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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한국정치가 이준석을 대하는 방식

낡은 문법으로 이준석을 대하는 광경들
'30대 대표'가 불편한 우리 정치의 표정
  •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대표가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 앞에서는 이색적인 정치 행사가 있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강남역 모여라’ 행사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참석해 시민들과 즉문즉답의 시간을 가진 일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젠더 문제, 방역대책, 병영문화 개선, 차별금지법 제정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선거 유세나 장외투쟁 할 때를 빼고는 제1야당 대표가 이렇게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답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36세의 야당 대표’ 이준석이 보여준 새로운 장면이었다.

당 대표로 취임한지 2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준석의 행동 하나 하나는 세간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언론의 과도한 관심에 비판적인 의견들도 있었지만, 노쇠한 장년의 정치가 지배해왔던 우리 정치에서 30대 야당 대표의 등장은 그만큼 새롭고 신기하기조차 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이준석의 등장을 애써 깎아내리거나 결국 망하고 말 것이라는 악담을 쏟아내는 모습들도 적지 않았다.

이준석은 대표 취임 첫날 지하철을 타고 국회의사당역에서 내려 서울시 공유 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출근했다. 제1야당 대표가 따릉이를 타고 출근하는 이 장면은 언론들에 의해 크게 보도되었고 화제거리가 됐다. 정치인이 따릉이를 타고 출근하는 일이 그 정치인을 판단하는 본질이 될 수 없음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워낙 권위주의적이고 근엄한 장년 정치 문화에 식상했던 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을 신선하고 발랄하게 받아들였다면 그렇게 이해하고 지나가면 될 일이다. 굳이 트집을 잡다시피 하며 이준석 잘되는 꼴은 보지 못하겠다는 모습을 보노라면, 정치란 것이 참 야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로 나오면 10초 거리에 국회 정문, 정문부터 본관까지 걸어서 2분”이라며 “굳이 따릉이 탈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복잡하게 출근할 이유가 있느냐”며 “다음부턴 그냥 걸어라”라고 쏘아붙였다.

일단 사실부터가 다르다. 국회에 한번이라도 출입해본 사람이라면,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에서 국회 정문까지 10초, 국회 정문에서 본관까지 2분에 걸어갈 수 없음은 다들 아는 사실이다. 국회 방문객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굳이 택시를 타고 국회 안으로까지 들어가서 내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트집보다는 “따릉이는 원래 최종 단계에서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라고 만든 것인데 당황스럽다”고 했던 이준석의 설명이 훨씬 설득력 있게 들렸음은 여야를 넘어선 판단일 게다. 심지어 같은 민주당의 김성주 의원은 “나는 자전거를 타고 국회 출입을 한 지 오래됐지만 언론의 주목을 받기는 커녕 국회 정문에서 여러 차례 제지당한 적이 있다”는 질투심까지 공개해버렸다.

30대 젊은 정치인이 따릉이를 타고 들어가든, 걸어 들어가든, 차를 타고 들어가든 그게 무슨 대수라고 한 마디씩들 해야 직성이 풀리는지, 나이든 정치인들의 그런 협량함이 무척 거북하다.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이준석의 유보적 입장도 민주당의 난타감이 되었다. “의료사고를 줄이고 진상규명을 위한 목적이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순기능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좀 더 논의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이준석의 말이 나오자 민주당 정치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이준석 때리기에 나섰다.

“기득권의 편에 서서 반대한다면, 그런 청년정치가 무슨 소용이 있나”(김남국), “절대 강자인 의사에게 힘을 더 보태는 것이 ‘이준석의 공정’인가”(강병원), “엘리트 기득권을 대변해왔던 국민의힘의 기존 모습과 달라진 게 없다”(이재명)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에 이준석이 “민주당은 언제까지 선악을 조장해서 정치하실 건가”라고 반박했지만 “수구 꼰대 기득권 논리”(노웅래)라는 공세로 이어졌다. 다음 얘기는 들어보지 않고 일단 ‘기득권’이라고 낙인찍고 보는 여당 정치인들의 모습이다.

수술실 CCTV 설치를 찬성하는 여론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 위에서 풀어야 할 문제를 수술실에 대한 감시를 통해 하는 것이 온당하냐, 환자의 은밀한 프라이버시까지 노출되는 방법이 아닌 다른 대안은 없겠는가에 대한 토론은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민주당 특유의 ‘기득권 대 반기득권’이라는 이분법은 젊은 야당 대표의 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않은 채 정치적 때리기의 소재로 활용됐다.

