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지지자들 “차라리 윤석열·홍준표 찍겠다” 반발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이낙연 경선 후보와 함께 경선 결과를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최종 대선후보로 확정했지만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은 여전히 불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편파 경선을 주장하며 여차하면 이 지사를 향한 지지 대열에서 이탈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당 전체 인사들을 총괄하는 용광로형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계획도 스텝이 꼬인데다 ‘원팀’을 위한 지지층 결집 전선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핵심 지지층의 이탈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이 지사의 본선 무대 역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28 대 62’의 미스터리와 ‘사사오입’ 논란
이 지사를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확정한 당 지도부 결정에도 이 전 대표 지지자와 캠프 등의 반발 기류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0일 경선까지 최종 득표율 50.29%로 과반을 기록한 이 지사를 결선투표 없이 대선 후보로 확정지었다.
하지만 39.14%로 2위에 머무른 이 전 대표 측은 당 선관위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선관위는 중도 사퇴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김두관 의원이 얻은 2만9399표를 무효 처리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측은 두 후보의 표를 유효투표수로 처리할 경우 이 지사의 득표율은 49.32%로 떨어져 이 전 대표와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른바 ‘사사오입’ 논란이다.
이 지사의 측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되는 등 대장동 의혹이 본격화되면서 막판 경선 판도도 출렁거렸다. 이 전 대표가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62.37%로 28.3%를 확보한 이 지사에 크게 앞선 것이다. 이 결과에 대한 해석도 해당 캠프마다 제각각 제기됐지만 이낙연 캠프 측 입장에서는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인식하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의는 지난 13일 이 전 대표 측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다. ‘후보자 사퇴 시 무효표 처리’, ‘경선 투표 개표결과를 단순 합산해 유효투표수의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 등을 규정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 특별규정'에 따라 무효표 처리는 정당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지사 측을 대선 후보로 인정한다는 의미로 축하 인사를 전하며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와 캠프 일각에서 반발 목소리가 나오고 지지자들도 호응하면서 뜻하지 않게 제동이 걸렸다. 이 전 대표 캠프 소속 설훈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특별당규 절차에 따라 결선투표를 진행하는 것이 갈라진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원팀이 돼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노골적인 편파 경선”을 주장하며 지난 14일 서울남부지법에 민주당 경선 결과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소송인단은 민주당 권리당원과 시민들로 구성된 총 4만6000여명 규모다.
“반대자는 일베” 송영길 발언에 이낙연 지지자들 ‘폭발’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 전 대표 측의 반발에 발끈했다. 송 대표는 지난 13일 YTN '뉴스Q'에 출연,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다량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반발한 데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가공해서 악의적 비난을 퍼붓는다. 일베와 다를 바가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어 "지금 가장 중요한 게 총선개입 국기문란이며 서로에게 겨눴던 총을 (거두고) 함께 힘을 모아서 돌파해야 한다"고 덧붙이며 이 지사에게 지지를 모아줄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송 대표의 ‘일베’(극우 성향의 일간베스트) 발언은 이 전 대표 측의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당원을 모욕하고 부정선거를 일삼은 우리의 자랑스런 송영길 당대표부터 탄핵해보자", "사사오입 철회, 당원에게 일베라는 모욕주는 당대표 아웃" 등 송 대표를 겨냥한 비판글이 줄을 이었다.
이낙연 캠프의 정운현 공보단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송 대표가 이낙연 지지자들을 일베에 비유하고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며 "당 대표의 언행이 이리도 감정적이고 배타적인데 어찌 단합을 이뤄내겠는가"라고 규탄했다. 이낙연 캠프 대변인 겸 전략실장을 맡았던 김광진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도 "당선되신 분과 당이 갈등 봉합을 더 적극적으로 해주셔야 한다"며 "그런 형식으로 계속 대응하는 것이 정말 원팀이나 합심에 도움이 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에 "당무위 결정을 승복한다"는 입장문을 올리며 이 지사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던 이 전 대표 역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 14일 해단식에서 "다시 안 볼 사람들처럼 모멸하고 인격을 짓밟고 없는 사실까지 끄집어내는 것은 인간으로서 잔인한 일일뿐 아니라 정치할 자격이 없는 짓"이라며 "민주당도 그 누구도 국민과 당원 앞에 오만하면 안 된다. 하물며 지지해 준 국민을 폄하하면 절대로 안 된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경선 과정에서의 억울함과 서운함, 송 대표의 ‘일베’ 발언 등에 대한 앙금 등이 담겨진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낙연 등 떠밀려 승복했나…민주당 ’원팀’은 아직 요원
사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후보가 획득한 표를 무효 처리한 일은 과거에도 흔히 있던 일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출됐던 2002년 대선 때 순회 경선 도중 유종근 전북도지사가 중도 포기했고, 그가 제주·울산에서 얻은 38표를 원천 무효 처리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 대변인이었던 이 전 대표도 논평에서 “안타깝지만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조치를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이낙연 지지자들이 ‘이재명은 안 찍는다’는 반발 여론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본선에서 국민의힘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홍준표 의원을 찍겠다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실시한 10월 2주 차기 대선주자 4자 대결 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표 지지층은 ‘이재명 대 윤석열’ 대결에서 이 지사에 대한 지지는 14.2%인 반면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는 40.3%로 윤 전 총장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 홍준표’ 대결에서도 이 지사 13.3%, 홍 의원 29.9%로 야당 후보를 더 선호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1~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3만8771명을 대상으로 접촉 후 최종 2027명이 응답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다.
민주당 입장에선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의 배반감을 수습하지 못하면 지지층 이반 현상이 본격화될 수 있는 위기를 맞은 셈이다. 여기에 민주당 안팎의 원로 세력들이 이 전 대표에게 승복하라고 압박했다는 내막까지 드러났다. 이 전 대표가 당내 여론에 등을 떠밀려 승복했다는 ‘홀대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유인태 전 의원은 지난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낙연 캠프가 좀 불복 움직임 비슷하게 보이니까 재야의 원로들이 압박 성명을 내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이 전 대표 캠프 측에서 '이미 당무회의라는 절차만 거치면 바로 승복선언 할 테니 외부 압력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재형 기자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