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여론조사 지지율 1위 기록…김종인과의 결합 가능성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오는 4·7보궐선거가 종료되면 바로 대선 국면으로 들어간다. 이에 따라 차기 대선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향후 거취가 주목을 끌 수밖에 없다. 마침 보궐선거 후 ‘킹 메이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자연인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김 위원장이 윤 전 총장과 회동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아울러 윤 전 총장에 줄곧 러브콜을 보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보궐선거가 끝나면 차기 대선 준비에 탄력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총장의 향후 행보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말없이 강한 윤석열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윤 전 총장은 소리 없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총장 사임 이후 별다른 대외활동을 하지 않고 있지만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잇따라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2~24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전국 유권자 101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에서 윤 전 총장은 응답자 23%의 지지를 받아 1위에 올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2%로 오차범위 안에서 2위로 처졌다.
그 이전에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40%에 육박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지난 22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는 TBS 의뢰로 지난 19∼20일 전국 18세 이상 1007명에게 대선 후보 적합도를 물어본 결과 윤 전 총장이 39.1%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2위는 21.7%를 차지한 이 지사였다. 윤 전 총장이 17%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이 지사를 따돌린 것이다.(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 참고)
아직 정치에 입문하지도 않은 윤 전 총장의 지지율 상승세가 견고한 움직임을 보이자 정치권은 그가 언제쯤 칩거를 깨고 정치 일선에 나설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은 국민의힘 등 보수야권 진영의 구애가 노골적이다. 이들은 보궐선거가 끝난 뒤 야권 대통합 물결에 윤 전 총장도 합류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피력하고 있다.
야권 잠룡 중 가장 최근 윤 전 총장을 향해 러브콜을 보낸 인물은 유승민 국민의힘 서울시장선거대책위원회의 공동선대위원장이다. 그는 지난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보궐선거 이후)저는 당이 집단지도체제로 가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윤 전 총장이 국민의 지지를 상당히 받고 있기 때문에 저희와 나중에 힘을 합쳐 정권 교체를 같이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선택의 시간은 5~6월?
윤석열은 김종인과 손잡을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연합뉴스)
윤 전 총장이 본격적으로 정치적 행보에 나설 시기는 5~6월쯤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킹메이커’ 역할에 일가견을 보인 김종인 위원장의 예측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아마 늦어도 5~6월 정도에 (윤 전 총장의) 태도가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주목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가 앞서 “보궐선거 끝나면 당에서 물러나겠다”고 거듭 강조한 점을 비춰보면 5~6월께 자연인 신분의 ‘김종인-윤석열’ 회동이 가능하다. 특정 당이나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얼마든지 자유로운 입장과 조언이 오갈 수 있는 여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방송에서 윤 전 총장이 정치적 도움을 요청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누군가를 도와주기를 ‘스스로 결정’하기란 어렵다”고 선을 긋긴 했다. 그러나 이는 달리 말했을 때 ‘상대의 요청이 있다면 도울 수도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도 가능하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김 위원장은 자신이 먼저 연락할 일은 없지만 윤 전 총장쪽에서 연락이 오면 만날 수는 있다고 거듭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실제로 보궐선거 이후 야권에서는 김 위원장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보궐선거 출사표를 쥐게 된 것 자체가 사실상 김 위원장의 승리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보궐선거가 국민의힘 승리로 결론이 나면 김 위원장의 몸값은 다시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 일부 당내 반발도 나오겠지만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에 대한 대표 추대론까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노회한 정책인 김 위원장이 이를 모를리 없다. 의지만 있다면 제1야당의 대표 자리를 거머쥐고 대선을 진두지휘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시선은 더 먼 곳을 바라볼지도 모른다. 그 배경에는 ‘윤석열’이라는 쓸만한 원석을 가다듬을 궁리가 담겨 있을지 모를 일이다.
윤 전 총장 입장에서도 김 위원장과의 결합은 나쁘지 않은 카드다. 차기 대선의 유력한 변수로 떠오른 그와 자타공인 킹메이커로 불리는 김 위원장의 결합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적 이념 프레임에 갇히지 않은 채 외연 확장을 노릴 수 있다. 물론 안철수 대표도 이전부터 윤 전 총장에 러브콜을 보내긴 했으나 김 위원장과 비교할 때 무게감이 다소 처지는 것은 사실이다. 결국 폭발력을 가진 두 사람의 회동이 대선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장 윤 전 총장은 향후 행보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에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찾아가 정치 참여 여부를 물었다고 한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이 김 교수를 찾은 목적은 본인이 정치를 해도 괜찮을지를 묻기 위해서였다. 당시 김 교수는 “애국심이 있는 사람, 그릇이 큰 사람, 국민만을 위해 뭔가를 남기겠다는 사람은 누구나 정치를 해도 괜찮다”고 답을 줬다고 한다.
여권은 ‘윤석열 현상’이 마냥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직접적인 공격보다는 공직자 출신의 한계를 계속 꼬집는 선에서 대응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은 복지와 외교, 국방과 교육 등 전반에 대한 철학이 확고해야 할 수 있는 자리”라며 “윤 전 총장이 제 아무리 멘토를 통해 숙련하려 해도, 대권이 속성 과외를 통해 얻는 자리겠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인물이 돌풍을 일으킨 적은 많지만, 장기간의 시험대를 거치지 않고 주인공이 된 사람은 없다”며 “반기문과 안철수를 보면 된다”고 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