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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계파-조직’ 3대 카르텔 깨트린 '혁명'

이준석 발 '세대교체' 돌풍에 중진들 속수무책...
주호영, 나경원 전 원내대표 '치명타'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의 승리는 수십 년 동안 한국 정치를 볼모로 잡았던 ‘카르텔’ 정치의 구도를 타파한 혁명적 결과물이다. 이 대표가 깨트린 3대 카르텔은 지역, 계파, 조직이다. 영남과 호남의 대립을 자양분으로 삼은 고질적 지역주의, 끊임 없이 갈등과 반목을 반목해 후진적 정치 행태를 보였던 계파 정치, 새로운 정치세력의 진입을 가로막은 조직 선거를 말한다.

  •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왼쪽)가 11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된 뒤 정진석 의원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구에서 ‘박근혜 탄핵 정당” 승부수
이 대표의 카르텔 깨기의 상징적 장면은 대구 지역에서의 합동연설회를 꼽을 수 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합동연설회에서 탄핵을 정당화하는 정면 승부를 걸었다. 보수의 본거지인 대구에서, 15대부터 박 전 대통령을 내리 5선으로 만들어 준 보수 야당의 심장부에서 돌직구를 날린 것이다.

친분이 깊은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역구였던 대구에서 ‘배신의 아이콘’으로 낙인이 찍힌 직접적인 원인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적극적으로 찬성했다는 이유였다. 유 전 의원과 같이 탈당을 감행해 탄핵을 이끌어냈던 이 대표가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1위를 달리면서 당권 도전자들 중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온 입장에서는 몸조심을 하는 것이 기존의 정치적 셈법이었다.

이 대표는 관행적인 정치를 거부했다. 그는 합동연설회에서 “저를 영입한 박 전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을 배척하지 못해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했고,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민의힘 내부에 잠적한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논란을 정면으로 끄집어 낸 것이다.

이 대표의 ‘탄핵 정당화’ 발언은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전략이다. 하지만 그조차 후폭풍을 두려워한 것은 사실이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구 발언과 관련해 “사실 긴가민가했다. 조마조마하기도 했고, 시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 대구·경북(TK) 지역에서 탄핵 문제가 돌파되면 내년 대선이 희망적이어서 사실 의도적으로 한 발언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탄핵 정당화 발언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했고 TK에서도 지지율 1위로 나타난 것이다. 여론조사업체 PNR리서치가 머니투데이와 미래한국연구소의 의뢰로 지난 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차기 당대표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냐'고 물은 결과, 이준석 후보가 41.3%로 1위를 기록했다. 특히 국민의힘 최대 지지기반인 TK에서 이 후보에 대한 지지(47.8%)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쟁자인 주호영 후보의 텃밭에서 탄핵이 정당하다고 외친 36세의 원외 정치인이 지지율 1위를 기록한 것은 ‘이준석 현상’의 정점이었다. 보수의 자존심으로 뭉친 TK에서도 보수가 변해야 한다는 지점에서 전략적 선택을 한 셈이다.

비례대표 대신 3번의 낙선을 택해 계파정치 타파
이 대표의 승리는 계파를 등에 업은 승리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국민의힘 내부를 뒤흔든 갈등과 분란의 씨앗은 ‘친박’(친박근혜)-‘친이’(친이명박)로 갈라선 계파정치였다. 그 부산물은 현재도 친박과 ‘비박’(비박근혜)계로 구분돼 작동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경원 후보와 주 후보가 이 대표를 향해 ‘유승민계’라고 공격한 배경도 그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유승민계라는 계파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실체가 드러난 것이 없다. 굳이 말한다면 탄핵 사태로 탈당해 만든 바른정당 출신들이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정도이지 이를 유승민계라는 계파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대표는 지난 5월 31일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준석이 계파적 관점에 찌든 사람이면 우선 박근혜의 황태자로 살았을 것”이라며 “당시 친박이 하란대로 했으면 벌써 비례의원 달고 몇선 했을텐데, 그래도 안했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국회의원을 원했다면 최소한 재선은 보장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존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스스로 이를 거부하고 보수야당의 험지인 서울 노원병에서 내리 3번의 낙선을 감수했다. 따라서 스스로 계파정치를 거부했고 빚도 없기 때문에 고질적인 계파 정치를 타파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조직 동원 없이 나홀로 ‘노마드’ 선거전략
이 대표는 이번 당권 선거에서 캠프나 사무실 없이 사실상 ‘나홀로’ 선거 전략으로 임했다. 일정이나 메시지는 이 대표 스스로 가다듬었다. 공보업무 실무자 몇 명만 따로 두고 도움을 받는 정도였다.

선거철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당원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문자메시지도 보내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안별로 대응하고 있다. 캠프가 차려지지 않았으니 공보, 선거대책본부 등과 관련된 임명장을 받은 사람도 없다. 기존 여의도 문법과 크게 벗어난 선거운동을 벌인 셈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 3일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선거운동 방식에 있어서 제가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고 있다”며 “새로운 정치문화의 변화라는 것도 저에게 주어진 책무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캠프도 차리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일정을 소화하는 이 후보의 축소지향적인 선거운동을 보고 ‘노마드’(유목민) 선거전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떤 점에서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노마드 선거전략을 가능하게 만든 요인도 부인할 수 없다. 코로나19 방역 문제로 일정 규모 이상의 집회가 불가능해 당내 조직력을 동원한 모임 등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전의 당권 선거에서는 해당 지역구의 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이 주도해 전세버스를 빌려서 조직력 선거를 과시했다. 계파정치가 가능했던 것도 이 같은 조직동원 싸움이 당내 선거를 좌우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면접촉이 제한되면서 이준석표 노마드 선거전략이 가능해졌다. 기존 캠프의 문제점이었던 비용, 당직 관련 약속 등의 폐해가 최소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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