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경찰 개혁안'까지 내놓았지만 / 검경 갈등 여전

당정청이 협의하고 있는 경찰 개혁방안이 연일 논란이다. 검경개혁이 문재인정부의 핵심 공약이었고, 패스트트랙에 검경수사조정안이 올라가면서 국회는 물론 검경 간 갈등도 커져가는 분위기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해외일정까지 취소하면서 ‘경찰권력의 비대화’를 경계했고, 경찰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경찰개혁안이 ‘별도 수사본부’를 따로 둬 지휘 감독하도록 한 점을 보면 경찰권력의 비대화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긴급하게 중요한 사건은 경찰청장이 지휘권을 갖는 점, 정보경찰이 정치에 관여할 개연성이 크다는 점 등의 논란도 일고 있다.

이번 경찰 개혁안의 핵심은 권력 분산이다. 하지만 정부의 검경 개혁안이 경찰에 무게감이 쏠려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보경찰, 경찰청장의 지휘권 인정, 정보 수집 기준의 모호성 등이 비판의 근거다. 이번 경찰 개혁안을 보면 경찰의 업무 범위를 조정했으나 그 개념은 명확하지 않다. 정보경찰이 치안정보가 아닌 공공안녕을 위한 정보만 수집한다는 기준이 대표적인 예다.

당정청이 이번에 모여 경찰 개혁안을 내놓은 것도 검찰의 반발과 여론을 의식해 어느 정도의 절충안을 내놓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결국 검경 개혁에서 정부가 경찰에 힘을 실어준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됐다. 검찰도 수사권 조정법안을 비롯한 사법개혁안에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이라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국가수사본부장은 3년 임기 뒤 퇴직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국회에 모여 경찰 개혁 방안을 협의했다. 수사 경찰과 행정 경찰의 분리, 정보 경찰의 통제 방안, 자치 경찰제 보완 방안 등이 논의됐다. 핵심은 수사 경찰을 ‘국가수사본부’로 분리해 행정 경찰이 수사에 관여하는 것을 방지하는 방안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와 관련해 “수사를 담당하는 어떠한 기관에도 통제 받지 않는 권한이 확대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가수사본부 조직 방안에 따르면 수사부서장인 경찰서 수사, 형사과장 등이 사건을 지휘 감독하게 되지만, 경찰청장이나 지방청장, 경찰서장 등은 원칙적으로 구체적인 수사지휘를 할 수 없게 된다. 국가수사본부장은 임기가 3년 단임이기 임기 후엔 퇴직해야 한다. 치안과 행정을 맡는 일반 경찰은 경찰청장이 통솔하며,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 경찰은 국가수사본부장이 통솔하도록 했다. 일반경찰과 수사경찰이 분리되는 구조다.

지난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경찰개혁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한 당정청 협의회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오른쪽에서 두 번째), 민갑룡 경찰청장(맨 왼쪽)이 참석해 있다. 연합

자치경찰제 확대 시행

당정청은 자치경찰제를 5개 시도 외에 더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치경찰제 도입과 관련된 법안은 연내 입법하기로 입을 모았다. 자치경찰제 도입안은 경찰의 권한 분산을 골자로 한다. 중앙정부에 속한 국가 경찰위원회는 각 시·도 지사 아래의 시·도 경찰위원회와 협력하게 된다. 시·도 경찰위원회는 직접 자치경찰본부, 자치경찰대, 지구대·파출소를 관리한다. 기존의 지방경찰청, 경찰서, 지역 순찰대의 역할을 대신 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기관의 일부 사무 인력이 이관된다.

정보경찰 정치 관여 시 형사처벌

당정청은 정보경찰에 대한 통제 시스템을 확립하기로 했다. 정보경찰의 정치관여와 불법사찰을 원천차단 하겠다는 의미다. 또한 정치관여 때 형사처벌을 법으로 명문화했고, 경찰정보의 활동범위를 명시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공무원법,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의 개정이 추진되고 경찰청 직제·시행규칙 개정으로 정보경찰의 명칭과 조직도 재정비된다.

경찰대 특혜도 대폭 축소된다. 경찰대생은 병역 특혜를 받았으나 올해부터 폐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찰대학 설치법을 개정해 학비 지원 제도를 없애기로 했다. 따라서 개인부담 및 장학금 제도 규정도 새롭게 만들어질 계획이다.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도 논의됐다. 조 정책위의장은 “수사과정 전반에 걸쳐 인권 침해 방지장치를 중첩적으로 마련하고 수사의 전문성을 강화해 경찰수사의 공정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여전히 문제가 많다”

검찰은 수사권조정과 더불어 ‘실효적 자치경찰제’와 ‘행정·사법경찰 분리’, ‘정보경찰 개혁’ 논의 등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에 내놓은 경찰 개혁안은 검찰의 요구대로 구체적인 안이 제시가 됐으나 검찰 내부에선 여전히 문제가 많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보경찰의 활동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선언적 의미나 규정을 넣는다고 해서 적법한 절차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경찰 인사권 문제도 지적했다. 경찰청장이 실질적인 인사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본부장이 국가수사본부 내에서의 인사권만 갖는다고 완전한 권력 분산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조직상으로 분리된 곳이지만 구성과 운영과 관련해 실질적인 독립을 보장할 수도 없다고 검찰은 지적하고 있다. 실제 경찰 본조직과 국가수사본부는 일정 부분 교류가 이뤄지게 돼있다.

당청 “합의안에 이견 없다”

경찰 개혁안이 합의됐지만 당청 간의 이견이 나오고 있다는 소리도 나왔으나 당청은 공동 입장문으로 ‘의견이 일치했다’고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협의회에서는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정책목표 달성에 당정청이 협심하자는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당청이 이토록 신속하게 공동으로 대응한 것은 청와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사법 개혁에 한치의 차질도 빚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당정청은 이번 경찰 개혁안 협의 이후에도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심의·의결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추진할 계획이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