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툭튀’ 윤석열 관련 의혹도 드러나… 정치권 게이트로 번질 지 관심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의 누나가 구입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윤석열 부친 주택.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대선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대장동 게이트’의 핵심 세력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와 관련, 전·현직 유력 법조인들도 가담해 사익을 챙긴 정황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사회 지도층이 개발 수익을 둘러싸고 대규모 이익을 획책한 이른바 ‘법조 카르텔’의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화천대유의 대주주이자 유력 일간지 법조기자 출신 김만배 씨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권순일 전 대법관, 곽상도 의원 등 유명 법조인과 결탁한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법조 게이트’는 ‘정치권 게이트’로 진화될 조짐도 보여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윤석열, 父 소유 집 급매 때 김만배 덕 봤나 의혹 확산
윤 전 총장도 법조 카르텔 의혹에 휘말린 건 화천대유 측 인사와 윤 전 총장 부친의 집을 시세보다 한참 낮은 가격에 매입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지면서다. 지난달 28일 유튜브 매체 '열린공감TV'는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의 누나이자 천화동인 3호 이사인 김명옥씨가 2019년 윤 전 총장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자택을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시세인 30억 원보다 훨씬 낮은 19억 원에 팔았다며 다운 계약 의혹을 제기했다.
윤 전 총장 캠프는 즉각 부동산 계약서와 중개수수료 지급영수증을 공개하며 보도에서 제기한 다운 계약 의혹을 반박했다. 이어 열린공감TV의 악의적·반복적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캠프 측은 "윤 명예교수가 2019년 3월 고관절 수술을 받아 연희동 집 계단을 오르는 게 불가능해 시세보다 싼 평당 2000만원에 급히 집을 내놓고, 계단 없는 아파트로 이사했다"면서 "건강상 문제로 시세보다 훨씬 싼 평당 2000만원에 급매한 것을 뇌물 운운한 것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접 매매했다면 부동산중개수수료를 부담할 이유가 없다”며 “부동산 매수인 김씨는 2019년 4월 당시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사람으로, 천화동인 투자나 개인적인 가족 관계를 언급할 이유가 없던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김만배 씨의 친누나가 윤 명예교수의 집을 살 때 “개 키울 집을 구했다”고 해명한 것이 거짓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장 의원은 지난달 30일 김만배 씨 친누나인 김명옥 씨의 주택취득 자금조달 및 입주계획서를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김 씨는 입주계획란에 ‘본인입주’나 ‘가족입주’가 아닌 ‘임대’에 체크 표시를 했다. 자금 조달과 관련해서도 대출액이 7억원이라고 했지만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채권최고액으로 근저당 15억6000만원이 설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대출액은 12억원 선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무리한 주택매입 여부를 지적한 것이다.
법조 카르텔의 핵심인물로 거론되는 인물과 윤 전 총장이 부동산 거래로 연결된 것이 밝혀지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홍준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관할 검사장 출신, 검찰총장 출신, 특검 검사 출신, 민정수석 출신에 이어 이재명 피고인을 재판중이던 대법관에까지 손을 뻗치고 검찰총장 후보로 인사 청문회 대기 중이던 사람의 부친 집도 사 주는 이상한 행각의 연속”이라고 썼다.
유승민 전 의원 캠프의 이수희 대변인은 “김명옥이 왜 하필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자 차기 유력 검찰총장 후보였던 윤 후보 부친의 단독주택을 매수했을까. 아무리 급매라도 당시 평당 시세가 3000만~3500만 원이었다면 31억 원이 넘는 주택을 19억 원에 매도했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며 김만배 씨와 윤 전 총장의 관계를 의심했다.
변협 “’대장동 의혹’ 연루된 명망가 법조인들 철저히 수사” 촉구
이런 가운데 우선적으로 실소유주 외에도 화천대유와 천하동인이 꾸린 법조인 고문단도 특혜정황이 드러나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화천대유의 고문단에는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박영수 전 특검, 강찬우 전 지검장, 이경재 변호사 등 내로라하는 유력 법조인들이 소속돼 있다. 이중 자신과 혈육이 고액 자문료 등으로 금전적 혜택을 누린 것으로 드러나 법조계 전반에 대한 불신도 번지고 있다. 김만배 씨가 법원에 기자로 출입하면서 형성한 법조계 인맥을 적극 활용한 결과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 9월 퇴임한 후 화천대유에서 고문을 맡아 월 1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대법관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던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때 무죄 의견을 낸 당사자다.
판결을 전후해 수 차례 김만배 씨와 만난 정황도 제기됐다. 전주혜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2020년 대법원 출입기록’에 따르면 김만배 씨는 2019년 7월 16일부터 지난해 8월 21일까지 1년여 기간 동안 8차례 권 전 대법관실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의원은 “김씨의 방문 일자는 이재명 지사 사건의 전합 회부일, 선고일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면서 “이 지사를 생환시키기 위한 로비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아들 50억 원 퇴직금 의혹의 곽상도 무소속 의원 역시 검사 시절 때부터 친분을 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곽 의원의 아들은 2015년 화천대유에 입사해 지난 3월 퇴사하면서 성과급·위로금·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 원을 계약하고 28억 원을 실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곽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탈당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특검으로 활동했던 박영수 전 검사도 2016년 화천대유의 상임고문을 맡았으며 회계사인 박 전 특검의 딸은 같은 해 취업했다. 박 전 검사의 딸은 지난 6월 시행사 화천대유가 보유하던 대장동 아파트 잔여 세대를 3년 전 2018년 분양가인 약 7억 원에 분양받아 현재 이 아파트는 전용 84m²의 매매 호가가 15억 원에 형성됐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는 1일 대장동 개발 의혹에 연루된 고위직 출신 법조 명망가들을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변협은 성명을 내고 법조 단체로서 법조 명망가들이 연루된 점을 사과하면서 “이 사건에 전직 대법관과 검찰총장, 특별검사, 검사장 등이 대거 연루된 사실에 깊은 유감”이라고 밝히면서 이같이 요구했다.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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