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오는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장소는 윤봉길 의사 기념관을 택했다. 지금까지 측근을 통한 ‘전언정치’의 한계를 보여준 것과 달리 직접 대선 출마와 향후 정치 일정과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전 총장 앞을 가로막고 있는 난관은 첩첩산중이다. 최근 ‘윤석열 X파일’과 대변인 사퇴 등으로 곤혹을 치르면서 지도자로서의 자질 문제가 불거졌다. 대항마로 거론되는 최재형 감사원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자강론’을 앞세워 벌써부터 ‘오세훈 등판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 모든 배경에는 ‘윤석열 리스크’가 깔려있다.

‘X파일’ 대응 대신 오세훈·원희룡 회동한 이준석
윤 전 총장 관련 의혹이 담겼다는 이른바 '윤석열 X파일'이 화제가 된 건 지난 19일.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X파일을 입수했다. 윤 전 총장이 국민 선택을 받기 힘들겠다"는 글을 남겼다. 이에 이 대표는 23일 “(윤 전 총장은) 당내 인사로 분류되는 분이 아니기에 (X파일에) 공식적으로 대응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이 대표는 지난 22~23일 이틀간 오세훈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당내 대권 잠룡들을 만나 당 차원의 협력을 약속했다. 이 대표는 오 시장과 정책적 협조를 약속하는 한편, 원 지사의 '탄소 없는 섬 2030' 정책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행보가 윤 전 총장을 향한 무언의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재촉하기 위해 ‘조직력’을 과시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해석으로는 ‘자강론’이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는 데다 윤 전 총장 리스크도 불거지자 여차하면 당내 후보로 대선을 치를 수도 있다는 압박용 행보라는 것이다. 뚝심으로 자강론을 밀어 붙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학 교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비롯한 야권 인사들 사이에서 윤석열에 대한 회의감이 퍼지고 있다”며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보이지 않아 실망한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X파일 때문이 아니라 무(無) 비전, 무 소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X파일’이 아니라 ‘지도자 자질’이 리스크?
윤 전 총장은 주로 대변인이나 측근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전형적인 ‘전언정치’다. 지난 9일 측근 장예찬씨가 페이스북을 통해 윤 전 총장의 메시지를 해설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날 윤 전 총장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 참석해 “우당과 (그) 가족의 삶은 엄혹한 망국의 상황에서 정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생생하게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 나라는 어떤 인물을 배출하느냐와 함께 어떤 인물을 기억하느냐에 의해 존재가 드러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악수였다. 메시지가 불분명하다는 혹평이 쏟아지자 측근인 장예찬씨는 “존 F. 케네디 연설을 인용한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을 대변하고 나섰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4년, 분열의 정치에 지친 국민들은 우당 선생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면서 케네디처럼 통합의 정신으로 사랑 받는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윤 전 총장이 케네디 연설을 인용했지만 어떤 말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애매모호했다. 결국 측근이 나서게 됐다”며 “이때부터 야권 인사들이 윤 전 총장에게 회의감을 가지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어떻게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것인지, 공정한 나라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것인지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그런 기획 자체가 아마추어 같은 티가 났다”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어떤 사람들과 윤석열이 함께하는지 보여주지 못했고, 언론인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 하는 등 준비가 안 된 모습이었다”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도 “X파일이 나오기 전에 가족 관련 의혹을 해명할 기회가 있었는데 결국 놓쳐 버렸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밝히는 장소로 윤봉길 의사 기념관으로 잡은 선택을 놓고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황교안 전 대표가 국무총리를 그만 두고 사실상 정치 입문을 선언한 곳이기 때문이다. 신선한 ‘감동’의 메시지 전달이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재형, 김동연 대항마의 등장…尹 야권 단일후보 장담 못해
윤 전 총장이 네거티브 공격으로 주춤한 사이 최 원장과 김 전 부총리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최 원장은 이르면 이달 말께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최 원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별도의 입장을 통해 바로 정치 참여를 선언할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잠재적 대권 후보로 꼽히는 김 전 부총리는 지난 20일 노숙인 무료 급식봉사에 나섰다. 다음 날에는 1박2일 동안 어촌체험 활동을 보였다. 봉사활동을 통한 몸풀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원칙주의자로 불리는 등 이미지가 좋은 최 원장이 야권후보로 나선다면 윤 전 총장이 단일후보가 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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