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단일화 비전발표회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온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서로 상대방의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나서면서 야권 단일화 불씨가 다지 지펴졌다.

안 후보는 19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후보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만족하시냐”며 “(여론조사의)유선전화 10% 포함이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수용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오 후보도 즉각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제가 양보하고 안 후보 측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는 결정을 하려 한다”며 “비록 여론조사의 기본원칙에는 어긋나지만 안 후보가 제안한 무선 100%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까지도 단일화 룰에 대한 의견 차이로 대립한 두 후보가 돌연 약속이나 한 듯이 상대의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상황이 이 같이 전환된 배경의 원인은 여럿이 꼽힌다. 대의를 위해 양보할 줄 아는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일부 있다. 또 범야권 지지자들의 피로감을 의식했다는 관측도 따른다.

오 후보는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와 정권교체라는 절대절명의 가치 앞에 제가 양보하고 안 후보 측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는 결정을 하려 한다”며 “이 결정으로 제가 야권 단일 후보로 선택되지 못하는 정치적 손해를 입게 될지도 모르지만, 저는 서울시장을 탈환하여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마련하라는 국민의 지상명령을 따르겠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공식적으로 김종인, 오세훈 두분이 요구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달라”며 “원하는 대로 모두 수용해드리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마음을 비웠다”면서 “오직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과 서울 시민들만 보고 가겠다. 중요한 것은 단일화를 조속히 성사시켜 더 이상 국민들을 실망시켜드리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기회에 두 후보가 단일화 룰 합의를 현실화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앞서 양측은 지난 18일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실무진 협상 단계에서 의견 차이만 확인해 왔다. 여론조사의 문항과 유선전화 결과 활용 여부 등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됐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두 사람이 알아서 하라”는 취지로 주문했다. 두 후보의 양보 선언을 본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두 사람이 만나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