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송영길은 ”민심” vs 원내대표 윤호중은 “개혁”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사진=연합뉴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쇄신을 외치고 있지만 실질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하는 후보들은 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박용진 의원, 양승조 충남지사, 이광재 의원이 차례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출마 여부를 밝히진 않았지만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을 포함하면 민주당 출신 차기 대권주자는 여섯 명 이상이 된다. 4·7 재보궐 선거 참패 후 당내 쇄신은 미뤄지는 가운데, 대권주자만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4·7 재보궐선거는 '대선 전초전'으로 불리며 국민들의 주목도가 높았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민주당은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자리를 동시에 국민의힘에 뺏기며 정권 재창출이 요원해졌다. 특히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모두 패배하는 등 그야말로 ‘참사’라고 할만한 민주당의 참패였다.

민주당이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달 12~15일간 실시한 집단심층면접(FGI) 결과, 민주당에 대한 최초 연상 이미지로 파랑(10%)에 이어 ‘내로남불’(8.5%)이 꼽힌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진보(6.5%), 문재인(6%), 집권당(2.7%), 무능(2.4%), 거짓말(1.8%), 성추문(1.5%) 등의 순이었다. 이를 의인화하면 민주당은 '독단적이고 말만 잘하는', '진보적·이념적이며 정의를 추구하지만 가식적인', '무능한', '도덕성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40~50대 남성이었다.

이후 민주당은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전당대회를 치르며 당내 분위기를 수습하는 데 분주했다. 하지만 새 원내대표로 ‘친문(친문재인)계의 주류’인 윤호중 의원이 선출되면서 일각에서는 인적 쇄신에 대해 실망했다는 비판도 일었다. 지난 4월 윤 원내대표와 경쟁했던 ‘비주류’ 박완주 의원은 당내 체질 개선과 쇄신을 강조하면서 지지를 얻는 듯 했으나 ‘주류’를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윤 원내대표는 “빨리 재보선 패배의 늪에서 벗어나 일하는 민주당, 유능한 개혁정당으로 함께 가자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며 “개혁의 바퀴를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속도 조절, 다음에 하자 등은 모두 핑계”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개혁, 언론개혁, 많은 국민들께서 염원하는 개혁입법을 흔들리지 않고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지난달 전당대회에서는 5선의 송영길 의원이 새 당대표에 당선됐다. 계파색채가 뚜렷하지 않은 송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되면서 민주당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쇄신 행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5일에 시작한 ‘국민 소통·민심 경청 프로젝트’가 당 쇄신을 위한 첫 번째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초선·재선·3선 의원과의 간담회, 20대 청년과의 간담회 등을 진행했지만 규모는 미미했고 신선하고 쇄신을 불러 일으킬 메시지도 부족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송 대표가 자신의 입지를 넓히고 존재감을 부각시킬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174명의 소속 국회의원과 17개 시·도당, 253개 지역위원회가 6월 1일까지 진행하는 ‘국민 소통·민심 경청 프로젝트’ 출범식을 열었다. 송 대표는 “국민들의 어떤 쓴소리라도 달게 받을 자세가 돼 있다”며 “일주일 동안 국민 총의를 모아 민주당의 새로운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송 대표가 문 정부의 ‘개혁 노선’을 후순위로 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당초 송 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지금은 승리를 향한 변화를 위해 주저없이 전진해야 할 때”라며 “유능한 개혁, 언행일치의 민주당을 만들어 국민의 삶을 지켜내고 국민의 마음을 얻겠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삶을 지켜내고 문재인 정부를 성공적으로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 대표는 이후 5대 의제를 정하고 이를 줄곧 밀고 있다. 5대 의제에는 개혁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이 특이점이다. 송 대표는 부동산·백신·반도체·기후변화·한반도 평화번영을 5대 의제로 꼽았다. 이번 국민 소통·민심 경청 프로젝트 역시 개혁을 후순위로 미루는 명분을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쇄신 움직임은 사실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민주당 내 초선 모임인 ‘더민초’가 지난달 9일 재보궐선거의 참패 요인 중 하나로 ‘조국 사태’를 지목하고 나서 초선을 중심으로 한 정풍 운동의 막이 오른 것 아니냐는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집중적으로 문자 폭탄 세례를 당하는 등 비난이 쇄도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초선의원들의 조국 사태 사과에 동참했던 장경태 의원이 직접 해명에 나서면서 한 발 물러선 이후 당내 쇄신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에서 불고 있는 ‘이준석 돌풍’을 지켜보는 민주당의 시선은 좀 미묘하다. 친문 핵심계로 불리는 전재수 의원은 지난 26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준석 돌풍에 대해 “굉장히 부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속도 좀 쓰린 측면이 있다”며 “역동적이고 톡톡 튀고 생기발랄한 게 얼마 전까지는 우리 당, 민주당의 트레이드 마크였는데 언제 저게 저기로 갔지? 왜 저기서 저러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당 내 소신파인 조응천 의원도 같은 심정을 내비쳤다. 조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정말 놀랍고 부럽다”며 “불과 한 달 전에 우리 당 전당대회를 보면 굉장히 비교가 되지 않나”라고 소회를 밝혔다.

반면 정청래 의원은 이준석 현상을 폄하해 대조를 보였다. 정 의원은 지난 25일 라디오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당 대표가 되는 것은 우리로서는 나쁠 게 하나도 없다"며 "그가 당 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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