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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도 부동산 내역 밝히시죠”...높아지는 투기 검증 목소리

경실련, 국회의원 외 검증 필요성 제기...대권주자들도 자발적 공개 찬동
  • 김재연 진보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진보당사에서 서울 25개 구 구청장 ㆍ지방의원 부동산 재산 현황 분석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국회의원들에게 적용됐던 부동산 전수조사 방침을 구청장, 군수, 시장, 도지사 등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으로도 확대해야 한다는 국민 요구가 거세다. 공직자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에 가담한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이해충돌 발생 가능성이 더 높은 지역 공직자들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경실련 “4급 이상 공직자는 토지 취득 경위 밝혀야”

부동산 전수조사 확대 목소리는 시민단체에서 시작해 정치권에서도 호응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KBS 라디오 프로그램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거래 조사대상을 현직 국회의원에서 4급 이상 공직자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기 행위를 꾸준히 적발할 수 있도록 공직자 부동산 보유 현황을 정기적으로 전수조사하는 제도를 도입하자고도 제안했다.

제도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기존 정보공개 제도가 가진 한계 때문이다. 고위공직자의 재산 정보는 공직자윤리법에 의거, 관보나 공보 등을 통해 공개되고 있지만 일반 국민은 거래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부동산의 ‘취득 경위’를 밝히지 않아 서류만 봐선 투기 목적인지 거주나 경작 목적인지 구분할 수 없다. 개발 지역 인근의 토지를 미리 사놓고 경작지로 등록해놓으면 합리적 의심만 가능할 뿐 투기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

재산 공개를 피해갈 구멍도 많다. 본인 외에 배우자나 부모, 자식의 경우 따로 살고 있다면 이들의 재산은 공개되지 않도록 고지를 거부할 수 있다. 보유 내역을 신고할 때 시세 대신 공시지가를 선택해 보유액을 줄이는 꼼수도 부린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 건설개혁본부 국장은 “국민권익위원회가 국회의원들을 조사하는 것은 부동산을 은닉하고 또는 부적절한 방법으로 지위를 남용해서 재산을 늘리는 것을 감시하기 위함인데, 이런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공직자, 특히 실무권한이 있는 4급 공무원부터 취득 경위를 소명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LH가 쏘아올린 부동산 투기 수사, 공직 전반 흔들어

지난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계기로 ‘공직자 부동산 검증’ 여론이 촉발된 후 추가 검증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는 계속 커지고 있다.

현재 경찰은 정치인과 지방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총 966건, 4325명을 내·수사 중이며 이중 1727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신분별로는 국회의원은 23명, 지방의원 68명, 지방자치단체장 15명, 3급 이상 고위공무원 12명, LH 임원 2명 등이 포함됐다.

한무경·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윤미향·양이원영 무소속 의원 등은 권익위 조사 후 투기 의혹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지탄을 받기도 했다. 국회에서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제목의 문재인 정부 부동산 대책 비판 연설로 큰 호응을 얻었던 윤희숙 의원은 권익위 조사에서 부친이 2016년 세종시 농지 3000여평을 8억 원에 매입, 농지법과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윤 의원은 국회에 의원직 사표를 냈으나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직 시절 세종시 개발 내부 정보 이용 가능성 등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며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자체장이나 기초의원의 경우 국회의원보다 지역 개발 이권과 가까운 데다 의심되는 사례도 계속 검증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진보당은 지난 8월 27·31일 서울 종로구 진보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25개구 구청장·지방의원의 부동산 재산을 분석한 결과 농지를 보유하고 있는 선출직 공직자는 총 157명(28.6%)이라고 밝혔다. 농지 면적은 2만1175.8㎡(6417평)를 보유한 남궁역 동대문구의원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 채인묵 금천구 시의원(1만8553㎡, 5622평), 성장현 용산구청장(1만7774㎡, 5386평) 순이었다.

이들이 농지에서 실제 경작을 하는지, 취득과정은 적법했는지 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농지가 농민에게 쓰이고 비농업인의 농지소유를 규제하기 위한 공직자 전수조사는 매우 시급한 사안이다”라며 “부동산투기 방지를 위해 농지법을 개정해 '비농업인 농지 소유 금지' 원칙을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

“벼락 떨어질라” 대권 주자들도 ‘자발적 공개’ 입 모아

정치권에서는 공직자 재산의 공개 범위를 확대하자는 요구에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KDI 직원도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KDI 직원들의 재산 상황을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부동산 관련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취지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10년간 자신과 직계존비속의 소득과 부동산 자산 변동 내역, 재산신고 연도별 변동흐름 등 내역을 먼저 공개했다.

원 전 지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공직자 재산 현황, 재산 변동 내역, 재산 형성 과정이 더 이상 개인 프라이버시가 아니라 공직자 자격 검증을 위한 공적 자료임을 인식하고 제도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대선 후보 검증 과정에서 요구되는 모든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교체라는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면, 미리 위험 요소를 국민들께 모두 공개해야 한다”며 “31일까지 후보 등록할 때 후보와 직계존비속의 부동산 거래 내역을 조사할 수 있도록 관련 서류를 제출하자”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토지든 아니면 아파트든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일반 국민들의 박탈감을 느끼는 가운데 공직자 투기 정황이 드러나면서 검증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공직자의 재산은 투명하게 공개될수록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대선 후보들도 나중에 어차피 검증 얘기가 나올 것인 만큼, 예방주사를 맞는 것처럼 미리 정보를 공개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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