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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이재명 도와주자는 김어준, 공영방송 진행자 자격 있나

TBS 예산삭감 진짜 이유는 ‘편파방송인 김어준’
  • TBS(서울교통방송) 라디오 진행자 김어준 씨.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2일 오전 TBS(서울교통방송) 라디오 진행자 김어준 씨가 자신이 진행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프로그램에 지각한 일이 뉴스거리가 됐다. 다른 아나운서가 20여 분간 대신 진행했지만 방송 게시판에는 “서울시의 압력으로 하차했냐”는 문의가 이어졌다. 마침 바로 전날 서울시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TBS 출연금을 대폭 삭감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뒤늦게 스튜디오에 도착해 남은 라디오 방송을 진행했고 “올해는 더 이상 지각하지 않겠다”고 말해 하차설은 억측인 것으로 판명됐다. 하지만 진행자 개인의 지각으로 이런 소동까지 벌어진 광경은, 대선을 앞두고 방송인 김어준의 거취 문제가 정치적 관심사로 부상돼 있는 상황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이날 김어준의 지각이 하차설로 이어졌던 것은 서울시의 TBS 출연금 대폭 삭감 발표가 있은 바로 다음 날이었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일 서울시의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TBS에 대한 출연금을 123억 원 삭감하기로 했음을 밝혔다. 정치적 편파 방송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TBS를 향한 압박의 칼을 결국 오 시장이 빼든 것으로 해석됐다. 올해 TBS 출연금이 375억 원이었으니 이 정도 예산 삭감은 3분의 1 가량의 대폭 삭감이다.

서울시의회에 출석한 이강택 TBS 대표는 답변에서 “프로그램 존속이 어렵고, 방송편성 자체가 다 무너진다”고 하소연할 정도였다. 1990년 서울시 산하 교통방송본부로 출범했던 TBS는 방송 독립성을 이유로 지난해 2월 별도 재단인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를 만들어 서울시에서 독립했다. 하지만 여전히 수입의 70% 이상을 서울시 출연금에 의존해온 상태였기에 이만한 규모의 예산 삭감은 TBS에게 심각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오 시장이 밝힌 삭감 이유는 ‘독립’이었다. 그는 “독립언론, 독립방송은 권리·권한뿐 아니라 그에 따른 의무와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면서 “TBS가 독립된 언론의 힘으로 정부나 서울시 정책에 대해 가감 없는 비판을 하려면 재정 자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출연금 삭감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TBS는 이미 독립을 선언한 지 2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명실 공히 독립을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예산을 책정했다”는 것이 오 시장의 말이었다.

오 시장은 이렇게 원론적인 수준에서 출연금 예산 삭감 배경을 설명했지만, 서울시가 TBS를 향해 예산 삭감이라는 칼을 빼든 진짜 이유가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인 김어준에게 있음은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김어준이 공영방송인 TBS에서 방송 진행을 계속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편에 서는 편파방송을 하는데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계속됐다.

그러던 와중에 최근 김어준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일을 계기로, 그의 방송 하차 여론이 다시 대두된 상황도 영향을 줬을 법하다. 김어준은 지난달 24일 유튜브 채널 ‘딴지 방송국’에 올라온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이재명은 혼자서 여기까지 왔다”며 “돈, 줄, 백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기 실력으로 돌파하는 길을 가는 사람은 어렵고 외롭다”고 찬사를 보냈다.

더 나아가 “그 길로 대선 후보까지 가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그래서 이재명이 우리 사회 플랫폼이 될 자격이 있다”면서 “지금부터 당신들(시청자들)이 좀 도와줘야 한다”고 이재명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쯤 되면 이 후보에 대한 지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현행 ‘선거방송 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21조 3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방송은 특정한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지지를 공표한 자 및 정당의 당원을 선거기간 중 시사정보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출연시켜서는 아니된다.”

여기서 김어준은 ‘특정한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지지를 공표한 자’가 된다. 그가 이재명 지지를 어느 방송에서 공표했는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문제는 아니다. ‘다스뵈이다’를 통해 이재명 지지를 공표한 사실만으로도 그는 TBS 시사정보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맡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서울시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TBS에게는 ‘선거방송 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아니, 그 이전에 공영방송으로서 윤리를 지킬 책임이 따른다. 서울시민 가운데는 민주당 지지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 지지자가 그 이상으로 많고 무당파층도 많다. 그런데도 유독 민주당 편을 드는 편향적 방송을 계속하는 것은 시민의 다양한 요구는 안중에 없는 처사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2022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마침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법정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김어준은 지난해 12월 방송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징계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서울행정법원 결정에 대해 “선출된 권력의 민주적 통제를 중지지켰다”면서 “법조 쿠데타 시도인가”라 비난했다.

