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본회의를 통과한 512조3000억원 규모의 ‘4+1 예산’은 역대 최대인 초슈퍼예산이다. 이는 정부 원안보다 1조 2000억원 감액됐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보다 9.1%나 늘어난 수치다. 역대 정부 총지출을 살펴보면 2005년엔 200조원, 2011년에는 300조원을 각각 넘어섰다. 4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17년이다. 이때도 ‘슈퍼예산’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불과 3년 만에 100조원이 추가 확대 편성된 것이다.

예산안 증가율은 문재인 정부 들어 2년 연속 9%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증가율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당시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정부 예산을 10.7% 증가했지만 그 이후론 더 이상 예산 확장 정책을 펼치지 않았다. 오히려 2010년에는 예산 증가폭을 대폭 낮춰 2.9% 증가율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 평균 예산 증가율은 6.6%, 박근혜 정부 때는 4.4%였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집권 첫 해부터 7.1%의 증가율을 보이며 과감한 예산 확장 정책을 펼쳤다. 보건·복지·노동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정부 기조에 따른 것이다.


이번 2020년 예산안 역시 물가상승률이나 국가채무비율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복지에만 방점을 둔 편성이란 평이 나오고 있다. 내년 국가채무는 805조2000억원, 국가채무비율은 39.8%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60조 원이 넘는 적자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올해(33조8000억원)보다 약 26조원 많은 규모다.

이에 대해 명지대 신율 교수는 “OECD국가들의 부채비율이 대부분 높다고 하지만 그들은 선진국이기 때문에 비교대상이 아니다”라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관리재정수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1조5000억 원으로 올해 예산안 기준 관리재정수지 적자(37조6000억 원)보다 2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대 강상호 교수는 “이 같은 예산안은 총선을 앞둔 시점엔 효과적일 수 있다”며 “이 정부가 꾸준하게 복지국가를 지향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기적 측면에서는 ‘악재’가 될 것이라 우려했다. 강 교수는 “경기가 상당히 좋지 않은 데다가 내년에 세수가 따라주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라면서 “결국 국채를 발행하게 될 텐데 이는 아래 세대에게 짐을 떠넘긴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