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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윤희숙의 의원직 사퇴를 허(許)하라

  • 의원직, 대선 예비후보 사퇴를 선언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부친의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과 여기에 자신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희숙, 부친 투기 의혹에 대해 국민에게 무겁게 사과하는 모습 보여야”

“의원직 사퇴 못하게 막으면서 책임공세만 벌이는 민주당 모습은 내로남불”

“사퇴안 처리는 정치적 셈법 아닌 본인 의사 따르는 것이 상식”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부터 비롯된 윤희숙 사퇴 논란이 장기화되고 있다. 윤 의원은 국민 앞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사직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했지만, 그의 사퇴안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태는 국민의힘과 비교섭단체 5개 정당 의원들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시작됐다. 권익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의원 부친은 2016년 5월 9일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소재 논 1만871㎡(약 3300평)를 산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윤 의원의 부친은 당시 직접 농사를 짓겠다는 영농계획서를 관할 지자체에 제출했고 2016년 3월 농지취득자격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면서 현지 주민에게 경작을 맡기고 매년 쌀 7가마니를 받았다고 한다. 권익위 조사대로라면 이는 농지법과 주민등록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8억 원에 구입한 땅이 현재 호가로 약 18억 원까지 뛴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기 의혹은 확산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언론은 이 문제를 단순히 부친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 윤 의원을 향해 민주당과 언론에 의해 제기됐던 의혹들은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1) 서울에 사는 80대 부친이 농사를 짓겠다고 3300평의 땅을 샀다. 그런데 이 땅은 계단식으로 돼 있어 트랙터가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등 농사를 짓기가 상당히 힘든 조건이다. 애당초 농사를 지으려던 목적이 아니라 투기를 위해 땅을 매입한 것이다. 매입한 땅 인근에 세종스마트국가산업단지, 세종미래일반산업단지, 세종복합일반산업단지가 조성 중인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2) 세종시는 딸 윤 의원의 직장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있는 곳이다. 세종스마트국가산업단지 등 공공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KDI가 맡아서 했으니, 딸로부터 관련 정보를 얻었을 것이다. 윤 의원이 KDI 내부정보를 활용해 부친에 부동산 투기를 권유한 것 아닌가. 부친에게 투기자금을 지원했거나 차명으로 소유한 것은 아닌가.

(3) 윤 의원 동생의 남편 장모 씨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고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냈으니, 그가 내부정보를 활용해 땅 매입에 관여한 것은 아닌가.
  •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친의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제기된 뒤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의원회관 방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워낙 많은 의혹들이 제기됐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를 정리해 보면 이렇다. (1) 의혹, 그러니까 윤 의원 부친의 투기의혹은 상당한 근거를 갖춘 정황들이 나타났다. 이는 윤 의원 부친 자신이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윤 의원 부친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투자할 데를 모색하다 보니까, 신문을 보니까 (건물이) 나와 있더라고. 방이 8개더라”며 “8개를 임대료 방세 받으면 먹고 살겠다. 그래서 그것을 보러 갔다”고 말했다. 그러다 부동산 업자로부터 농지 얘기를 듣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그러니까 투자할 건물을 알아보러 갔다가 우연히 농지를 샀다는 취지의 얘기였던 것이다. “(땅을) 사면 앞으로 산업단지가 생기고 그 건너에 뭐 전철이 들어오고…”라며 “농사를 지으려고 생각했는데 농사 짓다가 보면 이럴 수도 있겠다는 욕심이 생기더라”는 그의 말은 농사를 지을 생각도 있었지만, 목 좋은 곳에 땅을 사놓으려는 생각을 말한 것이었다.

물론 부친이 그런 마음을 갖고 땅을 매입했다고 한들, 그런 투자 행위를 갖고 문제 삼을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는 윤 의원 부친이 농지법과 주민등록법을 어겼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점이다. 언론보도를 통해 부친의 투기의혹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자 윤 의원도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는 “저희 아버님에게 농지법과 주민등록법 위반 의혹이 있고 투기의혹으로 비춰질 여지가 있다는 점을 변명하지 않는다”며 이를 인정하는 듯한 말을 했다.

그러면서도 윤 의원이 부친의 위법 부분에 대해 단정적인 말을 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곧 국가수사본부의 수사를 받아야 할 상황에서 부친 방어권을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윤 의원 부친의 투기 의혹, 정확히 말하면 농지법과 주민등록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국수본 수사가 진행될 테니 그 결과를 보고 최종 결론을 내리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부친 투기 의혹 이외의 다른 의혹들, 윤 의원이나 제부와 관련된 의혹은 더 이상 사실로 확인되는 것은 없이 의혹 제기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그 가운데는 이미 사실상 소명된 것들도 적지 않다.

