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지지율 상승·호남민심 변화 등 긍정적
정강정책의 ‘파격’으로 당내 내홍 불거질 전망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연합

내달 3일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100일이다. 통합당은 김 위원장 취임 100일에 맞춰 당색, 당명, 정강정책 등을 바꿀 예정이다. 겉모습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래로 통합당에 ‘진취’를 강조하며 보수의 변화를 주장했다. 보수의 정체성이 흐려진다는 비판 속에서 통합당은 내홍을 겪었다. 100일 동안 통합당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김 위원장의 ‘중간 성적표’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공식 당무를 개시한 6월 1일 국립서울현충원 방명록에 "진취적으로 국가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썼다. 첫 비대위 회의에서도 “통합당이 진취적인 정당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에게 진취란 ‘모든 부분에서 시대와 함께 간다는 것’, ‘진보보다 앞서 가는 것’, ‘진보보다 더 국민의 마음을 사는 것’이다. 국민의 마음과 관련해 지난 10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통합당은 34.6%의 지지율로 창당 이래 최고 지지율을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5.1%로 집계됐다. 양당 격차가 오차 범위 이내인 0.5%포인트로 좁혀졌다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 청와대 참모진 일괄 사의표명 등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행보도 한몫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출범 초반에 ‘약자와의 동행’, ‘궁핍으로부터의 자유’ 등을 거론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의제는 진보의 것으로 여겨져 왔다. 통합당으로선 김 위원장의 발언이 파격이었다. 통합당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보수의 정체성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진보의 아류가 돼서는 영원히 2등이고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고 했고 장제원 의원은 “우리를 부정하고, 스스로를 자해하고 남들이 추구하는 노선에 한술 더 떠서 선점하려는 그런 노회함”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홍준표 의원도 "한국 보수·우파의 개혁은 역사적 인식에서 출발을 해야지 좌파 2중대 흉내내기를 개혁으로 포장해서는 우리는 좌파 정당의 위성정당이 될 뿐”이라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통합당 일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연일 정치권에 화두를 던지며 진보 정당보다 발빠르게 이슈를 선점했다. 기본소득제와 전일보육제가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진보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복지 아젠다를 진보 정당보다 한 발 앞서 거론했다. ‘보수의 파격’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어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진보 정당에 더이상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긴장하는 모양새다. 김부겸 전 의원은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통합당이) 김종인 대표 체제에서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 민주당이 정말 정신 바짝 차려야 될 때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김 위원장의 행보는) 진보 의제로 중도층 민심을 잡겠다는 전략”이라며 “민주당이 의제 선점에 더욱 분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합당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낸 김 위원장의 다음 목표는 ‘호남’이다. 지난 10일 김 위원장은 전남 구례 수해 현장을 찾았다. 이번에도 민주당 지도부보다 한 발 앞선 것이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지역을 민주당보다 먼저 찾았다는 것도 ‘파격’이었다. 이 같은 행보는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 호남의 통합당 지지율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총선 직후인 4월 20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호남의 통합당 지지율은 9.5%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달 10일 발표된 조사에서는 호남의 통합당 지지율이 18.7%인 것으로 집계됐다. 무려 2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호남 민심 끌어안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통합당 정강·정책에 5·18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담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19일에도 호남을 찾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그동안 사실 통합당이 지나칠 정도로 호남지역에 별로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다”며 “(광주 방문으로)호남 민심을 파악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래야 앞으로 호남에 대한 통합당의 여러 대책을 수립할 수 있고 그런 것을 알아보기 위해 간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중간 성적은 높게 평가되고 있다. 통합당 지지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이슈 메이킹’으로 대중의 관심을 이끄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강정책이다. 김 위원장은 정강정책개정특위를 만들어 통합당의 정강정책 전부를 탈바꿈할 계획이다. 이미 공개된 정강정책 초안에서 눈에 띄는 점은 ‘약자와의 동행, 경제 민주화 구현’이라는 내용이 들어간 것이다. 또 개정특위에 따르면 2·28 대구 민주운동, 3·8 대전 민주의거, 3·15 의거, 4·19 혁명, 부마항쟁, 5·18 민주화 운동, 6·10 항쟁 등 민주화 운동 사례도 정강정책에 포함된다. 이는 민주당 정강정책보다 많은 수치다.

정강정책이 최종적으로 발표되면 당내 혼란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김 위원장의 주된 과제다. 김 위원장의 ‘좌클릭’에 반발하는 세력으로 인해 당내 갈등이 드러나면 통합당 지지율은 다시 곤두박질칠 수 있다. 강한 당 장악력으로 통합당을 ‘통합’하는 것이 보수 혁신의 관건일 것으로 풀이된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