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펀드 기부·웅동학원 권한 포기 등 사회환원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 처와 자식 명의로 있는 펀드를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공익법인에 기부하여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쓰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조 후보자의 가족이 소유한 사립재단인 웅동학원에서 현재 이사장인 어머니를 포함해 가족 모두 웅동학원과 관련된 일체의 직함과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연합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이슈에 대한 조 후보자의 과거 '소신 발언'이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특권층의 위선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 펀드 투자와 편법 상속

조 후보자는 2009년 저서 '보노보 찬가'에서 "대한민국은 어린이들에게 주식·부동산·펀드를 가르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돈이 최고인 대한민국'이라고 비판하며 '동물의 왕국'에 비유했다.

조국 후보자 가족은 조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된 지 두 달 후인 2017년 7월 31일 74억5500만원을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 1호 펀드’에 투자키로 약정했다. 이는 가족의 전 재산인 56억원보다 많은 액수다. 약 일주일 뒤 이 펀드는 가로등 자동점멸기 생산 업체 웰스씨앤티의 지분 38%를 매입해 최대주주가 됐다. 블루펀드의 투자 이후 이 업체의 관급공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조 후보자의 영향력으로 매출이 늘어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한 사모펀드를 이용한 편법상속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해당 사모펀드에는 조 후보자의 아들과 딸 명의로 각 5000만원이 들어가 있다. 5000만원은 성인 자녀에게 10년 내 증여세를 내지 않고 물려줄 수 있는 최대 금액이다.

2. 특목고 비판, 내 딸은 한영외고

조 후보자는 2007년 신문 칼럼 '지역·계층 균형선발제가 먼저다'에서 "유명 특목고는 비평준화 시절 입시명문 고교의 기능을 하고 있으며, 초등학생을 위한 특목고 대비 학원이 성황이다. 이런 사교육의 혜택은 대부분 상위 계층에 속하는 학생들이 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조 후보자의 딸은 2005~2006년 미국에 있는 학교에 다니다 2007년 한영외고에 입학, 2010년 3월 고려대에 수시전형으로 합격하고, 이어 2015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갔다.

3. 폴리페서 조 후보자는 2008년 당시 교수 출신 총선 출마자가 낙선한 뒤 복직하려 하자 서울대에 '폴리페서 윤리규정'을 건의하고 "무분별한 정치참여를 규제하자"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교수 1명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 4명의 교수가 1년간의 안식년을 반납해야 한다. 대학원생은 갑자기 논문지도 교수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며 폴리페서를 비판했다. 그는 기고문을 통해서도 "국회의원 공천 신청을 하는 순간 교수는 대학에서 몸과 마음이 떠난다"며 "휴강과 강사 대체 등으로 피해를 입게 된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돼 서울대 교수직을 휴직했다가 최근 복직했다. 이번 개각을 통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또다시 휴직해야 하는 상황이다.

4. 위장전입

조 후보자는 2010년 언론 기고문 ‘위장과 스폰서의 달인들’에서 당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을 두고 "위장전입은 상습적이다. 그는 세 딸이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시기마다 좋은 학군으로 총 다섯 차례 위장전입을 했다. '맹모삼천지교'? 맹모는 실제 거주지를 옮긴 실거주자였기에 위장전입 자체가 거론될 수 없다"며 "'인지상정'? 이는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거나 주소를 옮길 여력이나 인맥이 없는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소리이다"며 비판한 바 있다.

그런데 조 후보자는 울산대 법학과 조교수에 재직하던 시절인 1999년 10월 7일 부산에서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로 주소를 옮겼다가 한 달 뒤인 11월 20일 다시 부산의 아파트로 돌아온 적이 있다. 이때 당시 8살이었던 딸도 함께 주민등록을 옮겼으나 부인과 3살이었던 아들은 부산에 남았던 것이 의문으로 남아있다.

5. 장학금 조 후보자는 2012년 4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장학금 지급 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장학금은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 위주로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부산대 의전원에 재학 중인 조 후보자 딸이 두 차례 유급됐음에도 6학기 연속으로 장학금 200만원씩(총 1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 후보자의 재산은 56억여 원으로 신고돼 있다.

6. 논문작성 조 후보자는 2012년 4월 트위터 글에서 "직업적 학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논문 수준은 다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도 논문의 기본은 갖추어야 한다"며 "지금 이 순간도 잠을 줄이며 한 자 한 자 논문을 쓰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있다"고 썼다.

그런데 조 후보자 딸 조모씨는 2007년 7월 23일부터 8월 3일까지 단국대 의대에서 인턴을 하고, 1년 5개월이 지난 2008년 12월 소아병리학 관련 논문을 제출하면서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대한의학회는 “조씨의 제1저자 등재가 합당한지 의심스럽다”며 단국대의 조속한 진상파악을 촉구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