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장유유서’ 언급하다가 역풍 맞기도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나경원 후보가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막말’은 선거 승패를 뒤집을 정도로 무섭다. 선거 시즌이면 당 지도부는 ‘막말 경계령’을 내리지만 매번 막말과 실언이 나오기 일쑤다. 그런데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은 다른 모양새다. 화려한 말잔치 속에 막말 대신 상대방을 저격하는 ‘뼈’가 있다. ‘스포츠카’, ‘전기차’, ‘화물트럭’이 등장하는가 하면 노익장을 과시한 미국 프로 골프선수까지 동원됐다.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굉장히 좋지 않나. 매우 신선한 아이디어로 격돌하는 것 같다. 아주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11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주호영 선배께서는 팔공산만 다섯 번 오르시면서 왜 더 험한 곳을, 더 어려운 곳을 지향하지 못하셨습니까"라고 비판했다. 주 전 원내대표가 팔공산이 있는 대구에서만 5선을 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앞서 주 전 원내대표는 CBS 라디오에서 "에베레스트를 원정하려면, 동네 뒷산만 다녀서는 안 되고, 설악산이나 지리산 등 중간 산도 다녀보고 원정대장을 맡아야 한다"며 초선급 당권 도전자들을 겨냥해 경륜을 강조했다.

나경원 전 의원의 ‘화물트럭’ 발언도 화제다. 나 전 의원은 24일 CBS 라디오에서 "이번 당대표는 사실 멋지고 예쁜 스포츠카를 끌고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 정말 짐을 잔뜩 실은 화물트럭을 끌고 좁은 골목길을 가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전 최고위원은 "올 초에 주문을 넣은 차는 전기차라서 매연도 안 나오고 가속도 빠르다”며 “내부 공간도 넓어서 많이 태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깨끗하고, 경쾌하고, 짐이 아닌 사람을 많이 태울 수 있고, 내 권력을 나눠줄 수 있는 그런 정치를 하겠다"고 응수했다.

미국 프로골프 PGA 메이저 대회에서 최고령 우승을 일군 필 미켈슨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정진석 의원은 “스무 살 더 많은 필 미켈슨이 브룩스 켑카보다 드라이버 거리를 더 내면서 PGA 메이저 대회에서 최고령 우승했다”며 “경륜이 패기를 이겼다. 노장들아, 기죽지 마라”고 일갈했다. 주 전 원내대표와 나 전 의원 등 중진들의 선전을 응원하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 전 최고위원을 사실상 견제한 모양새다.

‘이준석 돌풍’이 거세지자 여당 내에서도 ‘경륜’ 공방에 참전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난 25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서 이준석 현상에 대해 “우리나라에는 장유유서(長幼有序) 문화가 있다”고 한 발언이 화근이었다.

당장 민주당 내에서도 거센 역풍이 불었다. 박용진 의원은 같은 날 “정 전 총리의 말에 깜짝 놀랐다”며 “40대 기수론 정당인 우리 민주당이 어쩌다가 장유유서를 말하는 정당이 됐나”라고 지적한 것이다. 김남국 의원도 “자칫 민주당이 청년들에게 닫혀있는 ‘꼰대 정당’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정 전 총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같은 비판이 확산되자 다음 날 TBS 라디오에서 “장유유서를 지켜야 한다가 아니라 그런 문화가 있어서 어려울 것이다. 젊은 후보가 제1야당인 보수 정당의 대표 선거에서 여론조사 1위에 오른 것은 큰 변화이고 그런 변화가 긍정적이라는 평가였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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