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친정부 인사…소송 불사” 반발 거세질 듯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수장은 ‘판사 출신’ 김진욱(54·사법시험 31회)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으로 내정됐다. 이로써 공수처 출범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김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남은 과제로 꼽히지만,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1월 중 공수처 출범 의지가 확고하다.

하지만 그 과정이 매끄럽지는 못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등 야당의 반발이 워낙 거세다. 일부는 공수처법 입법절차가 부당했다며 관련 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검찰개혁 2라운드’ 돌입 채비를 마친 정부·여당, ‘결사항전 2라운드’에 나서려는 국민의힘의 힘겨루기에 정국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非검찰 출신’ 김진욱…검찰개혁 의지 반증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내정자.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초대 공수처 처장 내정자로 지명된 김 후보자는 현재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다. 대구 출신으로 서울 보성고와 서울대를 졸업했으며, 1995년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로 임관했다. 이어 3년 만에 법복을 벗고 2010년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변호사 개업 초기인 1999년 이른바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때 특별검사팀에 특별수사관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다. 이후 2002년 미국 하버드 로스쿨을 수료, 2010년 김앤장에서 나온 뒤부터 헌재에 몸을 담았다. 헌재에서는 선임헌법연구관과 국제심의관을 겸직했다. 학구적인 성향에 합리적이면서도 원칙론자로 알려졌다.

검찰 조직에 몸담은 적 없는 김 후보자 내정은 예견된 측면도 있다. 공수처 출범의 주요 취지 중 하나가 검찰개혁이므로, 비검찰 출신이 처장에 임명될 것이란 관측이 컸다. 비검찰 출신이 현 정부 개혁 대상 1호 격인 검찰에 보다 날선 칼날을 겨눌 수 있지 않겠냐는 시각에서다. 김 후보자와 함께 최종 후보자였던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검사 출신이다. 형식적 들러리 후보로 추천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다만 공수처도 본질적으로 수사기관인 만큼, 김 후보자 역량에 물음표를 붙이는 시선도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지명하기 직전인 지난달 30일 오전 KBS라디오에 출연, 공수처장 후보자 관련 인터뷰에서 “조직 운영해본 경험도 없고, 수사 경험도 없다”고 언급했다. 실명을 언급하진 않았으나 김 후보자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여야 양보 없는 대결 양상 이어질 듯

지난달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될 듯하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항의를 했다.
김 후보자 내정을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은 온도차가 뚜렷했다. 민주당은 공정함에 기반한 권력 개혁 기대감, 국민의힘 등 야당은 혹독한 인사청문회를 예고했다. 특히 국민의힘 일부는 공수처법 제정 및 후보자 추천 등이 이뤄지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법적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초대 공수처장으로 지명된 김 후보자에 공정하고 중립적인 공수처를 기대한다”며 “20년 넘게 기다려왔던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화가 시작됐다”고 논평했다. 이어 “인사청문회를 포함한 공수처 출범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최형두 국민의힘 대변인은 “야당이 반대하지 않는 인물로 하겠다고 약속하더니, 야당 추천위원 추천권마저 원천 박탈하며 여당 주도로 후보 추천을 강행했다”며 “도덕성도 실력도 검증 안 된 ‘묻지마 공수처’는 고위공직 범죄 수사처가 아니라 ‘친문(친문재인) 청와대 사수처’가 될 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국민의힘 측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인 한석훈·이헌 변호사의 경우 법적 분쟁도 시사했다. 이들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던 야당 추천위원들의 반대 의결권이 박탈됐다”며 “서울행정법원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위원장 조재연)를 상대로 공수처장 후보 의결과 추천의 무효 확인을 청구하는 본안소송과 효력정지를 신청하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단 해당 소송이 유효한 쟁점으로 부각할지는 불투명하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두 후보가 공수처장 후보로 확정된 지난달 29일 추천위 회의에서 야당 몫의 표가 반영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힘 추천위원 2명의 퇴장으로 불거진 일이다. 이들을 제외한 추천위원 5명은 표결에 참여했으며 의결정족수도 개정 공수처법에 따라 성립됐기 때문이다.

월성1호기, 선거개입 수사 공수처로 넘어올까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지명하며 “국회에서 오랜 논의 끝에 공수처장 후보자를 추천했고 초대 공수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성과 역량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종 후보자를 지명한 만큼 법률에서 정한 바대로 국회 인사청문회가 원만하게 개최되어 공수처가 조속히 출범될 수 있도록 국회에 협조를 요청드린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바람대로 청문회가 ‘원활하게’ 개최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때 국민의힘측 추천위원들이 퇴장했던 전력에 비춰, 청문회 보이콧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주 원내대표도 “문 대통령의 최종 후보 지명을 본 뒤 청문회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청문회가 열리면 김 후보자의 수사 역량, 또 정치적 중립성 등에 관한 야당의 송곳 검증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에 관한 김 후보자의 입장도 추궁할 전망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휘할 두 사건 수사를 공수처가 가져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깔려 있다. 이 부분에서 김 후보자의 발언 정도에 따라 국민의힘이 거세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재가가 이뤄진 날 그는 “공수처 출범에 대한 기대, 그리고 걱정(을) 잘 알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달 중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에는 공수처 차장, 수사처수사관 선임, 수사처 검사 등을 뽑기 위한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법 규정상 공수처의 조직 구성 등에는 공수처장이 반드시 참여하게 돼 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