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주간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진애 의원실 제공
‘도시 전문가’ 김진애, “역세권 미드타운 개발이 해법”
“다른 후보들, 허무맹랑한 공약으로 숫자 남발”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불도저 개발도 안되지만 필요한 개발을 주저하는 것도 안된다”며 전직 서울시장을 겨냥해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제는 서울시에 도시 전문가의 경륜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 학사, MIT 건축학 석사, 도시계획 박사를 졸업한 도시 전문가다. 참여정부 때는 대통령자문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에서 4대강국민심판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출마선언문에서 도시의 기본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무엇이 도시의 기본인가.
“살고 싶고, 걷고 싶은 도시가 도시의 기본이다. 유럽 도시가 좋은 이유는 일상 속에서 여러 가지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을 보면 아파트와 회사가 확연히 구분돼 있고 그 사이를 차가 메꾸고 있다. 여러 가지가 섞이면서 편안하고 즐거운 도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서울은 그렇지 못하다. 아파트 단지는 별도로 떨어져 있는 섬이나 마찬가지다. 이제는 도시를 도시답게 개발할 때이다.”

-역세권 미드타운을 강조하고 있다.
“역세권 미드타운은 우리나라 도시 개발에서 빠져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아파트 단지, 상업지역, 업무지역을 만들어왔지만 역세권 개발에는 부진했다. 난 역세권을 북적북적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도시다운 도시는 역세권 주변이 활성화돼 있는 도시다. 그래야 직주(직장과 주거) 근접이 가능해진다.”

-역대 도시개발 중 실패작으로 보는 것이 있다면.
“뉴타운 개발은 아주 전형적인 거품 개발이다. 원주민을 쫓아내고 거기 있는 일자리를 없애버렸다. 여러 기능이 섞여 있지도 않다. 시간이 지나 거품이 꺼지면 동네는 낙후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단지를 키우는 데 몰두한다. 좋지 않은 생각이다. 대단지를 많이 만들면 시장은 그때마다 흔들린다. 개발 단위는 작으면 작아질수록 좋다. 이 같은 개발 방식은 역세권 미드타운에서는 가능하다. 100년전 뉴욕이 바뀔 때도, 150년 전 파리가 바뀔 때도 개발 단위는 크지 않았다. 서울도 이 같은 ‘진짜 개발’이 필요하다.”

-벤치마킹하는 도시가 있다면.
“없다. 서울을 바라보면 도시 한 가운데 큰 강이 놓여있고 도심 가까운 데에 큰 산이 있다. 천혜의 입지와 탁월한 경관을 가진 굉장히 역동적인 도시다. 물론 섞여있고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 있다. 그것도 서울의 매력이다. 뉴욕이나 파리 등 외국 도시들은 질서정연한 느낌을 주고 있다. 뉴욕은 바둑판처럼, 파리는 방사선 모양으로 정돈돼 있다. 그쪽으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 서울은 서울답게 개발하면 된다.

-다른 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한다면.
“허무맹랑한 공약이 많다. 우선 우상호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공약은 삶에 밀접해 있다. 하지만 5년 안에 할 수 없는 공약들이 너무 많다. 지하철을 덮어서 그 위에 공공주택을 짓는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난 절대로 5년 안에 못한다고 본다. 지하철을 덮자고 결정하는 것만으로도 5년이 걸릴 것이다.

박영선 민주당 예비후보는 전형적인 조감도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 근사한 그림을 보여주고 이렇게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방식이다. MB(이명박)의 청계천, 오세훈의 한강 르네상스와 유사하다. 붕 떠있는 공약이다.

여야 모두 공통적으로 숫자를 남발하고 있다. 도시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숫자에 대한 감이 없다. 보통은 캠프에서 써온 공약을 (제대로) 모르고 읽는 것이다. 다만 오세훈은 좀 다르다. 서울시를 운영해봐서 실천 가능한 숫자에 대한 감이 있다. 성급하게 숫자를 늘어놓지 않는다. 나는 서울시 재정에 대한 분석도 끝났다. 모든 게 검증된 숫자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것이 서울시 시정에 참여해본 사람과 참여 안 해본 사람의 차이다.

-왜 지금 출마하는가.
“다들 ‘왜 소수 야당에서, 어려운 상황에서 나오냐’고 말한다. 10년 전 박원순 전 시장이 출마할 때 난 18대 국회의원이었다. 그때도 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박 전 시장이 선거에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출마 의지를 바로 접었다. 이유는 당시 시대정신이 부르는 서울시장은 시민 운동가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사람과 시민이 도시의 주인이라는 것을 전해줄 사람으로 박원순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쪽을 기꺼이 지원했다.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불도저 개발도 안되지만 필요한 개발을 주저하는 것도 안 된다. 양 극단에서 균형을 잘 잡을 사람, 도시 전문가로서 경륜이 있는 사람이 서울에 필요하다. 그래서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