이준석을 향한 민주당식 네거티브의 절정은 김용민 최고위원에 의해 제기된 2010년 소프트웨어(SW) 마에스트로 과정 연수생 선발과 관련된 특혜 의혹이다. 김 최고위원은 "지원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 허위 지원해 장학금까지 받았다면 업무방해를 넘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당시 선발 공고에는 '공고일 현재 대학교·대학원에 재학 중인 사람만 지원'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이 대표는 2007년 이미 대학을 졸업해 산업기능요원으로 대체복무 중이었다"고 이준석의 지원자격을 문제삼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이준석은 11년 전 자신이 직접 작성했던 연수 지원서를 공개했다. 그가 공개한 지원서에는 ‘소속 학교’란에 ‘Havard University 졸업/산업기능요원(9월 복무 완료)’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이준석은 이에 대해 "어디에 숨겨서 적은 것도 아니고 그냥 기본사항란에 다 적어놨다"며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문의하고 저렇게 작성하라고 해서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준석이 ‘졸업’임을 명기해서 지원한 것이었고, 당시 정부가 작성한 선발자 명단 보도자료에도 ‘졸업생’이라고 명기되어 있음이 지금도 검색을 해보면 확인되니, 특별히 숨기거나 자기들끼리 몰래 무슨 일을 꾸몄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의혹제기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당시 국가산업연수생 선발위원장이었던 황대산씨가 트위터를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나섰다. 황씨에 따르면 “SW 마에스트로 과정은 재학생 지원 프로그램이 아니라 우수 SW 인재를 선발하여 지원하고 육성하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이었다. 현업 종사자를 제외하고는 제한 없이 지원할 수 있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SW마에스트로 지원자격이 재학생으로 제한돼 있고 군 복무자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선발 공고문에 대해서는 "산업기능요원도 지원 가능하다. 산업기능요원은 현업 종사자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는 정부 측 지침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SW 마에스트로 과정이 새로운 사업이었던 만큼 정부 측에서도 (지원 자격을 포함한) 운영 방안 등이 수시로 바뀌었던 게 아닌가 짐작해 본다"고 설명했다.

당시 연수생 선발이 처음 시행되던 때라, 정부가 지침을 문서로 작성하는 과정에서 미세한 혼선이 빚어졌을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그 때 대학을 갓 졸업한 이준석이 ‘박근혜 키즈’가 되기도 훨씬 이전이라 특별히 특혜를 받을 위치는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당시의 상황을 조금만 들여다 보면, 사업 초기 운영과정에서의 공모나 지침에서의 혼선은 있을지언정, ‘허위지원’ ‘업무방해’ ‘사기죄’ 같은 표현을 쓸 일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작심하더라도 당시 운영기관을 향해 해야지, 기관의 안내대로 지원한 이준석을 상대로 추궁할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30대 대표가 이끄는 야당과 경쟁하는 여당의 모습이 고작 이런 것임은 사실 무척 실망스럽다. 지난 21일 국회 익명 게시판인 '여의도옆 대나무숲'에는 자신을 민주당 소속이라고 소개한 A씨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어떻게든 상대당 대표 까내리기 바쁜 우리당 청년 뱃지 둘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지끈거린다"면서 “국민 보시기에 썩 합리적인 문제 제기도 아니고, 해묵고 변변찮은 의혹 끄집어올려 물고 뜯고 늘어지는 모습이 눈물겹게 창피하다"고 토로하며 김용민·김남국 의원을 비판했다.

이준석과 국민의힘을 민주당이 과연 이런 방식으로 이길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이준석은 민주당을 향해 ‘개혁경쟁’을 하자고 제안한 터였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꺾겠다면 그들이 하지 못하는 자기 변화와 개혁의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해냄으로써 국민의 지지를 더 많이 얻는 길이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길이 아니라, 네거티브 흠집내기로 승부를 보려 한다면 큰 착각이다.

이미 지난 4.7 보궐선거의 결과는 근거없는 네거티브로는 민심을 오히려 더 멀어지게 할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바 있지 않은가. 더구나 우리 정치의 새로움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된 이준석을 상대로 낡고 낡은 네거티브에 매달린 민주당의 모습은,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대비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정치적 자살극이 되고 말았다. 때리면 때릴수록 이준석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더욱 올라갔으니 말이다. 결국 이준석 현상의 의미를 여전히 읽지 못하고 있는 낡은 구태의연한 정치적 사고들의 산물이다. ‘이준석 돌풍’은 여야라는 정파적 시각에서 받아들일 문제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오랜 지체의 늪에 빠져있던 한국정치를 바꾸어보자는 민심의 열망이 실려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친문’ 방송인 소리를 듣는 주진우 기자가 방송에서 이준석에게 했던 어이없는 질문의 광경도 이제는 ‘진보 꼰대’ 소리를 듣게 된 역전의 용사들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자신이 진행하는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이준석과 인터뷰를 하게 된 주진우는 반복해서 그의 여자친구에 대해 묻는다.

