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간한국>과 인터뷰하고 있다./이혜영 기자

“한국정치는 1만 달러 시절, 분열의 정치에 머물러…
타협과 책임의 정치문화 만들어야”

'3만불 민주주의' 주창한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부울경 신성장동력으로 수소경제·신흥해양산업·블록체인특구·북항재개발 꼽아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권내 잠룡 가운데 한 명으로 불린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서울 광진구에서 두 번이나 당선되고도 지역구를 고향인 부산으로 옮겨 당선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해양수산부 장관으로서 해양산업 발전을 통한 영남권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도 했다. 여권에서 격전이 예상되는 내년 총선에서 부산지역을 대표할 인물로 그를 꼽는 이유다.

최근 마주한 김 의원은 거대 양당의 극단적 대립 때문에 국가 경제가 뒷전으로 밀리는 현상이 가장 큰 문제라고 걱정했다. 김 의원은 지역구(부산 진구 갑) 발전과 동시에 국가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는 비전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새 ‘3만불 민주주의’를 주창하고 다닌다. 1인당 GDP 3만 달러인 시대에 돌입했음에도 정치 패러다임은 80·90년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분열의 정치로는 3만달러를 넘어 선진국으로 안착하기 어렵다”며 ‘타협’과 ‘책임’을 여러 번 강조했다.

-최근 불출마 선언을 한 이철희 의원에게 부산 출마를 권유했다고 들었다.
“나 역시 광진에서 두 번 당선된 이후 불출마 선언을 하고 4년간 방황했었다. 2015년 다시 복귀했지만 정치에 회의를 느껴 정계를 떠났던 점이 이 의원의 현 상황과 비슷하다. 방랑하던 시기를 지나자 정치적 소명의식이 확실해졌다. 다시 정계로 돌아왔다. 하지만 기존 지역구인 광진구가 아니라 고향 부산으로 갔다. 주지하다시피 광진구는 이미 기반이 다져져 있던 곳이었다. 그럼에도 고향에서 새롭게 도전하기 위해 광진구를 포기했다. 부산에 승리의 깃발을 꼽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시야는 커지고 정신은 단단해졌다. 능력이 뛰어난 이 의원도 같은 경험을 하길 바란다.”

-내년 총선에서 PK 지역 선거운동을 총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PK 지역 승리 방법은 미래 경제 비전을 제시하는 것뿐이다. 지금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경제가 어렵지만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은 더 어렵다. 경제는 단기적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는 아니지만 집권당으로서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새로운 발전 동력을 향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본다.

‘PK 경제 비전’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부울경이 하나의 경제공동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둘째, 부울경의 신성장동력으로 4차산업혁명, 수소경제, 신흥 해양산업, 블록체인특구, 북항 재개발 등을 추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 등 정치권에 남아있는 문제들이 조속히 진행되도록 공동으로 촉구하는 일이다.

-현 정치에서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정치에서 최고의 승리 전략은 상대방을 망하게 하는 것이다. 성과와 정책 공약으로 평가를 받아야 마땅한데 말이다. 우리 정치는 기본적으로 양당제에 기반한다. 그런데 양당이 극단적인 대립만 계속하고 있으니 국가 경제와 민생이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이에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어떤 비전을 제시해야 하나.
“3만불 민주주의를 내세워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마침내 1인당 GDP 3만 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1만 달러를 바라보던 80·90년대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타협은 없고 ‘All or Nothing’식의 대립만 계속하고 있다. 이런 분열의 정치로는 3만 달러 돌파의 여세를 몰아 선진국으로 안착하는 국가적 대업을 이루기 어렵다. 1만 달러 패러다임에서 조속히 벗어나야 한다. 여러 주체가 존중과 타협을 통해 생산적 정책을 만들어내고, 그 결과에 반드시 책임을 지는 정치가 실현돼야 한다.”

-3만불 민주주의를 구체화한다면.
“핵심은 ‘타협’과 ‘책임’이고, 이를 현실 정치에 구현하는 리더가 있어야 한다. 여러 과제가 있겠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을 꼽는다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다원적 정치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 다당제라는 큰 틀에서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대변하는 여러 정당들이 정책으로 경쟁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당들은 타협점을 찾아 합의하는 것은 물론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과돼야 한다고 본다. 향후 개헌 논의과정이 있다면 바람직한 정치체제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할 필요도 있다.

