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후보들 앞다퉈 부동산 공약 발표
과세와 규제 놓고 상반된 정책

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서울시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부동산 정책을 선점하라.”

오는 4월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각종 부동산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여야 후보들이 앞다투어 부동산 관련 공약을 발표하면서 이번 보궐선거는 ‘부동산 표심 잡기’ 전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전셋값 폭등으로 부동산 이슈가 지난해부터 전국을 뒤흔들고 있는 만큼 정치권도 부동산 정책에 최대한 역량을 쏟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여야가 선보이는 부동산 대책의 가장 큰 차이는 과세와 대출 규제 완화 부분이다. 여당은 공급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조만간 발표예정인 25번째 부동산 대책도 공급대책 중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야권은 공급대책과 함께 징벌적 과세 완화를 함께 시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세금을 낮추고 대출규제를 풀어 주택 구입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먼저 야권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기세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3일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 원인을 진단하며 당 차원의 6대 부동산 정상화 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임대차 3법 개정 ▲징벌적 세금 철회 ▲고밀도o고층화 개발 추진 ▲대규모 도심 택지확보 ▲교통 대책 마련 ▲대출규제 완화 등이다. 국민의힘은 이들 대책을 추가 보완해 재보궐선거 공약으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재건축과 재개발을 활성화하고 대규모 도심 택지 확보해 공급확대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재건축o재개발 규제를 전면적으로 풀고, 철도차량기지를 옮기거나 복개해 청년o신혼부부 주택을 짓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또 양도세 중과 폐지, 공시가격 제도의 근본적인 손질 등도 담겼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부동산 대란은 시장 실패가 아니라 정책 실패 때문”이라며 “정부는 국민 10명 중 7명을 부동산 규제 지역에 가둬놓고 24번이나 잘못된 정책과 각종 규제를 쏟아냈다”고 질타했다. 정부의 공급확대 정책에 대해서는 “기존 정책기조를 대대적으로 혁신하지 않은 채 반짝 공급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공주택 16만호 공급 등을 내용으로 하는 주거 안정 부동산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지난 14일 부동산 과세 및 대출규제 완화, 공급확대 등을 골자로 한 서울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정부주도형 주택공급정책과 서민 주택정책을 중심으로 추진했지만 저 안철수는 서울시가 지원하는 민간주도형 주택공급정책으로 서민층은 물론 중산층도 함께 잘 살 수 있는 행복한 서울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5년간 주택 총 74만6000호 공급을 목표로 하겠다”며 서울시장 보궐선거 부동산 공약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공급 정책으로 ▲청년임대주택 10만호 공급과 관리비 지원을 위한 청년 주택바우처 제도 도입 ▲국철 및 전철 지하화에 따른 주상 복합형태 ‘청년 메트로 하우징’ 5만호 건설 ▲3040세대와 5060 세대를 위한 40만호 주택공급 등을 제시했다. 특히 안 대표는 “신혼부부에겐 청년 주택 우선 입주 및 10년 거주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040, 5060 세대를 위해서는 “역세권, 준공업지역 개발, 유휴부지 등을 통한 주택 총 40만 호를 3040 세대와 5060 세대가 집 걱정하지 않도록 안분하여 우선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규제 완화 정책과 관련해서는 부동산 세금을 대폭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는 “1주택자의 취득세와 재산세의 경우, 토지공시지가와 공동주택공시가격 인상분만큼 연동해 세율을 인하해 예전과 같은 세금을 낼 수 있도록 조정하겠다”고 했다.

야권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공격적으로 나오는 반면 여당은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의 부동산 정책을 세심하게 다듬는 데 집중하는 태세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공공주택 16만호 공급을 핵심으로 한 부동산 공약을 발표했다. 우 의원은 “살고 싶고 살기 쉬운 서울을 만들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담대한 구상이 필요하다”며 공공주택·정비사업·지원방식·도시재생·용도지역·층고제한 등 6대 분야에 걸친 부동산 정책을 공개했다. 세부 공약으로는 ▲공공주택 16만호 공급 ▲낙후지역의 속도감 있는 재개발 추진 ▲투기수요 차단하는 재건축 ▲부분 재개발 허용하는 ‘도시재생 2.0’ 추진▲복합용도지역 지정 확대 ▲35층 층고제한 유연한 적용 등이 포함됐다.

우 의원은 싱가포르 75%, 오스트리아 빈 40% 등 공공주택 비율이 높은 도시일수록 주택 안정화 정도가 높다며 기존에 공개했던 공공주택 16만호 공급 공약을 강조했다. 공공주택 비율이 8%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주택 비율이 높아져야 민간시장의 급격한 가격 상승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전세값 급등과 관련해서는 전월세상한제의 전면 도입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