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국제퍼스널컬러협회 협회장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에게 ‘보라색’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클린턴 전 장관이 보라색 옷을 입고 나타나자 외신들은 일제히 그의 패션에 주목했다. 그가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을 때도 보라색 옷을 입고 승복 연설장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두 경우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2016년과 2021년의 보라색은 다른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취임식의 보라색 복장은 ‘통합’을 강조한다. 민주당의 푸른색과 공화당의 붉은색을 섞으면 보라색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6년의 보라색은 슬픔과 고통, 우울을 상징한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색(컬러) 활용에 대해 은 “개인의 철학을 드러내는 컬러를 ‘퍼스널 컬러’라고 한다”며 “뷰티뿐 아니라 옷차림, 소품, 화장법 등 모든 디자인에 퍼스널 컬러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컬러이미지 컨설팅이 각광 받는 이유는 뭘까. 국내 첫 컬러이미지 컨설턴트인 김 협회장은 퍼스널 컬러는 물론 더 나아가 그에 맞는 의상, 소품 등을 개인적 특성에 맞게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인 맞춤형을 좋아하는 편”이라며 “자신의 내면과 철학을 외모로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시각 마케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상적인 대중 노출이 불가피한 정치인들이 이미지 마케팅에 관심을 갖는 것도 그래서 당연한 추세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의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김 협회장은 “특히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의 방문이 잦다”며 “주로 남성 분들이 찾아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왼)박영선 서울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 (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연합

박영선 서울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연합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상담한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상담 전과 후의 차이가 있다면?
“일하는 대통령, 잘 사는 대한민국, 경제 대통령 등이 당시 이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경제 개념과 블루 컬러는 연관성이 아주 높다. 그래서 이 전 대통령은 블루 넥타이를 주로 착용했다. 그런데 한번 더 생각을 하게 됐다. 경제적으로 우뚝 서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회사에도 직급이 있지 않나. 특히 최고경영자(CEO)는 네이비보다 그레이가 어울린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그레이톤으로 잡아봤다. 슈트가 아닌 넥타이에 그레이를 적용하기로 했는데, 문제는 여름이었다. 여름에는 그레이보다 실버가 어울린다는 판단 하에, 잿빛 블루 슈트와 실버 넥타이로 결론을 내렸다. 그 후로도 내 조언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이 코디한 모습을 보게 되면 속으로 뿌듯함을 느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이미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 후보는 블랙 헤어, 진한 블루 컬러의 재킷으로 강한 이미지를 어필한다. 짙은 컬러들이 혼용되면 서로 충돌하기 때문에 강한 이미지를 남긴다. 헤어 스타일은 볼륨 스타일의 단발 헤어를 고수하고 있어서 엘레강스한 면을 보여준다. 잘 어울린다. 하지만 여느 회사원 못지 않은 재킷을 착용해 불균형한 모습이 자주 나타난다. 통일된 이미지를 나타내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데 헤어스타일, 재킷 등이 일관되지 못한 느낌을 준다. 재킷 색상에 변화를 줘 진한 블루 대신 조금 더 편안해 보이는 블루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최근 ‘눈썹 문신’으로 화제가 됐다.
“안 대표의 이미지 변신은 칭찬할 만하다. 눈썹 문신과 헤어 염색, 헤어 스타일링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얼굴의 인상에서 눈썹은 80%를 차지한다. 눈썹숱이 많으면서 가지런하고, 일률적인 게 좋다. 여린 눈썹 색상은 힘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예전에는 ‘흐르는 헤어’였다. 볼륨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엔 헤어 제품으로 볼륨을 넣어 연출하고 있다. 눈썹, 염색, 볼륨 등 삼박자가 안 대표로 하여금 파워 있는 사람으로, 단단한 사람으로 비춰지도록 만든다. 여기에 발맞춰 검정색이 가미된 재킷을 입는다면 확고한 이미지를 줄 수 있겠다.”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부산시장 예비후보는 부산 시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어떤 이미지 때문인가.
“부산의 지형, 기후 등이 ‘선호색’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부산의 환경을 보면 가파른 언덕, 높은 음성, 빠른 행동, 그리고 해양도시라는 특색 때문에 색깔 있는 사람에게 끌림이 더 강할 수 있다. 박 예비후보는 강렬한 레드 컬러를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큼직큼직한 이목구비 때문에 한번 보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인상을 가지고 있다.”

(왼)이재명 경기도지사, (오)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백발로 바꿨다. 네이비 슈트, 아니면 블루 셔츠나 네이비 계열 넥타이를 활용한다. 어떤 이미지로 보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는가.
“백발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여실히 드러낸다. 염색된 검정 헤어보다 백발이 더 부드럽고 안정적인 인상을 준다. 그리고 백발과 네이비의 컬러 조합은 환상적인 짝꿍이다. 네이비 슈트와 네이비 넥타이는 믿음직한 이미지를 준다. 백발이 주는 부드러움과 네이비 컬러가 주는 믿음직한 모습이 잘 어우러져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이미지를 해석한다면.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종교적으로 많이 활용되는 컬러가 바로 회색이다. 신부님, 스님이 그러하다. 이는 중도, 포용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레이 슈트는 이 같은 이미지를 드러낸다.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개진할 때는 어울리지 않는 컬러다.”

● 김효진 컬러이미지컨설턴트 약력

△1976년생. △ 2015년 홍익대학교 색채학 석사. △1999~2005년 아모레퍼시픽 교육팀. △2005년~現 제이컬러이미지 대표. △現 국제퍼스널컬러협회 협회장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