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후보 선출 직전 ‘대장동 방지법’으로 프레임 전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토지공개념을 앞세워 ‘대장동 몸통’ 프레임을 깨기 위한 ‘부동산 대개혁’ 프레임을 승부수로 내걸었다. 이 후보는 당 차원의 협력을 당부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관련법의 입법 통과를 공언했다. 민주당은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이른바 ‘대장동 방지법’의 당론 채택을 추진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최종 후보가 선출되기에 앞서 ‘맞불용’ 선전 포고를 한 셈이다. 대장동 개발 의혹 공세 과정에서 민간 개발사업자의 막대한 이익을 막지 못했다는 국민의힘 측 공세를 부메랑으로 되돌려주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특히 민주당은 미완의 부동산 개혁 조치인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 등 ‘토지공개념 3법’을 소환할 가능성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꼽힌다.

국민의힘 후보 선출 후 토지공개념 전초전 확산되나

성난 부동산 민심을 감안해 마냥 반대하기가 어려운 국민의힘을 향한 이번 ‘꽃놀이패’ 공격이 먹힐지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후보 선출 이후 ‘졸속 대책’ 등의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여 향후 정국의 주도권 다툼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다른 정쟁이 씨앗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도시개발 사업 공공성 강화 방안’에는 공공이 참여한 개발사업에서 민간이 과도한 이익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방안이 대거 담겨 있다. 민주당도 이 후보가 주창한 부동산 대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해 개발이익 환수 관련 입법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라 향후 관련 입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대책의 핵심은 민관 공공사업에서 민간 이윤율에 상한을 두겠다는 것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근거법인 도시개발법은 민간참여를 독려하고 지자체 자율성을 보장하는 취지로 2007년 제정됐다. 비슷한 취지의 법인 택지개발촉진법은 시행령에서 민관 공동사업의 경우 민간사업자 이윤율을 총사업비의 6%로 제한하고 있는데 도시개발법에는 이런 규제가 없다.

화천대유 등 민간사업자가 대장동 사업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초과 이익을 아무런 제재 없이 가져갈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시개발법에 민간 이윤율 상한을 직접 규정하거나 민관이 맺는 출자자 협약에 민간 이윤율 상한을 설정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국회 상임위에 올라온 관련 법 개정안이 민간 이윤율 상한을 6%(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안)나 10%(진성준 민주당 의원안) 등으로 제안한 상황에서 입법기관의 의지가 중요한 만큼 정부가 구체적인 이윤율 상한은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윤율 상한을 넘어서는 초과이익이 발생한 경우 이를 해당 지역의 공공 목적으로 재투자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도 이번 대책에 담겼다.

김흥진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부담률이 도입 당시에는 50%였으나 현재는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며 “부담금 면제·감경 사업도 누적되고 있어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개발사업에 부과되는 개발부담금을 현재 20∼25%에서 더 올리고 부담금 감면 규정을 축소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개발이익환수제 논의는 결국 ‘토지공개념’의 전면적 재도입을 위한 전초전 성격이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낳고 있다. 개발이익환수제가 노태우 정부 당시 토지초과이득세법,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 등과 함께 토지공개념 3법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개발이익환수제를 제외한 두 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판을 받고 사라졌다. 다만 헌재에서도 관련법의 명분을 인정하면서 부실한 조항에 대해 위헌 심판을 내린 점을 감안하면 언제든지 토지공개념 3법을 되살릴 명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野 “가해자가 무슨 개혁이냐”…진상규명 요구 이어질 듯

민주당은 지난 4일 오후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초과이익환수법으로 통칭되는 개발이익환수법 개정안, 도시개발법 개정안에 대한 당론 채택에 나섰다. 민주당은 의총에서 이 2개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 일부 조항을 손 본 뒤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정기국회는 다음달 9일 끝난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당 총의를 모아 본격적으로 논의에 착수할 것”이라면서 “정기국회 내에 초과이익환수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진성준 의원도 TBS 라디오에서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통과시킬 계획”이라면서 “당정협의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했는데 정부도 완전히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의 부동산 투기에 대한 원칙이 확고하다”며 “부동산 불로소득을 반드시 도려내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어 “정책의총에서 불로소득 환수와 관련, 도시개발법과 초과이익환수법 등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며 “민주당은 이 후보와 함께 토건비리 세력과 부패 정치권력이 결탁해 천문학적 소득을 챙기고 국민에 고통을 전가하는 비리 악순환을 반드시 끊겠다”고 덧붙였다.

야권은 일제히 민주당과 이 후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해자가 무슨 개혁이냐” “외세에 나라를 판 사람이 독립운동을 부르짖는 격”이라고 비판하는 등 주로 이 후보의 부동산 개혁 자격 논란에 초점을 맞추고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종 경선을 앞두고 당 차원에서 별다른 대응책을 아직 내놓지는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정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대장동 게이트 물타기’ 성격이 강하다는 시각에서 법안 심사에 나서기보다는 진상규명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회 국토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헌승 의원이 민간 이윤을 사업비의 6%로 제한하자는 강력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여서 관련 논의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결자해지’를 주장하면서 부동산 대개혁을 말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심 후보는 지난 4일 대장동 의혹의 주모자로 꼽히는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가 구속 수감되자 논평을 내고 “이제 대장동 핵심 관계자들이 구속된 만큼 이재명 후보의 직무유기와 배임 의혹 규명을 위한 수사만 남았다”며 “이재명 후보가 떳떳하다면 대장동 특검을 수용하고 결자해지하라”고 촉구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문재인 정권과 지속적으로 선긋기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10년 넘게 지자체장을 지낸 사람이 집값 급등 책임을 모두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