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 ‘화천대유’-洛 ‘호남 구애’-尹 ‘TV토론’-洪 ‘돌돌홍’

(사진 위)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아래)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왼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내년 대선 후보를 결정할 여야 경선 구도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양강 대결은 이낙연 전 대표가 여전히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추격하는 형세로 흘러가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줄곧 1위를 달리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홍준표 의원의 기세에 진땀을 흘리며 수성에 여념이 없다. 자칫 홍 의원의 역전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도가 더 높다.

여야 유력 대선 주자인 이들 4명의 운명은 1차적으로 추석 민심을 통해 운명이 갈릴 수도 있다. 아직 어느 누구도 확실한 대세로 인정을 받는 단계가 아니다보니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을 전후로 이들 후보에 대한 민심의 풍향계도 빠른 속도로 돌아갈 수 있다. 유력 후보 4명을 둘러싼 각각의 이슈들이 여전히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탓이다.

이재명의 ‘대장동 의혹’ 겨냥한 이낙연의 호남 승부수 먹힐까

‘성남시 대장지구’ 개발 의혹이 이 지사를 정조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개발 의혹을 놓고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카드를 꺼내들면서 총공세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첫 회의를 열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이 지사와 ‘화천대유’의 커넥션 의혹과 배당 방식을 결정한 것이 누군지 수사해야 마땅하다”며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에 의한 정밀조사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회의실 백드롭(배경 현수막)도 ‘화천대유 누구껍니까’로 교체했다. 여권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공격했던 ‘다스는 누구껍니까’ 구호를 차용해 비꼰 것이다.

국민의힘의 맹공과는 별개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공세가 거세졌다. 선봉 역할은 이낙연 캠프의 선대위원장인 설훈 의원이 맡았다. 설 의원은 지난 15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나와 “MB(이명박 전 대통령)는 지금 감옥에 있다. 이걸 되풀이해야 되겠나”라며 “(이 지사가) 당선된다고 보기도 힘들고 당선까지 가지도 못할 거라고 보는 것이 제 심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도덕성이 없는 후보는 본선에서 못 이긴다”며 대장동 의혹에 휩싸인 이 지사의 프레임 씌우기 공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본선 불가론’을 주장했다.

이재명 캠프는 즉각 반발했다.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도를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 경선에 패배해도 이재명 후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어도 할 말 없는 주장”이라고 날을 세웠다.

캠프의 현근택 대변인도 다음 날 페이스북에 “이낙연 캠프에서 MB, 감옥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이낙연 후보 주변에서 석연찮게 죽음이 이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지금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후보라고 하실 자격이 있나”라고 역공을 펼쳤다.

이 지사는 이와 관련 대장지구 의혹에 대한 수사를 공개적으로 의뢰하는 강수를 놓았다. 이 지사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에서 “제기되는 모든 왜곡과 조작을 하나부터 열까지 샅샅이 수사해달라”며 “대장동 공영개발에 대한 수사를 공개 의뢰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모든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약속한다. 수사결과에 따라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며 “그러나 책임져야 할 사람은 저뿐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정치적 고향인 호남 경선을 앞두고 의원직까지 사퇴하는 배수진을 펼치며 승부수를 던졌다. 의원직 사퇴 건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다음 날인 지난 16일 바로 광주로 달려갔다.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호남 경선(오는 25~26일)에서 역전을 도모하는 이 전 대표는 친문(친문재인)계 지원을 이끌어내는 성과도 얻었다. 이날 친문 핵심으로 분류되는 홍영표·김종민·신동근 의원이 이 전 대표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이들 3인의 지지선언으로 아직까지 중립을 지키는 20명 안팎 친문 의원들의 연쇄 지지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홍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사퇴한) 정세균 후보가 추구했던 가치와 정책은 이낙연 후보와 굉장히 비슷하다”며 “그런 점에서 정 후보를 지지했던 의원들도 함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막 오른 TV토론…尹 공세로 역전 노리던 洪 ‘조국수홍’ 역풍 맞기도

정치권을 흔들어 놓은 ‘고발 사주’ 의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몸통 의혹을 받는 윤 전 총장이 직접 관여를 했다는 정황이나 증거는 아직 드러난 것이 없다. 추가적인 폭로나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윤 전 총장 경선 행보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패’를 잘 읽는 것으로 유명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실체가 불분명한 것 같고 법적으로 해결이 될 수 있을 것인지 회의적”이라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날부터 시작된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의 TV토론이다. 2차 예비경선 컷오프까지 6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TV토론은 경선 국면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잇따른 실언으로 당 안팎에서 비난에 시달려 온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넘어야 할 최대 고비를 맞이한 셈이다. 윤 전 총장이 여전히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후보들의 공세가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TV조선 주최로 열린 1차 토론에서 홍 의원은 자신의 주도권 토론 기회 2번을 모두 윤 전 총장을 지목하는 데 할애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의 턱밑까지 추격하는 데 성공한 홍 의원 입장에서는 토론을 계기로 ‘무야홍’(무조건 야당 후보는 홍준표), ‘돌돌홍’(돌고 돌아 홍준표) 등 신조어를 유행시키는 기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방식을 놓고 공세를 펼치다 오히려 역풍을 맞는 상황이 발생해 눈길을 끌었다.

홍 의원은 이날 토론에서 조 전 장관 수사에 대해 “과하다”는 주장을 연이어 피력했다. 지난 7월 페이스북에 조 전 장관 수사와 관련해 “가족 공동체의 범죄도 대표자만 구속하는 것이 옳지, 가족 전체를 도륙하는 것은 잔인한 수사”라고 적은 것이 발단이었다. 이를 근거로 하태경 의원이 “조국 수사가 잘못됐나”라고 묻자 “잘못된 게 아니라 과잉수사였다”고 말하면서 설전을 벌인 것이다.

홍 의원은 토론을 마친 후 페이스북에 “가족이 연루된 범죄는 대개 가족을 대표하는 사람만 구속하고 나머지는 불구속하거나 불입건하는 것이 제가 검사를 할 때 관례였다”며 “그래서 조국의 가족 수사는 과잉 수사였다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의 과도한 신상털이식 수사를 지적하려는 의도였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다. 홍 의원 발언에 실망한 일부 네티즌들은 ‘조국수호’ 시위를 빗대 ‘조국수홍’이라는 신조어 패러디로 홍 의원을 비난하고 나섰다. 홍 의원과 조 전 장관의 이미지를 합성하거나 홍 의원의 토론회 사진에 ‘나는 조국수홍이다’라는 문구를 채워놓는 식이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