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정부의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발표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조국 구하려 조국을 버린 것’이라는 비유로 맹비난에 나섰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조국 사태가 들불처럼 번지자 국민 여론 악화를 덮기 위해 지소미아 파기를 강행한 것”이라며 “물론 아니라고 답하겠지만, 굳이 이틀이나 앞당겨 지소미아(종료 결정을) 발표한 것만 봐도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행적이 갈수록 큰 논란으로 번지자 그것을 덮기 위해 정략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뜻이다.

자유한국당은 지소미아 파기로 한국의 안보가 스스로 무너지는 길을 선택했다는 의견을 강하게 표출했다. 황 대표는 “지소미아를 파기한 이 정권은 우리의 안보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대한민국을 심각한 안보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며 “지소미아 파기를 누가 가장 반기겠는가. 북한 김정은은 만세를 부르고 중국과 러시아는 축배를 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장관 후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쏟아지는 당장의 비난을 회피하려 지소미아 안보 포기를 벌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국을 위해서 우리 국민의 조국을 버린 것”이라고 일침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안보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바른미래당도 “경솔하고 감정적인 대응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한미일 안보협력에서 지소미아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신중하게 고민하지 못한 행동이라 평가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의당을 비롯한 범여권은 이번 청와대의 결정을 지지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3일 열린 상무위·의원단 연석회의에서 “오랜 세월 냉전과 분단에 기대 색깔론, 북풍 등을 정권안보에 악용해온 정치세력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야권의 일명 ‘조국 일병 지키기’ 공세에 대응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의 비난 공세에 대해 옛말에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는 말이 있다“고 맞대응했다.

심 대표는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해 ”사실 원칙대로였다면 일본의 경제도발이 자행된 8월 2일 상응해서 폐기됐어야 할 일“이라며 ”우리가 자제력을 발휘해 지금까지 참아왔지만 돌아온 것은 일본의 더 오만해진 태도“라고 말했다. 이 상황에서 지소미아 유지는 일본의 도발에 굴복하는 것이라는 뜻도 덧붙였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