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국민의당 제공)

안철수, ‘아름다운 단일화’에 달라진 시선
갈 길 멀지만 정치적 활로 기반 다져


▣보궐선거 적극 지원...존재감 살아난 안철수
▣국민의힘 견제 의식...합당 논의 서두르지 않을 듯
▣김종인과 윤석열…두 산을 넘어야 하는 과제

예전과 달라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4·7 재보궐 선거 과정에서 안 대표는 ‘아름다운 단일화’를 보여주며 야권 승리에 기여했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때와는 천양지차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둔 배경에는 후보 단일화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자연스럽게 안 대표의 향후 정치적 입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후보 단일화 경선 패배로 인해 안 대표가 정치적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다. 반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사격으로 정치적 위기를 극복했다는 의견도 있다. 중도층 지지율이 높은 안 대표가 국민의힘을 지원한 것이 선거 압승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보궐선거 적극 지원으로 존재감 살아난 안철수
안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가 있었던 2011년 이래로 정치적 영향력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강상호 국민대 교수는 “안 대표에 대한 평가는 이미 끝났다”며 “과거 안풍(안철수 바람)은 재현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 운동을 통해 정치적 재기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인 13일 동안 국민의힘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야권 후보 지원 유세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 포옹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안 대표는 오 후보뿐 아니라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시의원 후보들까지 전방위적으로 국민의힘 후보들을 지원했다. 그 결과 안 대표를 지지하는 중도층이 국민의힘 표심으로 흡수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번 승리는 안철수라는 헌신적 견인차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며 “앞으로 노년층·보수층의 결집만으로 정권 교체는 불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에서 안 대표 활약이 야권 압승으로 이끌었다는 것과 함께 내년에 있을 대선에서도 안 대표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안 대표는 선거 후에도 오 후보를 찾아 격려했다. 안 대표는 오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된 지난 8일 자정을 넘겨 국민의힘 당사에 도착했다. 오 후보와 안 대표는 서로 부둥켜 안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어 안 대표는 마이크를 잡고 "야권이 단일화를 하고, 선거에서 승리해서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며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포함한 야권의 책임 있는 분들이 정권 교체를 위해 혁신하고, 단합하고 함께 힘을 합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모습은 단일화를 놓고 과거에 보였던 부정적 이미지를 일정 부분 불식시킨 ‘유종의 미’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비록 경선에서 패배했을지라도 이미지 개선이라는 성과가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견제 의식해 합당 논의 서두르지 않을 듯
안 대표가 다음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설은 정치권의 중론이다. 하지만 안 대표는 갈 길이 멀다. 우선 이번 선거를 통해 제3지대의 한계를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제1야당의 조직력 앞에서 제3지대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11년 안 대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이래로 지지율이 점차 하락했다.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8일 발표한 대선 주자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 대표는 4%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011년 안 대표의 지지율이 50%를 넘나들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저조한 성적표다.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존재감을 키워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선거를 앞두고 합당을 약속했던 점도 안 대표의 과제다. 합당 논의를 곧바로 시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합당에 대해 "이번 선거의 여러 과정이나 의미에 대해, 민심의 변화에 대해 자세하게 살펴보는 상황부터 가질까 한다"고 답했다. 야권 통합에 앞서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선거 결과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겠다는 것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미다. 안 대표는 "중요한 건 지난 100일간의 평가 작업이 먼저고, 전국 당원들을 만나면서 현장 목소리를 듣는 게 우선"이라며 "야권은 선거 승리가 끝이 아니다. 시작이다. 우선 야권이 변해야 하고 두 번째가 야권대통합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가 합당을 서두르지 않는 데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합당 후 범야권 통합전당대회를 치를 때 통합 야당의 대표로 출마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하지만 국민의힘 당권을 노리는 주류 세력을 중심으로 국민의당과의 합당 전에 전당대회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안철수 견제론’이 작용하는 셈이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일 저녁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 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손을 맞잡고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안 대표는 지난 8일 국민의힘 선거상황실에서 “저를 포함한 야권의 책임있는 분들이 단합하고 함께 힘을 합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합당을 암시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이후에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여러가지 논의를 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전당대회 시기를 갖고도 여러 다른 의견들이 나오는 걸로 안다. 그 과정 동안 저희도 그런 과정을 거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내부의 견제나 반발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합당 논의를 이어갈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종인과 윤석열…두 산을 넘어야 하는 과제
안 대표의 향후 정치 재개를 위해서는 두 개의 산을 넘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하나는 야권의 정치적 대부 반열에 오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껄끄럽고 불편한 관계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의 문제다. 특히 안 대표의 정치력에 대해 끊임없이 부정적 인식을 내비치는 김 전 위원장의 인식을 과연 바꿀 수 있는 지, 그것이 불가능하면 독자적인 세력 구축이 가능한 지 여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다른 하나는 강력한 경쟁자일 수도 있고, 동반자일 수도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이다. 윤 전 총장이 정치를 선언한 후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야권대통합을 위한 판을 키우는 동반자적 관계를 이어갈 수는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도가 안 대표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면 안 대표 역할이 ‘킹메이커’ 조력자로 바뀔 수도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 결국 두 개의 산을 어떻게 넘느냐에 따라 안 대표의 정치 인생이 다시 꽃을 피우거나 막을 내리는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