당에 한 표, 정당이 내놓은 명부 내 후보에 한 표를 던지는 방식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

‘비례대표 폐지 vs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 위헌성 여부

쟁점은 각 당이 주장하는 비례대표 제도의 위헌성 여부다. 헌법 제41조 3항은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등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비례대표제는 법률에 근거한 제도다. 공직선거법 189조는 비례대표제도의 근거 조항이다. ‘비례대표제’라는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의견이 많다.

지난 2001년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 189조를 위헌으로 판결했다. 당시 선거제도는 1인 1표제로서 유권자가 지역구 의원을 뽑으면 해당 후보자의 소속 정당도 함께 투표한 것으로 인정됐다. 유권자의 1표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모두 포함한다는 것이 위헌의 근거였다. 법에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다른 선거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후보자와 정당에 각각 던진 표를 동일한 가치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현행 선거법이 1인 2표제로 바뀌면서 위헌 소지가 사라졌다. 지금은 지역구 투표와 비례대표 투표가 분리돼 있다. 지난 2002년에 개정된 선거법에 따르면 유권자는 후보자와 지지하는 정당에도 각각 투표하는 ‘1인 2표 정당명부 제도’가 도입됐다. 따라서 현행 비례대표제는 헌법에 기초한 제도로 볼 수 있다.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이 많이 나오는 까닭이다.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런 이유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위헌 소지는 낮다고 해석된다.

천현빈 기자

<박스> 방승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겸 한국헌법학회 부회장

“비례대표제 완전 폐지는 위헌 소지 많아”

방승주 한양대 교수

- 현행 선거법인 '1인 2표 정당명부 제도'가 대체로 위헌의 소지가 없다고 판단되고 있다. 헌법 제41조 3항(‘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등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한다’)에 비춰 쉽게 설명 하자면.

“헌법 제41조 제3항에 따르면 선거 전반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비례대표제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는 입법자에게 맡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비례대표제에 관한 선거법 자체가 선거의 원칙을 명백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소위 저지조항이라 불리는 ‘유효투표총수의 3%를 득표하지 못하거나 지역구국회의원총선거에서 5석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정당의 경우 비례대표 의석배분에서 제외’하는 규정에 대한 의문도 있다. 이러한 저지조항은 결국 소수 신생정당의 출현을 어렵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연 이러한 저지조항을 민주선거의 원칙의 관점에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 공직선거법 189조가 비례대표제도의 근거 조항인데, 1인 2표 제도가 비례대표제를 적절히 반영하는 제도로 볼 수 있을까?

“과거 헌법재판소가 ‘1인 1표에 의한 전국구 비례대표제가 직접선거의 원칙에 위반되어 위헌’이라고 판단한 후, 공직선거법이 현행 1인 2표 제도로 개정돼 시행됐다. 따라서 헌재가 지적한 직접선거 원칙의 위헌성이 제거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즉 하나는 지역구 국회의원, 또 다른 하나는 정당에 대한 지지를 각각 따로 투표할 수 있게 됐다. 지역구 인물을 지지하였다 해서 그가 소속된 정당을 지지한 것은 아님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헌적 요소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다만 더욱 바람직한 제도가 되려면, 비례대표 명부 작성 단계에서부터 각 당원의 상향식 공천이 이루어져야 한다. 비례대표제 명부 선정 과정에서도 국민이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을 둔다면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제도가 될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고정형명부제가 반드시 민주선거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비례대표제 폐지는 '위헌'이라는 주장이 많이 나오고 있다. 공직선거법 189조에 근거하여 쉽게 설명하자면. 그리고 정확히 어떤 근거로 비례대표 폐지가 위헌성이 있다는 것인가?

“헌법 제41조 제3항이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등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하는 것은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할 것인지를 입법자에게 일임하고 있는 것이다. "여부"의 문제, 즉 전반적인 선거에 대한 규정을 전혀 하지 않거나 폐지하는 것까지 허용한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 다시 말해서 선거구의 구체적인 내용을 입법자가 법률로 정할 수는 있지만, 선거구 자체를 규정하지 않거나 폐지할 수는 없는 것과 같다. 비례대표제의 경우도 헌법이 일단 명시하고 있기에 아무 규정을 두지 않거나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는 것까지 허용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비례대표제 완전 폐지는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많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