KDI가 세종스마트국가산업단지 예비타당성 조사를 한 것은 2019년인데, 땅 매입은 2016년에 있었으니 윤 의원 부친이 KDI 내부 정보를 얻어 땅을 샀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시기에 윤 의원이 근무했던 곳은 KDI에서 예타를 담당하는 공공투자관리센터가 아니라 KDI스쿨 교수직이었다. KDI에서 서로 다른 두 기관의 예타 정보가 돌아다닐 정도로 관리가 허술하지는 않다는 것이 KDI를 아는 사람들의 얘기다.

그리고 제부 장 씨의 내부 정보 활용 의혹도 본인이 나서 “청와대 1.5개월과 기획재정부 근무경력을 가지고 마치 사전정보를 통해 장인 농지매입에 관여한 것으로 의혹을 제기했다”며 “터무니없는 억측이자 악의적인 왜곡 보도”라고 법적 대응을 예고하자 잦아든 상태다.

부친이 땅을 사는데 윤 의원이나 제부가 관련됐을 것이라는 의심은 추론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러니까 (2)와 (3) 의혹은 더 이상 드러나는 내용이 없는 상태고 (1) 의혹, 그러니까 부친 투기 의혹 정황은 여러 가지가 드러난 상황이다.

하지만 민주당 측에서는 부친 투기 의혹을 넘어 윤 의원이 연루돼 있을 것으로 예단하며 대대적인 ‘윤희숙 때리기’에 나섰다. 이에 윤 의원은 즉각적으로 의원직 사퇴라는 예상 밖의 초강수를 들고 나오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현 시점에서 윤 의원을 둘러싼 논란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객관적이며 불편부당한 태도가 될 것인가. 우선은 윤 의원의 경솔한 발언을 지적할 필요가 있겠다. 윤 의원이 첫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연루 부분이 아닌 부친의 투기 의혹에 대해서까지 부인하는 듯한 입장을 내놓았던 것은 잘못이었다.

윤 의원이 1차 회견에서 의원직 사퇴 선언을 하면서 “공무원인 장남을 항상 걱정하고 조심해온 아버님의 평소 삶을 볼 때 위법한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예단한 것은 공인으로서 경솔한 일이었다.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 단지 윤리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농지법과 주민등록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은 여러 정황을 볼 때 충분히 합리적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아니, 현재까지 드러난 여러 정황들을 보면 실제로 위법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윤 의원은 민주당 측 공세에 맞서 진실 공방을 하더라도, 그와 별개로 국민에 대해서는 부친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무겁게 사과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옳다. 국회의원인 그가 생각해야 할 것은 ‘딸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이기 때문이다. 부친 위법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와야 명확히 얘기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봤을 때 윤 의원은 기본적으로 국민에게 송구스러워해야 할 상황이다.

자신이 알았든 몰랐든, 가족 위법 행위에 대해서도 고개를 숙이는 것이 공인의 도리일 것이다. 이것이 정치인 윤희숙이 하는 말 가운데 1번이어야 한다. 2차 회견 때라도 윤 의원은 좀 더 분명한 사과를 국민에게 하는 것이 옳았다.

앞으로 위법 여부에 대한 수사를 받아야 할 부친의 방어권에 대한 고려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부친과 관련된 의혹이 수사 대상이 된 것에 대해서만이라도 분명한 사과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 필요했다. 윤 의원도 말했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부친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있다면 그에 대해서는 토를 달지 않는 것이 옳다. 하지만 의원직 사퇴 선언 이후 계속돼 온 민주당 측의 윤희숙 때리기는 과도했다.

“혹여 윤 의원의 사퇴서가 본회의에 상정된다면 윤 의원 사퇴쇼에 들러리로 동참하지 않겠다. 부결시키는 데 앞장설 것이다.” (강병원 최고위원)

“눈물의 사퇴회견을 했지만, 사퇴의 뜻을 관철시키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사퇴쇼로 끝날 공산이 크지만 기필코 성공할지는 모르겠다.” (정청래 의원)

“사퇴 의사는 전혀 없으면서 사퇴 운운하며 쇼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속 보이는 사퇴 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캠프 김남준 대변인)

“윤 의원은 사퇴쇼로 물타기할 게 아니라 수사 결과로 결백을 증명하는 게 우선이다.” (신동근 의원)

“지금 윤 의원의 언행은 마치 영화 ‘타짜’에 고니와 아귀가 벌이는 도박판을 떠올리게 한다.” (백혜련 최고위원)