* 주진우: 지금 미혼이시죠?
* 이준석: 맞습니다.
* 주진우: 여자친구는 있습니까?
* 이준석: 그런 개인적인 거 계속 물어보시면 안 됩니다.
* 주진우: 당 대표니까 또 관심사니까.
* 이준석: 이제 공적인 인물입니다.


그래도 주진우는 “대표되면 월급을 받나", "자가용은 안 나오나", "법인카드는 나오나"며 이준석 개인에 대한 시시콜콜한 질문들을 반복한다. 인터뷰를 끝내면서도 앞에서 이미 확인했던 “미혼이시죠?”라는 질문을 다시 하고, “여친 이야기는 안 묻겠습니다”라며 여친 문제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번 환기시킨다. 어르신들이 자식을 불러다가, 정작 인생 계획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 없이, 그저 결혼은 언제 할거냐, 여자 친구는 있느냐를 묻는 장면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준석을 향한 공격에는 극우 쪽 인사들도 빼놓을 수 없다.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대전 현충원 참배 당시 쓴 이준석의 방명록을 가리켜 “대한민국을 주어로 썼는데 그런 어법은 외국을 방문한 대통령쯤이 쓰는 어법이다. 지금 이 젊은이는 자신이 대통령이라도 된 것으로 아는 모양”이라고 딴지를 걸고 나섰다. 그러더니 태극기 부대를 이끌어온 전광훈 목사는 "젖비린내 나는 이준석이 당 대표가 돼서 뭘 하고 있냐”며 "이준석이 대한민국을 농락하고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악담을 퍼부었다. 30대 야당 대표를 향해, 그것도 본질과 무관한 문제들에 대해 사방에서 깨알같이 시비를 걸어오는 광경을 보면서 우리 정치가 얼마나 노쇠해 있었던가를 역설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죽 쒀서 개 줬다”며 ‘이준석 대표’의 등장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모습도 사실 무척 완고해 보인다. 다들 알다시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진중권은 이준석과 페미니즘 논쟁을 대대적으로 벌였고 언론들은 그 논쟁을 연일 중계하기에 분주했다. ‘진중권은 이준석 당 대표 만든 어둠의 기사’(서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중권의 의도와는 달리 이준석은 그 논쟁의 수혜자가 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진중권은 이준석을 향해 “될 리도 없지만 된다면 태극기 부대에서 작은 고추 부대로 세대교체를 이루는 셈”이라며 당선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그의 예측이 무색하게 이준석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그 뒤로 언론과 여론은 30대 야당 대표’의 등장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었지만, 진중권은 끝내 이준석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고수했다.

"이준석 체제는 '혁신'의 형식만 있다. 이것만 가지고는 오래 못간다."
"이준석의 혁신안은 마냥 해괴하다."
"보이는 것과 달리 보수는 실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의 등장 때문에 ‘보수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진중권의 저주와는 정반대로, 이준석으로 인해 보수가 위기탈출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음은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정당 지지도 주간 변화의 추이를 살펴보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돌풍’이 불기 시작한 5월 4주 이후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준석이 대표로 선출된 이후로 국민의 힘 지지율이 최고치를 갱신하며 민주당과의 격차를 계속 벌리고 있는 것이다. 아직 더 지켜볼 일이지만, 여론은 일단 30대 야당 대표의 등장을 환영하며 큰 기대를 표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물론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있었던 진중권의 이준석 비판은 내용적으로 정당했다. 이준석이 내놓은 생각과 정책들 가운데는 반페미니즘, 능력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대목들이 분명히 있었다. 이준석의 그러한 생각들이 갖는 위험성에 대해서는 필자 또한 비판하기도 했고, 진중권과 가까운 입장에 서 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이준석이 갖고 있던 생각들이 고정불변의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야당 대표가 된 이준석은 앞으로 많은 얘기들을 듣게 될 것이고 바뀌는 지점도 많이 있을 것이다. 36세의 청년 정치인 이준석은 계속 변화하고 정치적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다. 그 나이에 완성되거나 굳어진 자아와 세계관이 존재하기 어려움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인생의 섭리와도 같은 것이 아닐까. 이준석을 향해 ‘젊은 극우’일 뿐이라며 기어코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는 진보 인사들의 낙인찍기도 꼰대스러움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이준석이 큰 정치인으로 성장하려면 ‘이대남’(20대 남성)들의 항의를 대변하는 것을 넘어 여성들의 여전히 힘든 삶까지도 껴안을 수 있는, 능력에 따른 경쟁에서 낙오하는 능력없는 사람들의 좌절까지도 껴안을 수 있는 넓고 깊은 리더십을 가져야 할 일이다. 다만 지금은 이준석의 부족함이라는 나무만 보다가 세대교체의 흐름이라는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무엇이 중헌디’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준석과의 각론적인 생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우리 정치의 숙원인 세대교체의 큰 흐름을 이 기회에 불가역적으로 발전시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이준석 대표의 등장 효과는 단지 야당에 머무르지 않고 여권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청와대는 청년비서관자리에 25살 대학생인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을 발탁했고, 민주당은 야당의 이준석 효과에 상응하는 자신들의 대책을 고민하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단지 나이가 젊은 사람들을 전면에 내세운다고 의미 있는 변화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준석 효과는 우리 정치에 그렇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동안 이준석이 보여준 특징 가운데 하나는, 단일한 틀로 규정하기 어려운 무정형성 (無定形性)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남성들이 받는 역차별을 말해 ‘안티 페미’ 아니냐는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여성이 다수가 된 최고위원 자리에 외부 여성을 추가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한다.

