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고 쫓기는 윤-홍 대전…‘당심’과 ‘민심’ 외나무다리 결투

국민의힘 경선이 ‘빅2’ 윤석열-홍준표 대결로 치닫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당심’이냐, ‘민심’이냐. 다음달 5일 최종 대선 후보를 선출할 국민의힘 경선이 ‘빅2’ 윤석열-홍준표 대결로 치닫고 있다. 두 예비 후보 모두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 격전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당원들의 지지세가 더 강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우위를 점하고 홍준표 의원이 맹추격을 해오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윤 전 총장의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 사과’ 파문이 확산되면서 윤 전 총장의 지지세는 주춤거렸다. 반면 틈을 노린 홍 의원은 무서운 기세로 맹추격전을 벌이면서 어느 누구도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최종 경선을 앞둔 두 후보의 전략도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더 흥미롭다.

洪 “줄 세우기 식 낡은 정치 중단하라”

당심을 등에 업은 윤 전 총장은 유승민계로 분류된 하태경 의원을 영입하면서 당내 외연 확장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홍 의원은 ‘세불리기’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더 강화하면서 2030세대에 이어 40대까지 지지층을 넓히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 측의 폭풍 영입에 대해 홍 의원 측은 ‘줄 세우기’ 식 낡은 정치를 중단하라고 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경선 막판 지지율이 크게 뒤지고 있는 유승민·원희룡 후보를 겨냥한 단일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실제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윤석열-홍준표’의 팽팽한 균형점을 기울게 할 직격탄이 될 여지도 아직 남아 있다.

무엇보다 홍 의원은 “조직은 바람을 이기지 못한다”며 큰 조직으로 선거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인 윤석열 캠프를 직격했다. 홍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에 “일부 당협과 국회의원들이 ‘투표 오더’를 하기 시작 했다고들 합니다만 책임당원 모바일 투표 시대에 과연 그게 먹힐지 저는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홍 의원은 또 “괜히 속내만 내보이는 시대착오적인 그릇된 행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당원의 자유투표를 막고 특정후보 지지를 강요하는 투표 오더는 그 자체가 반민주적인 행태”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조직은 바람을 이기지 못한다. 그것은 선거의 철칙”이라며 “민심을 거역하는 당심은 없다. 이준석 당대표가 되는 것을 봐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을 향해 “민심은 398 후보가 아니라 홍준표”라고도 말했다. 389 후보는 윤 전 총장을 가리키는 말로, 윤 전 총장의 20대 지지율이 3%, 30대 지지율이 9%, 40대 지지율이 8% 안팎임을 꼬집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리서치·코리아리서치·케이스탯·엠브레인의 합동 조사인 전국지표조사(NBS)가 지난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힘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연령별로 이 같은 지지율을 받았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김종인 “이재명 후보 대 윤석열 후보 경쟁될 것”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윤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내년 대선에서 맞붙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결과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일반 국민이 생각하기에 내년 대선은 이재명 후보 대 윤석열 후보의 경쟁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경선도 그런 방향으로 결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경쟁 주자인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의 2030 지지세가 낮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그건 홍 후보 측에서 하는 이야기고 최종적인 결론을 봐야 한다”면서 “그 자체가 크게 의미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최종 선출이 임박해지자 당심에서 우위를 점한 윤 전 총장은 현역 의원 영입을 통해 경선 막판 세불리기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른바 유승민계로 분류됐던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이 윤 전 총장에게 돌아섰고 홍 의원이나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측근 혹은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들도 윤 전 총장 쪽으로 갈아타기를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소신인가’, ‘줄서기인가’에 대한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국민의힘 본경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윤 전 총장 캠프로 갈아타려는 현역 국회의원과 원외 중진들의 합류가 줄을 잇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당선 확률이 높은 유력 후보를 중심으로 몰려들면서 탈(脫)계파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PK(부산·경남) 3선 중진 하태경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하 의원은 윤 전 총장 지지 선언을 하면서 “당내 경선 과정을 보면서 윤 후보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느꼈다”며 “최근에도 정치권에는 잘못이 있어도 인정하고 사과할 줄 모르는 정치인들이 꽤 있는데, 그런 면에서 윤 후보는 용기 있는 정치인이다. 스스로 성찰하고 계속 혁신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는 부분도 제가 윤 후보를 지지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라고 밝혔다.

바른정당과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을 거친 이혜훈 전 의원도 윤 전 총장 캠프에 국가미래전략특위위원장으로 합류했고 이학재 전 의원도 정무특보 직함을 갖고 윤 전 총장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모두 친유승민계 중에서도 핵심 인사로 분류됐지만 이번 대선에선 유 후보 대신 윤 후보 지지를 선택하면서 야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친홍준표계 성향으로 알려졌던 윤한홍 의원은 홍 의원의 대선캠프 합류가 점쳐졌지만 윤석열 캠프의 종합상황실 부실장 자리를 잡았다. 이 밖에 원희룡 전 제주지사에 우호적인 모임인 ‘희망오름’ 포럼 소속 이채익·박대수·박성민·서정숙·이종성·정동만·최춘식·황보승희 의원도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