“의원직 사퇴라는 강경수를 들고 나와서 처음엔 놀랐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무릎을 치는 묘수다. 사퇴쇼 아닌가. 깜빡 속아 넘어갈 뻔했다.” (양이원영 무소속 의원)
  •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사직 안건 처리여부와 관련해 “저희가 처리 자체를 반대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평소 문재인 정부 정책을 비판하던 윤 의원에 대한 앙갚음이라도 하듯이 민주당 정치인들이 쏟아낸 독설들에서는 원한마저 느껴진다.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것이 그렇게도 비난을 받아야 할 일인지 알 수 없다. 민주당은 단지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넘어 윤 의원 본인의 연루 의혹을 제기하며 책임질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국수본에 자신에 대한 수사의뢰를 해 진상을 가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의원직 사퇴로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러한 수사의뢰와 의원직 사퇴를 받아들이지 않고 ‘쇼’라고 비난하기만 하는 민주당의 태도는 논리적으로 모순되며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의원직 사퇴를 쇼라고 야유할 자격이 민주당에게 과연 있는지 모르겠다. 알다시피 민주당에 대한 권익위 조사 결과에 따라 명단이 통보되고 출당 권유가 내려진 의원 수는 모두12명이었다.

그 가운데 비례대표 2명만이 의원직을 유지시켜주는 제명 조치로 무소속이 됐을 뿐, 나머지 10명은 그대로 당에 남아 있는 상태다. 이런 마당에 책임지고 의원직 사퇴하겠다는 야당 의원을 향해 쇼를 한다며 그토록 비난하는 모습은 또 한 번의 ‘내로남불’로 비판받을 만하다.

지금의 상황에서 의원직 사퇴는 윤 의원이 가장 무겁게 책임지는 방법이다. 입증된 혐의도 없는데 감옥에 가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다면 그 다음으로 무거운 책임이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의원직 사퇴를 하고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회피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국회의원이 아닌 평범한 시민이 돼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겠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라는 보호막이 사라진 신분이 된다면 수사 강도도 부담 없이 더 높아질 것임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 윤 의원의 셈법이 무엇이든 간에 그로서는 할 수 있는 것들을 다한 셈이다. 그런데 막무가내로 인정할 수 없다며 쇼라고 비난만 하는 민주당의 모습은 의혹에 대한 진실을 가리는 일보다 대선정국에서 윤 의원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데 관심이 가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민주당이 의원직 사퇴를 쇼라고 하지만 설혹 윤희숙의 의원직 사퇴가 쇼라 한들, 국회 171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사퇴안을 가결시켜 그 쇼를 무산시킬 수 있다. 그런데도 굳이 의원직 사퇴안 상정과 표결을 하지 않고 정치적 공격만 계속하는 것은 이 문제의 진실을 가리려 하는 것이 아니라, 윤 의원이 사퇴하지 못하도록 묶어두고 대선정국에서 두고두고 윤희숙 때리기를 하려는 의도라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국회법 제135조 ①항에는 ‘국회는 그 의결로 의원의 사직을 허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단 국회가 폐회 중일 때는 의장이 허가할 수 있다. 국회의원이 사퇴하는데 있어 굳이 본회의 의결을 거치는 이유에 대해서는 최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설명한 바 있다.

“국회의원 사퇴가 본회의 의결을 요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야당 탄압용으로 사용됐기 때문인데 그 잔재가 아직 국회법에 남아 있는 것뿐이다. 더 이상 이것을 미화해서도 안 되고 비난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그러니 “공직자 사퇴는 사인(私人)의 공법행위(公法行爲)로 의사표시 즉시 효력이 발생하고 나머지 절차는 그것을 확인하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 홍 의원의 해석이다.

국회 본회의를 열어 윤 의원 사퇴를 받아 주고 자연인의 입장으로 돌아가서 국수본의 투기여부 수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굳이 야당 의원의 말이 아니더라도 국회법 규정에 대한 상식적인 판단이라 할 수 있다.

민주당이 윤희숙 사퇴안에 대한 표결을 피해온 이유는 가결시킬 수도 없고 부결시킬 수도 없는 정치적 딜레마 때문이었다. 야당 의원이 본인도 아닌 부친의 투기의혹으로 의원직 사퇴를 하는데 민주당이 가결시킨 모양새가 되면 내로남불이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됨을 우려했을 것이다.

야당 의원은 부친 관련 의혹만으로도 사퇴하게 해놓고 ‘정작 너희들은 왜 책임지지 않느냐’는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윤희숙 사퇴안을 상정해서 가결시킬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퇴안을 부결시키자니, 윤희숙에게 민주당이 괜찮다며 면죄부를 발급해주는 결과가 돼 버린다.