그의 생각들은 무척이나 자유분방해 보인다. 그런 그를 굳이 ‘무슨 무슨 주의자’식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전 세대들이 가져왔던 이분법적 관념의 소산이 아닐까. 자기 주변의 모든 인간들을 나누고 구분하고 규정하려는, 그래서 기어코 자기의 틀에 맞추어 재단하려는 ‘꼰대’들의 습관이 젊은 세대의 개성을 억압하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이준석의 대표 수락연설에서 가장 눈길을 주었던 것은 개성을 강조하던 그의 목소리였다. “우리가 비빔밥의 고명들을 갈아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스테레오 타이핑, 즉 ‘다움’에 대한 강박관념을 벗어 던져야 합니다. 고정관념 속에 하나의 표상을 만들고 그것을 따를 것을 강요하는 정치는 사라져야 합니다. 여성에게 ‘여성다움’을 강조하는 것이 개인의 개성을 꺾어버리는 폭력인 것처럼, 누군가에게 청년다움, 중진다움, 때로는 당 대표다움을 강요하면서 우리 사회의 달걀과 시금치, 고사리와 같은 소중한 개성들을 갈아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인 가운데 ‘개성’이라는 철학적 화두를 말하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그래서 반가웠다. 그 개성이 지켜지도록 존중 받아야 함은 이준석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준석이 대면하고 있는 비판 가운데 상당수 또한 어쩌면 ‘다움’에 대한 강요일지 모른다. 각자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정형화되어 있는 단일한 잣대를 들이대며 어째서 ‘우리답지 않냐’고 힐난하는 모습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그렇게 이준석의 개성을 억압하며 박제로 만들어 버리려는 꼰대스러운 정치로는 미래를 향한 더 이상의 변화를 감당할 수 없다. 나이가 젊으니까 문제가 있어도 대충 눈감고 봐주고 지나가자는 얘기가 아니다. 왜 나이 많은 기성 세대들의 잣대를 들이대며 젊은 정치인을 재단하고 규정하느냐는 것이다.

애당초 서로가 손에 들고 있는 잣대 자체가 다른데 앞 세대의 고정관념에 따른 그런 비판들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준석이 토론 배틀을 통해 대변인을 뽑는다고 했을 때 속으로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었다. 그런데 1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대박을 치게 되었다고 한다. 지원자 가운데는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보좌진 이외에도 유튜버, 변호사, 전직 최고경영자(CEO) 등 화제성 인물들도 많다고 하니, 상당한 흥행거리가 될 것 같다. 이런 광경들을 보노라면 새로운 것을 일단 거부부터 하고 보려는 우리의 고정 관념을 성찰하며 돌아보게 된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세계적으로30대 정치지도자의 등장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미 유럽에서는 30대, 40대의 젊은 총리들이 지난 10년간 많이 탄생했다. 특히 유럽에서 젊은 총리들이 많이 등장했던 것은 과거의 정치 문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기후변화, 양극화, 이민 문제 같은 새로운 의제들의 부상으로 복잡해진 환경에 대처할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 정당들의 전통적 이념에 갇힌 리더십으로는 해결할 수 없이 복잡화된 국가적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념의 경계를 넘어선 젊은 리더십이 환영을 받았던 것이다. 유럽에서의 이러한 경험은 우리의 정치 환경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러니 ‘이준석 대표’의 등장은 단지 야당 내부의 사건이 아니라, 기존의 낡은 리더십으로는 대처하기 어려운 사회적 환경에 부응하는 시대적 요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낡은 문법으로 이준석을 대하는 광경들을 보노라면, 30대 당 대표의 등장을 여전히 불편해하고 있는 우리 정치의 표정을 읽을 수 있다. 그러니 이준석 리더십의 성패는 개인이나 특정 정파의 이익을 넘어선 우리 정치의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그 소명에 대한 일차적 책임이 이준석 본인의 어깨에 지워져 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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