이어진 대담에서 출연자는 “엉터리 판사”라고 맞장구를 쳤다. 법원 판결에 대해서조차 ‘법조 쿠데타’라며 부정하는 초법적 발언이 공영방송을 통해 나오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런 일들이 잇따르니 그동안 조심스럽게 지켜봐왔던 서울시도 TBS에 대한 압박에 들어갈 명분을 갖게 된 셈이다.

사실 오세훈 서울시가 김어준과 TBS에 대해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할지 여부는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계속 관심사가 되어왔다. 4.7 선거 당시 김어준은 TBS에서 자신이 진행하는 ‘뉴스공장’ 프로그램을 통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낙선과 박영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올인하는 것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당시 ‘뉴스공장’은 선거 직전 오세훈 후보의 생태탕 집 방문 의혹과 관련한 익명의 출연자들을 인터뷰하는 내용을 장시간에 걸쳐 진행했다. 오 후보가 2005년 6월 내곡동 땅을 측량한 뒤 점심을 먹으러 온 모습을 목격했다는 익명의 생태탕 식당 주인 일가의 인터뷰 내용도 김어준 방송에서 나온 것이었다.

생태탕 집에 갔던 사람이 오세훈이 맞는지도 불확실했고, 서울시장도 아니었던 16년 전에 설혹 측량 현장이나 생태탕 집을 갔던들 도대체 무슨 문제인지 불분명했지만, 마치 엄청난 의혹 사건이라도 생겨난 것처럼 부각시켰다. 문제는 익명의 출연자들 주장에 대한 검증 과정이나 오세훈 측 반론조차 없이 일방적인 주장을 쏟아내는 방송을 선거 막판에 내보냈다는 점이었다.

그런가 하면 오 후보는 출연을 거부하는 사이 박영선 후보는 세 차례나 출연하는 기회를 가졌다. 보통 선거 기간에는 여야 가운데 어느 한쪽이 출연하지 않으면 방송사는 형평성 차원에서 모든 후보의 출연을 함께 취소하지만, 김어준의 방송은 박영선의 출연만은 고수하는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그런 수혜를 입은 박영선은 “TBS가 편향됐다면 청취자가 이 방송을 외면할 것”이라고 야당의 김어준 방송 비판을 반박하며 그를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압권은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뉴스공장’이 없어질 수 있습니다. 역대 최고 청취율 방송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김어준, 그가 없는 아침이 두려우십니까? 이 공포를 이기는 힘은 우리의 투표입니다. 오직 박영선! 박영선입니다.”

김어준이 없는 아침이 두려워 박영선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그의 격정 호소는 아마도 역작용을 초래해 오세훈의 득표를 높이는데 기여했을 것 같았다. 사람들 입에서 ‘박영선 대 오세훈’이 아닌 ‘김어준 대 오세훈’의 대결이라 할 정도로 4.7 보궐선거에서 김어준의 존재감은 두드러졌다.

그렇지 않아도 김어준이 민주당 편을 드는 편파방송을 한다는 비판과 함께 야당 후보들의 퇴출 공약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민주당 선거운동을 방불케 하는 방송은 보란 듯이 계속됐다. TBS는 한술 더 떠서 개표방송 진행까지 김어준에게 맡기는 일까지 있었다. 그때 김어준은 가히 무소불위의 방송권력이었다.

하지만 ‘생태탕 선거’를 만들려던 온갖 시도에도 불구하고 선거는 오 후보의 압승으로 끝났다. 생태탕 네거티브에 올인한 김어준의 노골적 편파방송이 오히려 민심의 역풍을 불러일으키고 심판당했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그러나 오 시장이 들어선 이후에도 그를 향한 김어준의 저격은 계속됐다.

김어준은 지난 7월 9일과 13일 방송을 통해 “서울시가 3~5월보다 역학조사관을 줄였다”, “서울시 전담 역학조사 태스크포스(TF)를 최근에 해체했는데 오 시장 이후에 있었던 일이다. 6월 24일에 해체했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코로나 4차 대유행 책임이 오 시장에 있음을 부각시키려던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김어준의 이 같은 발언은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정정 및 반론보도문 게재 결정을 받았다.

