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에 윤석열 지명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을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면 윤 후보자는 차기 검찰총장직을 수행한다. 지난 19일 윤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대비해 준비추진단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인사청문요청안은 이번주 내 국회에 제출될 예정으로 20일 이내에 국회는 청문회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윤 후보자가 검경수사조정권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관심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찰개혁에 관한 입장이 드러날 전망이다.

윤 후보자의 첫 관문은 청문회 통과다. 차기 검찰총장으로서 검찰 개혁에 관한 전반적인 질의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윤 후보자의 입장도 상당부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윤 후보자 지명에 대해 전형적인 코드 인사라는 비난을 하고 있지만 여권은 “검찰 개혁에 있어 최고의 적임자”라는 입장을 내며 환영의 뜻을 비쳤다. 청와대도 윤 후보자에 대해 ‘검찰 개혁과 조직 쇄신의 과제를 완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사법 개혁 의지는 이미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분명해졌다. 윤 후보자 지명도 문재인정부의 검찰 개혁에 힘을 불어 넣기 위한 수순이라는 평가다. 문무일 현 검찰총장은 경찰에 통제받지 않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청와대의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해 왔다. 문 총장을 시작으로 검찰내 반대 목소리가 커져왔다.

댓글사건으로 유명해져

청와대가 윤 후보자를 검찰 개혁의 중심에 세우려는 이유는 기존 관행을 엎고 조직의 변화를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윤 후보자는 문 총장보다 다섯 기수 후배다. 고검장 자리였던 서울중앙지검장에 검사장급인 윤 후보자를 임명하면서 시작된 기수 파괴가 검찰총장 임명으로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윤 후보자가 평상시에 검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도 청와대의 기대에 부합하는 요소라는 평가다.

윤 후보자는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3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은 23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특검 수사팀 팀장을 맡아 적폐청산의 상징처럼 됐다. 윤 후보자는 대구지검 검사와 서울중앙지검 검사, 부산지검 검사를 지냈다. 후에 대구지검 특수부 부장검사와 대검찰청 중수과 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를 역임한 특수수사통이다.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

`검찰개혁’ 입장 관심

검찰은 정부의 사법 개혁안에 분명한 반대의 입장을 내왔다. 이런 상황에서 윤 후보자가 청와대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 검찰과 완전히 상반된 태도를 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조직 내 태풍급 인사 조치가 예고돼 있고, 안정적인 조직 기반을 닦기 위해서는 검찰 내부의 여론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윤 후보자가 수사권 조정안을 사이에 두고 그동안 대립각을 펼친 정부와 검찰 사이에서 어떻게 간극을 좁혀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윤 후보자인 만큼 정부의 사법 개혁에 보조를 맞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검찰 내에서도 대표적인 강경인사로 불리는 윤 후보자가 소신을 굽히지 않으며 정부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실제 윤 후보자는 과거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으며 국정감사에서 외압을 폭로했다. 그는 지난 17일 수사권조정과 관련해 “차차 말씀드릴 기회가 있지 않겠나”라고 다소 유보적인 자세를 취해오고 있다.

윗기수 검찰 간부들 ‘줄사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에 지명되자 그보다 선배 기수인 검찰 간부들이 줄사퇴하고 있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거론됐던 봉욱 대검찰청 차장은 사직서를 제출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봉 차장의 사표를 즉시 받아들였고 오는 27일 퇴임식이 열린다. 봉 차장은 “같이 경합했던 사람으로서 신속하게 거취를 정리해 주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윤 후보자의 지명이 검찰내 인적쇄신 바람으로 이어지며 19~22기의 사퇴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송인택 울산지검장(21기)도 다음달 사표를 내겠다고 밝혔으며 19~20기 고검장급 인사들도 봉 차장에 이어 줄사표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사표가 수리되면 고검장급 인사 7명이 동시에 물러나게 된다. 윤 후보자의 지명이 완료되면 검찰 조직의 핵심 라인엔 ‘적폐수사’ 지휘에 손발을 맞춘 서울중앙지검 간부들이 우선적으로 등용될 것으로 보인다.

엇갈린 정치권 평가

지난 20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것과 관련해 “이는 적폐청산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표명”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강하게 비판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윤 후보자가) 정의감이 뛰어난 검사라 생각할 수 있지만 정치보복 최전선에서 적폐청산 최전선을 담당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그의 후보자 적합성을 두고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정두언 전 의원은 윤 후보자에 대해 “보기 드문 기개가 있는 강골 검사”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정 전 의원은 한 TV 방송에서 “윤 후보자는 사사로운 개인의 인연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고 항상 공적인 면에서 기준을 세워서 처리하는 편”이라고 촌평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해서 정 전 의원은 “평소 언행으로 봐서는 무조건 정부 측 손을 들어줄 것 같진 않다. 향후 어떤 발언을 할지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