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에 ‘미사일 방어체계는 확실한가’라는 물음이 지속적으로 따라붙고 있다. 북한은 판문점 회동 이후 형성된 대화국면 이후에도 미사일을 잇달아 쏘아 올렸다. 8월에 진행된 한미연합훈련을 핑계로 8월까지 무려 8번의 미사일 ‘무력도발’을 감행하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북한의 무력시위에 사용된 16발의 미사일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신형 방사포, 에이태킴스 미사일 등으로 추정되는 발사체가 동해상에 연달아 떨어졌다. 특히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러시아가 미국의 패트리어트 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개발한 신형 미사일로 불린다. 현재까지 한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무력화할만한 방어수단이 없다.

한편 국방부는 이런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도 ‘문제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미연합사도 시뮬레이션을 통해 방어에 성공했다며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방어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하지만 군사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방어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인 ‘SM-3’으로만 대응할 수 있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왔고, 예비역 육군 대령인 박휘락 국민대 교수도 “어림없는 소리”라고 말했다.

지난 7월 26일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표적을 향해 비행하는 모습. 연합

박 교수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자체가 패트리어트 등 기존의 미사일체계를 무력화하기 위해 러시아가 개발한 미사일인데 실전훈련도 아니고 시뮬레이션으로 요격했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독일을 비롯한 유럽국가들도 지금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을 위해 미국과 논의하는 중인데 요격을 위한 시스템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시뮬레이션이 성공한다는 소리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이 위력적인 이유는 고폭탄이나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 시험에 성공한 미사일은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여기에 핵탄두를 실어 쏘면 현재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북한이 처음 발사한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예상된 사거리가 나오지 않아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한달 반 만에 발사한 미사일은 정상적인 사거리를 기록하며 짧은 시간 안에 완성도를 높였다. 이에 박 교수는 “자체 기술이라면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완성도를 높이긴 어렵다”며 “러시아가 관련 기술을 북한에 내줬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실제 북한과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러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최근 밀접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가 북중군사동맹과 같이 긴밀한 군사적 유대관계는 없지만 최근 북중러-한미일 간의 신 냉전체제가 펼쳐져 한반도 주변 정세는 더욱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박 교수는 “최근 북러 간의 긴밀한 행보를 본다면 러시아 기술인의 북한 상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연속된 미사일 시험 발사 성공으로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이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상 신(新)무기의 실전배치를 넋놓고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의 미사일 방어체계로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명확히 요격할 수 없다. 우리 안보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배경이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