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과의 합당 두고 국민의힘 파열음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4월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당 안팎으로 시끄럽다. 국민의당과 합당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제는 당내부에서도 합당을 두고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선거 승리라는 구심점이 사라지자 국민의힘이 또다시 사분오열되는 모양새다. 이는 합당과 당권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떠났고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은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의원총회를 열고 국민의당과의 통합,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분리선출 등에 합의했다. 주 권한대행도 이날 의총에서 원내대표직 조기사퇴를 결정했다. 일단 불협화음을 무마하기 위한 의견통일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합 후 전당대회냐, 통합 전 전당대회냐 여부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차기 당권을 노리는 당내 인사들은 합당과 전당대회를 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합당과 전당대회 선후 순서, 합당 방식 등을 놓고 저마다 이해관계에 따라 ‘백가쟁명’식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의총에서 통합 원칙 찬성, 방식은 결론 못 내
지난 3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서울시장이 되어, 국민의당 당원동지들의 뜻을 얻어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다”며 합당 협상의 물꼬를 텄다. 당시 안 대표는 서울시장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하더라도 합당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했다. 4·7 재보궐선거가 끝나자 정치권의 시선은 양당 합당으로 옮겨졌다. 아직까지 합당 시기, 합당 방식 등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안은 없다.

일각에서는 합당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합당의 필요성, 합당의 당위성에 대한 (지도부의) 설명이 없었다”며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할 시점에 합당 문제로 자중지란이 나타나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위원장은 지난 8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장 경선 과정에서 봤듯 정당을 스스로 강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외부 세력에 의존하려 한다든지, 당을 뒤흔들 생각만 한다든지,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 내는 사람들이 아직 국민의힘 내부에 많다"고 지적했다. ‘외부세력이 안 대표를 지칭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주 권한대행과 안 대표는 합당의 필요성으로 ‘정권교체’를 내걸고 있다. 주 권한대행은 지난 15일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실패나 폭정에 대해서 야권이 대통합해서 단일 후보를 만들어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많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 대선 때는 범야권의 대통합이 꼭 필요하고 그래야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당내 중진들 합당과 전당대회 선후관계 신경전
국민의힘은 당 지도체제를 꾸려야 하는 전당대회가 시급한 문제다. 합당과 전당대회 선후 관계와 관련해 당내 중진의원들의 의견은 둘로 갈린다. 조경태(5선) 의원은 지난 14일 당 지도부와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더 이상 미적거리다보면 이 또한 언론에서, 국민 시선에서는 자중지란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며 “예측 가능한 전당대회 일정을 공개하고 준비를 통해 당원들 뜻을 물어서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당당한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반면 정진석(5선) 의원은 "최근 자강이 먼저냐, 통합이 먼저냐 논란이 있는데 저는 통합이 곧 자강이라고 생각한다"며 "단일 대오, 더 큰 제1야당을 만들고 더 단단해진 야권의 세력을 구축하는 게 어떻게 자강이 아닐 수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전당대회를, 정 의원은 합당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합당 후 전당대회를 치르면 안 대표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단일후보 경선 패배를 인정한 뒤 적극적으로 선거 유세에 참여한 것을 높게 평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안 대표의 공로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식기 전에 합당 후 전당대회를 여는 것이 (안 대표 입장에선) 좋을 것”이라며 “반대로 본인의 차기 당권을 노리는 의원들은 합당 이전에 전당대회를 치르자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거취 문제도 합당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이라는 범야권 플랫폼에 합류할 수 있도록 서둘러 합당 절차를 완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합당이 차일피일 늦어지게 되면 윤 전 총장이 제3지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김종인 “말도 안 되는 소리”…합당에 부정적 인식
합당 방식도 난제다. 개별입당, 신설합당, 흡수합당 중 결정된 것은 없다. 우선 개별입당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내부에서 국민의당의 개별 입당이 거론되는 상황에 대해 "국민의힘의 오만함을 보여준 발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개별입당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설 합당의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주 권한대행은 같은 날 당 지도부와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신설 합당의 경우 당명과 정강정책 등 전반을 고쳐야 하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고민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의 통합 후 전당대회 주장에 대해 날을 세워 주목을 끌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6일 금태섭 전 무소속 의원과의 조찬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내부의 ‘선(先)통합 후 전당대회’ 논란에 대해 “주호영 원내대표가 자기 혼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합당과 관련해서도 "솔직히 서울시민들이 국민의힘, 국민의당 통합하라고 오세훈 시장을 당선시켜줬나"라며 "그런 식으로 선거 결과를 해석하면 별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