그 내용은 청구인인 서울시가 요구한 내용을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서울시 전담 역학조사 TF가 해체됐다는 내용을 보도했으나 서울시 전담 역학조사 TF라는 조직은 운영된 적이 없고, 오 시장 이후 해체된 사실 또한 없어 바로잡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진행자 김어준이 했던 이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중재위가 판단한 것이다.
  •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강택 TBS 대표이사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시는 TBS에 수백억 원의 출연금을 주는데, TBS는 김어준 방송을 통해 번번이 서울시장을 저격하는 묘한 장면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당선한 오 시장이었지만, 당장 김어준이나 TBS에 대한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당장 서울시의회가 민주당 1당 의회에 가까운 상황에서 관련 조례를 고칠 수도 없으니, 막상 서울시장이 할 수 있는 조치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편성이나 방송 내용에 간섭하는 것은 방송법에 저촉되는 행위다. 아무리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도 오세훈 서울시가 시간을 두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상황이 결국 대선을 앞두고 TBS의 편파 방송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가열되자 출연금 대폭 삭감이라는 우회로를 가는 조치를 취한 셈이다.

그런데 김어준의 퇴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야당 쪽에서만 나왔던 것은 아니다. 민주당 안팎에서도 김어준의 편파방송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5선 중진이자 민주당 선관위원장을 지낸 이상민 의원은 최근 김어준의 이재명 지지 선언에 대해 “민주당에 오히려 염증이나 혐오감만 불러일으킨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그렇게 하려면 당에 들어와서 당직을 맡든지, 책임지는 어떤 것을 하든지 (해야 한다)”, “특정 정파에 이롭다는 말을 하지만 결국 특정 정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을 해서 반갑지 않다”면서 “그런 발언을 안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낙연 전 대표 경선 캠프에 몸담았던 정운현 전 공보단장도 최근 김어준을 향해 “마이크를 내려놓으라”고 일갈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력한 방송인으로 불리는 김어준 씨가 이재명 후보를 공개 지지, 호소한 것은 옳지 않다”며 “정 그리 하고 싶으면 방송을 그만두고 이재명 캠프로 가면 된다”고 비판했다. “이미 친이재명 방송을 해왔고, 향후에도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면 이번 기회에 마이크를 놔야 한다”는 것이 정 전 단장의 지적이었다.

지난 4.7 보궐선거를 겪으면서 민주당 내에서도 김어준과 민주당이 같이 가는 모습이 오히려 역풍을 초래한다는 생각들이 늘어났다. 이런 마당에 김어준의 이재명 지지 선언을 계기로 그의 편파 방송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은 민주당으로서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김어준과 TBS를 둘러싼 우려와 비판을 해소할 해법은 충분히 있다.

현재 서울시의회에서 민주당은 전체 110석 가운데 99석이라는 압도적인 의석수를 과시하고 있다.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민주당이 석권하고 있는 시의회 동의 없이는 TBS에 대한 예산 삭감이나 제재 조치들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번에 발표된 123억 원 출연금 삭감도 시의회 심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반대로 민주당이 마음먹으면 TBS와 김어준을 상대로 정치적 논란을 사라지게 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니 민주당도 남의 일처럼 방관할 일이 아니라, 이 소모적인 김어준 논란에 대한 해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김어준은 물론 많은 팬덤 혹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인기 방송인이다. 그가 아침에 공개방송을 할 때면 이른 새벽부터 와서 줄을 서 있는 팬들이 이어질 정도였다. 김어준을 통해 정치를 알게 됐다며, 그를 따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팬들이 많은들, 국민여론 전체를 이길 수는 없는 일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민주당이 승리하도록 해야 한다는 진영적 사고를 우선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온갖 음모론을 유포하며 정파의 스피커 역할을 해온 김어준에 대해 호의적이기는 어렵다.
실제로 ‘시사저널’이 여론조사기관 시사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월 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어준이 하차해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또한 응답자 3명 가운데 2명은 김 씨 방송이 “편파적”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김 씨의 TBS 하차 여부에 대해 “하차해야 한다”는 응답이 57.4%로 나타났다. 반면 “하차할 필요 없다”는 응답은 38.8%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는 답은 3.9%로 나타났다.(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림1>

