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상정·보수신당 창당바람·황교안 대표 리더십 상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범보수 통합에 관한 논의가 복잡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는 11월 초 가까이 다가서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그때뿐이었다. 패스트트랙 정국으로의 전환, 황교안 대표의 단식 등 변수들이 새로 생겼다. 21대 총선 승리의 필수불가결 조건이라는 보수 대통합은 일단 교착상태로 접어든 양상이다.

보수 세력들은 일단 통합보다 신당 창당에 속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유승민, 이언주, 이정현 등 보수 인사들이 앞다퉈 신당 창당을 예고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 행동(변혁)’은 연내 창당 목표를 공식화했고, 무소속 이언주 의원도 '청년 신당' 창당 계획을 밝혔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도 전문 관료와 40대 이하 청년층이 중심이 된 신당을 내년 2월까지 창당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대로 신당이 창당되면 야권은 최소 5개의 당으로 분열된 양상을 보이게 된다.

보수진영에 신당 창당 바람이 부는 건 패스트트랙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다면 공천 갈등으로 시름하기보다 각자도생이 낫다는 판단이 성립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는 소수정당도 이전보다 쉽게 비례대표를 배출할 수 있게 된다. 만일 보수가 단일 그룹으로 통합하게 되면 경선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의원직을 얻기까지 많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통합보다 혁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점도 변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합보다 ‘새로운 보수’를 기획하는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며 “중도의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수진영에 필요한 것은 통합을 위한 고차방정식이 아니라 단순명료한 인적 쇄신”이라고 덧붙였다.

보수 통합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야권 일각에서는 회의론이 일고 있다. 한국당과 변혁의 두 리더들조차 한발 뒤로 물러나 있는 모양새다.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에 반대해 당 차원에서 투쟁을 벌이고 있고, 유 의원은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변혁 대표직을 넘긴 상태다.

무조건식 통합보다 과정 중요
총선승리용 통합이라면 국민적 호응보다 반감을 살 것이란 주장도 있다. 황 대표는 지난 6일 보수대통합을 제안하면서 “문재인 정권의 독선과 오만을 심판하려면 내년 총선에서 확실한 승리를 이루고, 미래 대안이 될 수 있는 강력한 정치세력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자유민주주의 세력의 대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합 과정에서 한국당 간판을 내릴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통합에 필요한 일이라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를 두고 국민대 강상호 교수는 “무조건 뭉치고 보자는 식은 국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을 것”이라며 “통합의 과정이 어떠한지, 그리고 보수를 이끌 새로운 비전이 무엇인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황 대표의 단식 결단은 리더십 위기설을 단숨에 불식시켜 버렸다. 강상호 국민대 교수는 “지난 1년간 황 대표의 정치력에 대한 평가는 이미 끝났다”면서도 “황 대표가 단식이란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에 보수 진영에서는 당분간 황교안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황 대표의 리더십은 단식 전후 상당히 달라졌다. 리더십 위기설이 나왔던 단식 전과 달리, 황 대표가 건강이상으로 병원에 이송된 후 동조 단식 희망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황 대표 체제가 인적쇄신과 보수통합을 지속하기 위해선 적합한 참모 중용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황 대표가 우리공화당, 변혁 등을 포괄하는 범보수 통합에 앞장서는 동안, 인적 쇄신을 대신할 칼잡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황 대표가 단식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국당은 내년 총선에서 현역 의원 절반 이상을 교체하겠다고 밝히며 대대적 물갈이를 선포했다. 교체율을 높이기 위해 현역 의원 3분의 1이상 컷오프도 실시키로 했다. 강 교수는 “정치철학적 잣대가 있는 사람, 정치적 상상력이 있는 사람, 그리고 전술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핵심 참모로 중용해 황 대표를 보좌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천파동과 탄핵에 발목 잡힌 보수통합
공천 파동으로 보수 통합이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모든 보수 인사들에게 공천권을 줄 수 없기 때문에 2000년 16대 총선과 같은 공천 파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병 평론가는 “공천 문제는 보수통합의 최대 뇌관이 될 것”이라며 “결국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일부는 전략공천, 일부는 경선 등의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형평성 문제로 인해 보수가 분열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보수 진영이 통합보다 각자도생으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우리공화당 및 변혁과의 통합이 선거에서 득표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파와 탄핵 찬성파가 선거를 위해 뭉친다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며 “보수통합은 보수표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라도 더 많은 중도표가 이탈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슈가 보수 통합을 방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시사평론가 변희재씨는 “총선을 목전에 둔 시점이 오면 진보진영에서 분명히 탄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을 것”이라며 “이때 (보수 진영이) 단일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면 보수 분열에 따라 선거는 필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