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는 공회전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오른쪽)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표 회동할 당시 모습.(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 대한 부동산 투기조사를 거부한 국민의힘 등 보수야권이 타깃을 문재인 대통령에 돌린 모습이다. 문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물 것으로 보이는 경남 양산 사저 건축의 절차를 문제 삼으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그러는 사이 고위공직자 투기 근절을 위한 국회·지방의회 의원 전수조사 이슈는 차츰 희미해지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9일 “문 대통령 부부가 매입한 양산 농지 1871㎡가 9개월 만에 농업 이외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끔 하는 전용(轉用) 허가를 받았다”며 농지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현 정권 농지 불법 취득의 원조는 문 대통령”이라며 LH 직원들의 땅 투기 문제를 결부시키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여야의 공방전이 벌어졌다. 여기에는 문 대통령이 불씨를 당긴 측면도 일부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라”며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돈으로 땅을 사서 건축하지만, 경호시설과 결합돼 대통령은 살기만 할뿐 처분할 수 없다”며 “모든 절차는 법대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야당은 공세 수위를 높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사저에 경호시설이 포함돼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한다는 것은 틀린 이야기”라며 “경호법상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는 10년이면 끝나는데, 10년 후에는 양산 사저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이야기냐”고 되물었다.

이어 “그린벨트 내의 땅을 사고팔아 47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처남도 ‘법대로’ 재산 증식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시냐”면서 “처남에게 혹시 부당하게 투자정보가 흘러간 것은 아닙니까? 화내지 마시고, 아니면 아니다고 말씀해 주십시오”라고도 부연했다. 또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를 감시하는 기구인 ‘특별감찰관제도’를 시행하지 않은 이유”도 물었다.

여당은 즉각 방어에 나섰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회의에서 “아무 문제없는 양산 사저를 불법으로 매도한다”며 “대통령이 퇴임 후 고향에 귀농해서 자연인으로 시민으로 평범하게 여생을 보내시겠다는 것을 이렇게 정쟁의 도구로 활용할 문제인지, 국가의 품격을 한번 생각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의 퇴임 이후 사저를 놓고 여야의 각 원내대표가 목소리를 높인 가운데, 국민적 질타가 쏟아지는 부동산 투기에 관한 국회의원 전수조사 논의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여당은 이날까지 “국회의원을 비롯한 선출직 공직자 전원의 부동산을 전수조사하자”고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정치 공세’로 폄훼하는 모양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시청 인근 사무실에서 열린 '여행업 코로나19 피해 현황 청취 현장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민주당은 자기 당 소속에 대한 전수조사를 엄격하게 하면 된다”며 “우리 당까지 끌고 들어가려는 것에는 나쁜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당은 자체적으로 전수조사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전했다.

한편 이날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국민의당과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 비교섭단체 5곳은 회의원 300명 전원 및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부동산 재산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이번 투기사건을 셀프조사로 어물쩡 넘어가면 불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국회부터 제대로 된 책임을 다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