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들 집단행동에 박준영 결국 낙마…부동산 정책이 ‘2라운드’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민주당의 공개적 반발일까, 레임덕의 본격적인 신호일까. 내년 3월9일로 예정된 대선이 채 30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간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장관 후보자 3인방인 '임·노·박’(임혜숙·노형욱·박준영)의 거취 문제를 놓고 민주당은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사실상 청와대의 의중에 반하는 집단 행동에 나섰다. 그러자 당초 후보자 3명의 임명 감행을 시사한 것으로 보였던 청와대는 초선 의원들의 주장을 수용하는 형태로 봉합을 한 모습이다.

송영길 대표 “당이 중심이 되겠다” 선언…청와대와 갈등 불가피

새로운 당청 관계를 표명한 송영길 대표의 리더십도 빛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는 지난11일 재선의원 간담회에서 당청관계를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송 대표는 “부동산 사태의 원흉이 김 실장이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김상조(전 청와대 정책실장)는 내로남불의 극치였다”면서 “여당 국회의원들을 향해 청와대 정책실장이 강의하는 듯 하는 것부터 바꿔야 한다. 당이 중심이 되는 대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보궐선거 참패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민주당은 송영길 신임 당대표 체제를 계기로 쇄신을 모색하고 있다. 송 대표도 “당이 중심이 되겠다”고 밝히면서 청와대가 아닌 당이 정국 주도권을 가져올 것임을 예고하고 나섰다. 임기말 레임덕으로 집권당과 청와대가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송 대표의 발언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바로 장관 후보자 임명 문제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특별연설에서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이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부적격’ 딱지를 붙인 3인방의 임명을 그대로 감행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자 지난 12일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후보자 낙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초유의 집단행동에 나섰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이날 “장관 후보자 3명중 최소 1명을 낙마시켜야 한다”고 지도부에 정식으로 요구했다. 전날 송 대표가 주최한 재선 의원 간담회에서도 인사 문제를 두고 “당 지도부가 결단하라” 는 등 임명 감행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나온 상황이었다.

사실상 문 대통령의 의중을 거스르는 집단 반발이나 다름이 없는 장면이 집권당 내부에서 연출된 것이다. 급기야 청와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국민 여론은 물론 민주당 내의 부정적인 분위기를 의식한 결과다.

결국 3인방 중에서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매듭이 풀리는 국면이 전개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자가 국회 또는 여당에서 어떻게 논의가 진행되는지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청와대와 소통 과정에서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겉으로는 박 후보자의 자진 사퇴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야당은 여전히 반발했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박 후보자가 자진 사퇴로 물꼬를 트자 바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임명안을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밤 김부겸 신임 국무총리 임명안도 재가했다.

文 “당 주도로 정책 마련이 바람직”…부동산 정책 놓고 당청 관계 주목

그러나 친문(친문재인)계 일부 의원들은 민주당 내 장관 후보자들의 결격사유가 없는데도 낙마를 요구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친문 핵심인 윤건영 의원은 지난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특정후보가 특정한 사안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면 정확하게 적시하는 게 맞다”며 “후보자 중 한 명은 떨어뜨렸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친문계 강병원 최고위원도 같은 날 KBS 라디오에서 “보수언론과 야당이 안 된다고 하니 1명 정도 탈락시키자는 접근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과 친문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초선 의원들을 향한 비판 의견이 속속 게재됐다. 일부 초선의원들에게는 원색적인 비난을 담은 문자 폭탄 공세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같은 반발에도 민주당내 ‘당 중심’ 기조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정부와의 대척점은 부동산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관 후보자 임명 문제가 봉합되자 부동산 문제로 2라운드가 전개되는 모양새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재선의원과의 간담회에서 “여당 의원들이 청와대에 휘둘리는 것을 바꾸겠다”고 직접적으로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최근 주요 정책에 대해 정부와는 조금씩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송 대표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특별위원회의에서 “청년, 신혼부부들이 집값의 6%만 있으면 집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금융구조를 완성해 국토교통부에 제기했다”며 “획기적인 방법으로 자기 집을 가질 수 있는 대책이 만들어져야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의 부동산 세금 과 관련해서도 “당장 재산세와 양도소득세 문제가 시급하다”며 “공시지가와 집값 상승에 따른 세금 조정 문제를 긴밀하게 토의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양도세 역시 배제하지 않았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당 신임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당이 주도적으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고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미경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다양한 현안에 대한 당 지도부의 발언을 청취한 뒤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레임덕에 따른 임기말 정권에서 반복된 당청 갈등을 우려해 문 대통령이 신임 지도부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가격 안정, 투기 근절, 안정적 공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함께 기울이자”고 당부했다. 앞으로 나올 부동산 정책의 전환과 관련해 당청이 ‘원팀’의 모습을 보일지, 또 다른 갈등을 양산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