둘째, 기업 경영에서도 혁신이 필요하다. 과거 창업주 중심의 재벌 경영은 장단점이 모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2·3세 경영 체제 하에서는 오너리스크가 노출되고 있다. 이제는 정당이 정책에 책임을 지듯 기업도 경영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책임경영제를 규범화하면 경영의 자율성과 결과에 대한 책임감 모두 확보할 수 있다. 노동 부문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은 노사 간 적대적 공존만 있다. 때로는 노조 지도부 갈등으로 노동자에게 필요한 합의가 제대로 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따라서 정부가 경제 개혁 차원에서 노사정 대타협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노동계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노동생산성 향상, 일자리 나누기 등이 있겠다.

셋째, 중앙-지방간 균형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한국은 성장 잠재력이 고갈돼 가고 있다. 지방경제 발전을 기폭제로 삼아 국가 경제의 활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선 각 지자체가 지역 사정에 걸맞은 미래 발전 전략을 세우고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문제는 재정 자립도다. ‘3만불 민주주의’의 리더는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를 높여줘야 한다. 또 공공기관 이전 등 행정 기능도 신속하게 분산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중대선거구제나 양원제 등을 도입해 수도권 과잉대표 현상을 억제해야 한다.”

지난해 해양수산부 장관 이임식날 해수부 직원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김영춘 의원./연합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지역구인 부산은 무엇을 신(新)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하나. 오륙도연구소 소장으로서 여러 차례 경제관련 토론회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
“단기적으론 부산 지역화폐 발행을, 중기적으로는 국제비즈니스지구 설계를, 장기적으로는 산업 융합구조 구축을 추진방안으로 제안한다. 지역화폐는 부산 자본의 역외유출을 억제하고 역내소비를 증진시킬 수 있다. 부산시는 내년에 ‘동백전’ 4000억 규모를 발행할 예정이다.

중기적으로는 북항 재개발 구역을 싱가포르·홍콩과 같은 국제비즈니스지구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배후 원도심 구역과 영도구 북부까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각종 면세 혜택을 부여하고, 외국인학교를 설립하는 등 선박·자본·사람이 활발히 교류하는 장을 만들 계획이다. 여기서 만들어진 경제적 효과가 내부 원도심으로 전달되리라 본다.

장기적으로는 각종 산업 간 융합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북항을 중심으로 해양 산업의 범주를 금융·법률·관광·레저·문화·R&D 등으로 확장하면 해운·조선업을 중심으로 전통 산업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특히 블록체인특구에서 개발되는 기술은 여러 산업군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본다.”

-블록체인이 눈에 띈다. 블록체인이 부산과 국가 경제 발전에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새로운 기회를 찾아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게 경제다. 블록체인은 4차산업 혁명기의 대표적인 새로운 기회다. 이미 우리의 경쟁자들인 일본이나 싱가포르는 아시아 지역의 블록체인 주도권 확보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3차산업혁명이 온라인 세계라는 별도 공간을 생성 및 확장했다면,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한 4차산업혁명은 온·오프라인을 융합한다. 블록체인의 핵심은 ‘거래 정보 분산을 통한 보안성 강화’임을 되새겨야 한다. 수수료 없는 편리한 결제에서부터 항만 등의 대형 산업현장까지, 그 적용 범위는 우리 경제생활 전체이고, 세계무대까지 생각하면 그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생태계 내의 교환수단이 되는 ‘디지털 자산’의 한 형태일 뿐이다. 이를 통한 투기나 자금세탁 등의 부작용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설적으로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 산업을 제도권 내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최소한의 룰을 통해 산업이 활성화돼야 암호화폐 악용을 억제할 시스템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로 여당 지지율이 흔들렸다. 특히 부산 민심이 크게 흔들렸는데 원인이 뭐라고 보나.
“표면적으로는 조 전 장관에 대한 불만으로 나타났지만, 부산 여론이 크게 흔들린 이유는 부산 경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렵지만 부산은 유독 더 힘들다. ‘서울 공화국’이라는 말이 있다. 서울에서 먼 지역일수록 그 거리에 비례해 더 살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부산에는 경남·울산의 제조업 기반 대기업에서 하청을 받는 중소기업이 많다. 업종이 쇠락하자 대기업, 중소기업이 도미노처럼 활력을 잃었다. ‘서울 공화국’ 현상까지 가세하면서 부산은 더더욱 힘들어졌다. 한국은행 연구보고서를 보면 부산의 역외소비율이 소비유입률의 2배다. 서울은 반대다. 게다가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 규모가 연간 20% 이상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쇼핑업체가 있는 수도권이 지방 자본을 흡수하고 있다.”

노유선 기자
사진=이혜영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