또한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편파적으로 진행되고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6.7%가 “편파적”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3분의 2 가량이 김어준 방송이 편파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결과다. 연령대별로 보면 60세 이상에서 73.6%, 20대에서 72.3%로 김 씨의 방송을 편파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30대(70.0%), 50대(65.9%), 40대(60.2%) 순으로 방송의 편파성을 지적해 세대 불문하고 편파적이라고 보는 응답이 주를 이루었다.(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림 2>
사실 김어준과 TBS 문제는 정치 이전에 생각해야 할 상식의 문제다. 시민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특정 정당, 특정 대선후보의 편에 서는 방송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런 방송진행자가 있다면 그만둬야 한다는 것, 서울시 조치 이전에 방송사 스스로 시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이 모두가 상식에 속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그 상식에 눈감은 당사자들에 의해 공영방송이 특정 정파의 스피커 역할을 하는 파행적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TBS에 대한 출연금 삭감이 ‘방송탄압’이라는 반발을 하기 이전에, 어째서 시括?상식을 외면하는 행위가 버젓이 계속되고 있는가를 성찰하는 것 또한 상식일 것이다.

지난 2일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한 이강택 TBS 대표는 김어준의 이재명 지지 입장 표명에 대해 “인간적 연민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는 답변을 했다. 시민을 바보로 여기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다른 사람들에게 “이재명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자신이 진행하는 ‘뉴스공장’을 통해 이재명 후보 편들기 발언을 수없이 해온 것이 지지가 아니라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모습이다.

진즉에 김어준과 TBS, 당사자들이 자정 노력으로 스스로 해결했어야 할 일이다. 그토록 반복되는 정치적, 사회적 논란에 귀를 막고 ‘마이동풍’(馬耳東風) 식 버티기로 일관했던 당사자들의 무책임한 태도가 이 같은 상황을 낳은 것이었다. 이쯤 됐으면 김어준 스스로 하차의 선택을 하든지, TBS가 ‘뉴스공장’을 폐지하고 친여적 정치 성향이 강한 여러 진행자들을 함께 물러나게 하는 개혁의 결단을 내리는 것이 방송인들로서의 기본적인 양식이다.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은 어떤 세력의 전리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번 방송을 차지했다고, 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누가 뭐라 한들 자신들의 소유물로 여기는 모습은 시민들을 욕보이는 태도다. 대단히 늦었지만 이제라도 김어준과 TBS는 정파적 편향 방송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개혁을 단행해 TBS를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옳다.

서울시의회의 의석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도 남의 일처럼 방관할 일이 아니다. 끝내 김어준이 버티더라도 민주당이 선거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면 서울시의회의 민주당 의원들이 관련 조례라도 고쳐 TBS를 개혁하는 것이 옳다. 민주당이 마음먹으면 TBS와 김어준 문제도 소모적인 갈등 없이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사실 김어준도, 민주당도, 끝내 민심을 거부하고 버틴다고 해서 민주당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4.7 선거 결과는 이제 김어준의 음모론 시대도 막을 내렸음을 보여줬다. 김어준은 민주당이 이기도록 마지막까지 별의별 애를 다 썼지만, 그럴수록 불공정한 반칙 행위에 성난 민심은 더욱 심판 의지를 키웠던 것이다. 민주당도 더 이상 김어준이라는 스피커에 의존해서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민주당은 이미 김어준들과 한 묶음으로 인식되고 있으니 그 피해는 민주당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김어준에게 기대어 선거를 치르는 집권여당의 모습을 봐야 했던 시민의 마음이 얼마나 참담했던가를 민주당은 알지 못했다. 그러니 김어준 방송이 계속되도록 하는 것은 민주당으로서도 정치적 자해 행위가 될 것이다. 민주당도 이제는 김어준과 한 묶음이 되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일인지, 불리한 일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가 됐다.

김어준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진영의 정치를 상징하는 인물이 되어 왔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그는 음모론의 대가다. 세월호 고의 침몰설로부터 대선 부정 개표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음모론을 제기했지만 막상 사실로 확인된 것은 별로 없다. 그런 그가 수많은 팬덤의 환호 속에서 공영방송의 진행자를 계속하고, 집권여당의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 그의 방송에 줄줄이 출연하는 광경은 지성주의가 몰락한 이 시대의 처연한 풍경이다.

아직도 김어준에 기대어 정치를 하려는 정치인들이 많은 현실은 합리적 이성보다는 진영의 신념을 우선하는 우리 정치의 퇴행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제 김어준이 선거판을 쥐락펴락하던 시절은 지나갔다. 많은 시민은 진즉에 그것을 알려줬건만,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남아 있을 뿐이다. 공영방송 TBS를 민주당의 품에서 시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할 때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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