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연속 여론조사서 보수 야권 지지율 1위로 ‘파죽지세’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7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서면서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9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홍 의원은 32.6%의 지지율을 기록, 윤 전 총장(25.8%)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홍 의원이 ‘다크 호스’로 등장하면서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로 굳어지는 듯했던 대권 양강 구도가 선거를 불과 6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흔들리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성큼 다가온 洪의 ‘골든크로스’ 추세

홍 의원이 선호도 조사에 국민의힘 후보 중 선두로 치고 나온 것은 앞선 7일(여론조사공정)과 8일(조원C&I) 발표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윤 전 총장과의 지지율 격차도 6.8%포인트 차이로 오차범위를 벗어났다. 이번 조사는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6~7일 전국 성인 2019명에게 '보수 야권 대선 후보 적합도'를 물어본 것으로,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였다.

여야 다자 대결구도에선 이재명 경기도지사 27%, 윤 전 총장 24.2%에 이어 15.6%를 기록한 홍 의원이 3위를 기록했다. 아직 윤 전 총장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상승세가 무섭다. 홍 의원은 지난 5월 리얼미터 조사에서 5.4%를 기록했다가 7월 2주차에는 3.6%로 떨어졌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쟁 밖으로 밀려난 모양새였지만 8월 4주차 조사에서 8.1%로 오르더니 보름여만에 다시 7.5%포인트 증가했다.

홍 의원이 보수야권 선두주자인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을 앞서는 여론조사 골든크로스는 유의미한 추세로 읽혀지고 있다. 당초 추석 즈음 지지율 상승을 기대했던 캠프에서는 뜻밖의 선전에 환호하고 있다.

조경태 홍준표 캠프 선대위원장은 지난 7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저희들은 골든크로스가 추석 직후에 아마 나지 않겠나, 이렇게 봤다. 1차 토론회가 끝나고 나서 본격적으로 골든크로스가 이루어질 거라 봤는데 그 시기보다 조금 빨리 오고 있다”며 “이 점에 대해서는 우리 캠프에서조차도 다소 당황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홍 의원도 처음 보수 야권 1위 여론조사가 발표됐던 지난 7일 페이스북에 “드디어 골든크로스 이루었다. 3.4%포인트 차이로 1위 했다”며 “20대, 30대, 40대에서 상대후보 보다 평균 14%포인트나 앞섰다. 지지율 50%를 목표로 뛰겠다. 이재명을 당할 사람은 홍준표밖에 없다”고 쓰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홍준표 급부상에 ‘역선택’ ‘중도층 확장’ 의견 분분

홍 의원이 정말 대세를 탄 것일까. 여론조사를 해석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론조사에서 홍 의원을 선호한 응답자 중 상당수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임을 들어 그의 선전을 ‘역선택’의 결과로 치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국민의힘 지지자들만 응답한 조사에선 홍 의원 지지율이 31.3%로 48.8%를 확보한 윤 전 총장에 크게 뒤졌다. 본선에선 민주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후보를 선택할 것인 만큼 홍 의원 지지율 중 허수가 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홍준표 의원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 등이 호응을 얻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역선택 때문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홍 의원을 선호한 응답자 중 대다수는 민주당을 지지하거나 호남 쪽 거주자인 경우가 많았다”며 “이분들은 여론조사까지는 윤 전 총장보다 홍 의원을 선호했겠지만 본선에선 결국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것이므로 홍 의원의 본선 경쟁력은 매우 취약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그는 또 "홍 의원이 중도층의 선호를 확보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그가 예전에 형성한 가부장적 꼰대 이미지를 어느 날 갑자기 극복한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지금 상황만 보고 홍 후보가 중도 확장성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면 윤 전 총장을 선택했던 중도 무당층이 홍 의원으로 전향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윤 전 총장이 잇단 설화를 빚은 데 이어 검찰총장 시절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 사주’ 의혹까지 겹치면서 실망한 유권자들이 홍 의원으로 마음을 돌렸다는 주장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석열 지지자들은 윤 전 총장을 오래 봐온 골수 지지층이 아니다”며 “애초 충성도가 높지 않았던 가운데 윤 전 총장이 논란으로 위태해 보이자 불안감을 느끼고 지난 대선에서 검증된 홍 의원 쪽으로 이동한 것에 가깝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 “여론조사 한 번 할 때마다 보통 1만 명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돌리는 걸 감안하면 이중 우연이 겹쳐 상당수 인원이 민주당 지지자로 걸리지 않은 이상 고의적으로 역선택이 발생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비호감 씻어낸 ‘무야홍’, 본선경쟁력 확보가 진검 승부

국민의힘 경선이 시작된 초반에 홍 의원은 비교적 주목도가 낮은 축에 속했다.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문재인 정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정치 신인들 위주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정치 신인은 본격적인 검증 국면에서 국가 현안에 대한 이해도나 대중과의 소통 등에서 아마추어적인 대응으로 논란을 빚거나 확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반사이익으로 정치 경험이 풍부한 홍 의원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돼지발정제’ 사건 등 과거 홍 의원의 비호감 이미지도 젊은층을 의식한 그의 변신에힘입어 어느 정도 희석되는 모양새다. 상대적으로 거친 설화가 끊이지 않은 윤 전 총장의 행보가 도움이 된 부분도 있는 듯하다.

문제는 본선 경쟁력에 대한 확신을 어떻게 심어주느냐에 달려있다. 또한 앞으로 토론회 등 본격 경선 레이스에서 중도층에 대한 확장력을 발휘할 것인지도 홍 의원의 과제로 남았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윤석열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 이재명 후보의 '바지 내린다' 발언 등 충격적인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유력 대권주자들의 이미지가 함께 추락했고, 그 반사이익으로 과거 홍 의원의 막말, 꼰대 이미지는 다소 잊혀졌다”며 “여기에 진보 정권의 경제정책에 지친 대중들에게 '노조 개혁' '규제 철폐' 등 시장주의적 메시지를 일관되게 던진 홍 의원의 존재가 재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있을 토론회가 진검승부인데, 이때 본선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했다.

이재형 기자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