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선거, ‘김영춘-박형준’ 네거티브 공방전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가덕도 신공항 건립 추진 등 정책 대결로 출발한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네거티브 공방전으로 변질됐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라임사태 의혹과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의 엘시티(LCT) 특혜분양 의혹이 맞붙은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두 후보의 가족 문제까지 거론되며 소송전까지 불거졌다. 대학 동문이면서 같은 동아리 출신 선후배인 두 후보의 얄궂은 관계가 네거티브 공방전으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모양새다.
민주당, LH 사태 맞불
박형준 엘시티 의혹 물고 늘어져
김영춘(왼쪽)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와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지난 12일 KBS부산 토론회 당시 모습.(사진=KBS부산 갈무리)
김 후보와 박 후보는 대학 시절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고려대 동문인 두 후보는 학부 시절 문학 관련 동아리에서 각종 서적을 탐독하고 토론하길 즐겼다. 관계로 보면 박 후보(79학번·사회학과)가 김 후보(81학번·영어영문학과)보다 2년 선배다. 박 후보의 하숙집을 김 후보가 물려받는 등 재학시절 당시 두 후보의 관계는 매우 돈독했다.
그러나 정치는 냉혹한 현장이다. 동아리 선후배 출신인 두 후보는 지금 1년짜리 부산시장 자리를 두고 서로를 흠집 내며 연일 난타전을 이어가고 있다.
도화선은 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17일 부산에서 개최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였다. 이 자리에서 박 후보의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엘시티 건설허가 취득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 및 특혜분양이 이뤄졌으며, 여기에 박 후보와 그의 가족도 연루됐을 수 있다는 의혹 제기가 핵심이다.
당시 김태년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은 “박 후보는 작년에 배우자 명의로 엘시티 아파트를 구입, 딸 부부도 이를 취득해 1년 새 무려 40억여 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된다”며 “서민들은 아연실색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 후보도 “부산시장을 하겠다는 분이 해운대 백사장을 망가뜨린 불법 개발 괴물에 들어가 살 생각을 하냐”고 거들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위기 돌파의 구실이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파장으로 민심이 거세게 들끓어 여권이 위기에 처하자 야권 후보의 부동산 관련 문제를 끄집어내 국면 전환을 시도했던 것이다.
현재 보궐선거 판세는 민주당에 불리한 양상이다. 김 후보는 선거 초반부터 오차범위 밖에서 박 후보에 밀리고 있다. 최근 3개 여론조사 기관(한국리서치·코리아리서치·입소스)이 지난 20~21일 KBS·MBC·SBS 지상파 방송3사 공동 의뢰로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르면 부산지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두 후보의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박 후보는 38.5%를 기록했다. 김 후보는 26.7%를 기록해 11.8%포인트 뒤쳐졌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 참고)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김 후보측은 계속 공세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었고 박 후보측은 일일이 맞대응에 나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19일 하루에만 4번의 기자회견이 열려 상호 비방전이 전개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날 김 후보는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후보의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김 후보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인 전재수 의원과 상임선대위원장인 박재호 시당위원장 등도 나서 박 후보 공격에 가세했다.
이에 박 후보는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과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런 다음 김현성 국민의힘 부산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이 나서서 김 후보의 라임사태 의혹을 꺼내들었다. 그는 “라임 사태 관련자 대부분이 1심 재판 중이거나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유독 김 후보를 비롯한 여권 정치인에 대한 로비 의혹 사건은 수사 자체가 답보 상태”라고 주장했다.
개인 가족사까지 들먹인 캠프
결국 양측 소송전 진행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양측은 그야말로 ‘성역’이 없는 네거티브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후보 당사자뿐만 아니라 직계가족과 주변 지인들까지 폭로전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고 말았다.
민주당은 박 후보 딸의 입시 부정 의혹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이는 김승연 전 홍익대 미대 교수가 박 후보 딸의 입시 부정 의혹을 제기한 것을 계기로 ‘불공정’ 프레임 공략에 나선 것이다.
박 후보측은 김 전 교수의 과거 이력을 끄집어 내면서 맞섰다. 김소정 국민의힘 부산 선대위 대변인은 지난 22일 성명서에서 “김 전 교수는 어렸을 때 죽을 고비를 다섯 번이나 넘기면서 기억상실증이라는 병에 걸렸다고도 알려졌다”며 “정권 나팔수들은 김 전 교수의 말을 철저한 검증도 없이 이리저리 퍼나른다”고 응수했다.
최근에는 박 후보의 전 부인 문제로까지 전선이 확대됐다. 지난 25일 김 후보측의 남영희 대변인이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놓은 발언 때문이다. 그는 이날 “박 후보는 조강지처를 버리고, 아니면 헤어지고 지금 새롭게 살고 있는 부인과 또 성이 다른 처자식에 대해서는 또 선 긋기도 한다”고 개인 가족사를 들먹인 것이다.
기어코 소송전이 불거졌다. 박 후보측은 딸 입시 부정 의혹을 제기한 김 전 교수 등을 상대로 5억 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남 대변인에 대해서는 “조강지처를 버렸다”는 표현을 문제 삼아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물론 이 같은 상황이 부산시장 선거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정책에 앞서 각각 일본 아파트, 내곡동 땅 관련 의혹으로 네거티브 공방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자연히 우려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선거 시기에 여전히 네거티브 공세로 본인의 지지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정치인들에게)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사회 분열과 갈등을 촉발시키고, 결국 시민들은 정치를 통해 희망과 기회를 얻는 대신 갈등을 조장하는 과정에 동원되는 매우 불행한 유권자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