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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객원기자 칼럼] 탄소중립과 탈원전 정책의 공존 가능할까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오후(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미국과 함께 원전수출을 추진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5일 대통령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1540만톤(1안), 3120만톤(2안), 0톤(3안)으로 줄이는 세 가지 탄소중립 시나리오 안을 발표했다. 원전 비중은 2018년 23.4%에서 6.1~7.2%로 낮추고 재생에너지는 6% 대에서 70.8%로 확대한다는 전제 하에서 도출한 내용이다.

이 시나리오가 얼마나 현실적인가에 대한 판단은 어렵지만 이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데 과연 재생에너지만으로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이에 따라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이 다시 고조되기 시작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2017년 10월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 기초한 것이다. 그 내용은 신고리 5·6호기는 공사를 재개하고 나머지 신규 원전 건설은 백지화하며 월성 1호기는 조기 폐쇄하되 노후 원전 수명연장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단계적으로 원전 비중을 줄여 60년 뒤에는 원전을 완전히 폐기한다는 장기계획이다.

하지만 제조업 비중이 높은 경제구조에 더해 원전에 대한 생태계가 공고하기 때문에 이 정책은 강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 여름철 전력수요 급증에 따라 예비전력이 낮아지고 이에 따라 정비 중인 원전을 조기 재가동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논리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전이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차피 탄소배출 주역인 화석연료를 줄여야 한다면 그 공백을 다른 에너지원이 메워야 한다. 그 중 원전이 가장 유리하다는 것이다.

일단 원전은 발전비용이 싸다. 지난해 한전의 발전원별 구입단가를 보면 원전은 1KW당 59.69원으로 석탄(81.62원), 수력(81.73원), LNG·복합(99.25원), 신재생(149.4원) 등보다 월등히 싸다. 또 기술발전에 따라 안전성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원전이 탄소 및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유럽연합(EU) 정책 자문기구인 합동연구센터(JRC)가 발표한 ‘원자력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은 100만KW당 28톤 온실가스를 배출해 태양광(85톤)의 3분의 1 수준이다.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훨씬 적은 부지가 들어간다는 점도 장점이다. 특히 높은 국내 토지 이용비용을 고려할 때 그러하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청정에너지라는 장점이 있으나 적지 않은 단점도 존재한다. 우선 발전단가가 비싸다. 지난해 발표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2030년 태양광 발전단가가 지난해보다 31% 가량 하락하고 풍력 발전단가는 10%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는 예측치일뿐 과연 어떻게 실현될지는 알기 어렵다.

태양이 잘 쪼이고 바람이 잘 불어줘야 잘 작동할 수 있는데 기상환경에 따라 전력생산량이 들쭉날쭉이다. 이를 간헐성의 문제라고 한다. 설비이용률은 태양광이 15%, 풍력이 23%에 그쳐 매우 비효율적이며 불안정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부족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 장치(ESS)를 대량으로 구축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또 화재 우려가 높고 전력관리가 복잡해진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탈원전에 반대하는 두 번째 논리는 국내 원전산업을 축소하면서 해외 원전수출을 늘린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것이다. 세계 신규 원전 건설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는데 2030년 5000억~74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러시아와 중국이다.

정부에서는 이미 구축된 원자력산업 생태계의 출구를 해외에서 찾기 위해 수출을 독려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미국과 함께 원전수출을 추진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미국 원천기술과 우리나라 설계·시공·운용 능력을 합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자는데 기본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4년간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산업 생태계는 금이 가고 있다. 원자력 분야 매출은 2016년 27조 원에서 2019년 20조 원으로 줄었고 일자리도 13% 줄어들었다. 원전의 미래에 대해 어둡게 보면서 이 분야 대학원생 지원자도 크게 줄었다. 원전이 유지보수 및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어떻게 수출대상국을 설득할 수 있는가는 곤란한 문제가 될 것이다.

세 번째로는 원전의 문제점인 안전성을 보완할 수 있는 소형원전(SMR)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SMR은 발전량 300MW 이하 원자로를 가진 원전을 말한다. 공장에서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건설기간이 크게 줄고 비용이 싸다. 또 주요기기가 일체형인 스마트원전의 경우 방사능 유출가능성을 낮출 수 있어 안전하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화력발전을 대체해야 하는데 여기에 발전량이 비슷한 SMR이 안성맞춤이다. 세계적으로 화력발전 대체 시장이 연간 100조 원 정도 된다고 한다. 또 모듈 개수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원전 용량을 늘리고 줄일 수 있어 전력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용량을 줄임에 따라 경제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크기가 작아질수록 KW당 건설 단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출력을 자연냉각이 가능한 최대 수준으로 높이고 대형 수조에 4개 모듈을 장착하는 혁신형 SMR이 주목을 받고 있다.

또 SMR은 아직 표준조차 정해지지 않고 여러 업체가 난립한 상황이라 미래를 확정적으로 말하기 곤란하다. SMR이 상용화되는 단계에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능가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특히 SMR은 여러 곳에 분산 설치하게 될 터인데 이는 주민들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탈원전과 관련해 수많은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의 탈원전 계획은 60년에 걸친 장기계획이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탄소제로와 원전축소가 기본적인 방향이라는 전제 하에서 기술개발과 시장상황을 보면서 조절이 가능한 것이다. 지나친 정치적 선동전에 몰두하기 보다는 계속적인 토론을 통해 완급을 조절하고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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