윤 의원은 가장 무겁게 책임지려 했는데 민주당 의원들이 못하게 해서 일단락되는 상황이 돼 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민주당 고민이 아예 사퇴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는 방법으로 연결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떤 이유를 들더라도 정도가 아닌 꼼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나 셈법에 따라 야당 의원 사퇴의 자유를 가로막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는 대선주자인 김두관 의원 정도만이 사퇴안 처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국회에서 윤 의원 사퇴안 처리를 미루는 것은 윤 의원을 비호하고 망국병인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한심한 짓”이라고 비판하고 “국민의힘은 원래 그렇다 치고 왜 민주당까지 윤 의원의 협박에 안절부절못하는 것이냐”며 민주당에 대해 사퇴안을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유독 김 의원이 도드라진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다른 민주당 의원들이 안게 될 부담과는 상관없이 대선주자로서 부동산 문제에 대한 자신의 차별성을 강조하려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윤희숙 사퇴안을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끌고 가느니, 민주당은 김 의원의 말처럼 분명하게 매듭짓는 것이 낫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의원의 결정에 대해 ‘책임회피’라는 응답은 43.8%, ‘사퇴로 책임지는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41.7%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정도면 윤 의원의 사퇴에 대한 긍정적 여론과 부정적 여론은 팽팽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이 사퇴안을 가결해도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특별히 그것을 책임회피라고 보는 여론이 우세한 것도 아니다.

윤 의원은 이미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짐을 뺐다고 한다. 의원 사무실은 사실상 문을 닫은 상태고 보좌관들도 조만간 떠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매달 나오는 세비도 받지 않을 것이라 한다. 본회의에서 사퇴안이 부결되더라도 사퇴의사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당 지도부에게 전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사퇴안을 가결 처리하느냐 여부에 상관없이 윤 의원의 사퇴 결심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사직서 제출이 민주당에서 말하는 쇼가 아님을 보이기라도 하듯, 자신의 사퇴를 불가역적인 사안으로 굳혀가는 모습이다.

TBS에 출연해서 “사표를 내거나 국민의힘 당에서 본회의 안건으로 올려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약간 쇼 아닌가. 진정성이 없다”고 했던 김승원 민주당 의원의 말이 무색하게 됐다. TBS는 사표를 내지 않았다는 김 의원의 말이 사실과 다른데 대해 사과까지 해야 했다.

윤 의원의 사퇴 결심이 확고한 반면 민주당이 처리를 마냥 미루는데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민의힘이야 그렇다 치고, 정의당의 장혜영 의원은 “민주당은 이미 사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윤 의원에게 사퇴 말고 탈당을 하라느니 수사부터 받으라느니 딴소리만 늘어놓고 있다”면서 “윤 의원의 사퇴 선언이 ‘사퇴 쇼’라면 민주당이 하는 것은 ‘탈당 권유 쇼’”라고 민주당의 우물쭈물한 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의 명분 없는 처리 유예에 대한 비판이 늘어나자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기류 변화가 읽혀지고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윤 의원이 사직안을 낸 것이니 회기 중에는 본회의에 상정 처리하게 돼 있다”면서 “야당이 적극 처리하겠다면 따르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가 윤 의원 사퇴안 처리 방침을 시사한 것은 처음이다. 국민의힘도 더 이상 윤 의원의 사퇴를 만류하기 어렵다 판단하고 본회의에서의 표결 처리하자는 뜻을 민주당에게 전한 것으로 김기현 원내대표가 밝혔다. 대략 이번 달 27일께 본회의에서 윤희숙 사퇴안의 표결 처리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표결이 이뤄진다 해도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여전히 예단하기 어렵다. 가결과 부결 사이에서 열쇠를 쥐고 있는 민주당은 당론 없이 자유투표로 투표에 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찬성이든 반대든 당 차원에서 당론을 정하기에는 어느 쪽이든 정치적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의원직 사퇴안 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하도록 돼 있으니 결과를 예측하기가 더욱 어렵다.

이렇게 복잡할 때는 원점으로 돌아가 상식의 견지에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고 하지 않던가. 부친 투기 의혹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원을 마냥 붙잡아두고 정치적 인질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민주당이 더 이상 윤 의원의 책임을 추궁하는 공세를 벌이지 않는다면 모를까, 책임지겠다는 사퇴도 하지 못하게 붙잡아두면서 대선정국의 야당 흠집내기 거리로 활용하는 모습은 속 들여다보이는 정략적 태도라는 시선을 살 수 있다.

어떤 자리의 그 누구라도, 물러나겠다는 본인의 의사를 가로막을 권리는 없다. 이쯤 되면 윤 의원을 사퇴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민주당이 선택해야 할 상식이다. 여야 두 당은 그동안 유사한 논란거리만 있으면 상대를 향해 책임지라고 요구해왔다. 그런데 통념보다 무거운 것이기는 하지만 야당 의원이 의원직 사퇴로 책임지겠다고 결심했다.

그렇다면 그 뜻을 받아들이는 것이 정도다. 가결과 부결의 정치적 손익을 계산하고 판단할 일이 아니라 원칙대로 하는 것이 옳다. 그 이후에 국수본은 평범한 시민이 된 ‘윤희숙 전 의원’을 엄정하게 수사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를 통해 우리는 진실이 무엇이었던가를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은 그것이 최선의 길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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