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견고한 문 대통령 지지율이 오히려 부담
윤석열, 부인 김건희씨 등판 논란이 리스크 작용

[주간한국 김동선 기자] 거대 양당의 선거대책위원회가 진용을 갖추면서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됐다. 양당이 중도 외연 확장에 주력하는 가운데 특히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2030 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지율 만회를 위해 연일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현 정부와의 선긋기가 자칫 '집토끼'를 놓칠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매머드급 선대위를 발족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측은 부인 김건희씨의 등판 시기를 두고 고심이 깊다. 선거운동이 본격화할수록 후보 자신 뿐 아니라 배우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각종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건희씨가 공개활동을 시작할 때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1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2021-12-10(주간한국)

이재명, 지지율 만회 위한 '차별화' 전략 나섰지만…

이재명 후보는 최근 현 정부와의 차별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조국 사태'에 대한 공개 사과에서부터 시작된 이 움직임은 최근 부동산 문제 등 문재인 정부와의 정책적 차별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9일 정당혁신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도 당의 변화와 자성을 촉구했다. 이 후보는 "국민들이 느끼기에 많은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당면 과제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처리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국민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인정 않을 수 없다"며 "깊이 성찰하고 반성한다. 부족한 점을 매꿔 새 출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정책들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7일 무주택 청년들과의 '주택청약 사각지대 간담회'에서 "수요를 통제하면 적정한 물량이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비정상적 집값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봤던 것인데 시장은 다르게 반응했다"며 "주택정책 기본 방향을 공급을 충분히 늘리는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같은날 서울대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서는 "다른 나라 은행들은 코로나 시기에 영업이익률이 줄었는데 한국의 은행들은 확 늘었다"며 "결국 정부 정책의 잘못이다. 공공적 기능을 늘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원전도 국민 여론에 맞춰 재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이 후보의 차별화 전략은 외연 확장을 통한 지지율 만회를 위한 포석이라 볼 수 있다. 임기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후반에서 40% 초반대에서 견고한 상황이지만 정작 이 후보 자신의 지지율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와 관련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조 의원은 지난 7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정말 이례적으로 높다”며 “솔직이 정밀 굉장히 고민스러운 지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청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최근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견고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 때문에 대놓고 비판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의미로 읽힌다. 무리한 차별화를 시도하다가 오히려 문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자들로부터 반감이나 반대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권심판론 여론이 높은 것도 이 후보로서는 부담이다. 최근 윤 후보와의 격차를 줄이며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기대하던 확실한 '골든 크로스'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현 정부와의 차별화 행보는 이 후보에게 불가피한 선택인 측면이 있다. '경제 대통령'을 선언한 이 후보는 연일 경제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중소기업이 강한 경제'로 탈바꿈하기 위한 중소·벤처기업 7대 공약을 발표하며 2027년까지 벤처기업 투자 예산을 10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차별화 전략에 대한 고민도 여전하다. 이 후보는 "(현 정부와) 달라지려고 하면 ‘뒤통수 때리는 게 아닐까’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하는 정서가 (여권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선대위 관계자들은 이 후보의 차별화 전략에 대해 현 정부와의 '선명한 선긋기'로 보려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선대위 공동상황실장인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같은 듯 다른 듯한 모양새가 있다"며 "이재명 후보의 국정 방향도 문재인 정부의 방향과 완전히 다를 수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 정무실장을 맡고 있는 윤건영 의원도 지난 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부·여당은 정부·여당의 길이 있고 청와대는 청와대의 길이 있다"며 "각자의 길을 가면 된다"고 분석했다. 윤 의원은 이어 "부동산 정책만 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공급정책이 적시에 못됐다는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고 이재명 후보도 마찬가지"라며 "부동산 정책이 규제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공급도 필요하다는 큰 틀에서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재명=표멜레온”…지원금과 보유세 발언 번복 겨냥

이 후보의 차별화 전략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지난 8일 BBS라디오에 "현 정부와의 차별화가 이재명 후보에게 맞는 길인지는 좀 의문이 든다"며 "왜냐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여론조사상 훨씬 우위가 있지 않나. 대장동 사태가 문재인 대통령이 하신 게 아니잖나"고 지적했다. 이 후보의 지지율 침체의 원인은 후보 본인에게 있다는 책임론을 꺼내든 것이다.

차별화 전략이 자칫 기존 발언이나 공약 번복으로 비춰질 수 있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국민의 반대하면 안 한다"고 했지만 지난 7일에는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국토보유세를 철회한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 후보는 "정치인은 자기 주장이 있어야 한다"면서 "국민의 뜻을 넘어서는 건 독재이자 폭압"이라고 했다. 국토보유세와 재난지원금에 대해 국민의 동의를 얻는 전제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태도 변화는 야당에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관련 원일희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 소위 기본 시리즈에 이어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국토보유세 신설까지, 순간순간 표가 된다 하면 '한다' 말하고, 표 안 되다 싶으면 '안 한다' 뒤집으면 그만"이라며 "주변 색에 따라 순간순간 몸통 색깔을 바꾸는 동물 카멜레온이 왔다가 울고 갈 변신이니, '이재명=표멜레온'이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내외. (사진=연합뉴스)
베일속 김건희 등판 '극적 타이밍'은 언제?...윤석열의 고민

대선 레이스가 달아오르면서 윤석열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의 공개 활동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연일 김씨의 '등판'을 요구하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9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부인은 외교·국가적으로도 국민적 상징, 대표성을 갖는다"며 "당당하게 국민들한테 검증받고, 모습을 드러내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고민정 의원도 전날 "대한민국의 영부인으로서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 느낀다면 숨어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윤 후보의 반응은 아직 뜨뜻미지근하다. 윤 후보는 지난 6일 선대위 출범식 행사를 마친 뒤, 부인의 공개 활동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집에 가서 처에게 한번 물어보겠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윤 후보는 이튿날인 7일에도 "(부인 김씨가) 적절한 시점에 국민들 앞에 나와 활동하지 않겠나"라며 "어제 좀 늦게 들어가 자세히 이야기를 못 나누고 잤다"고 말했다.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도 지난 6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윤 후보가 정치에 나섰을 때 (부인 김씨가) 굉장히 반대하는 입장이었다"며 "커튼 뒤에서 내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가 이 후보의 일정에 동행하는 등 전면에 나서는 것과는 달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거운동을 도울 것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돼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김혜경씨는 낙상사고로 비롯된 악성 루머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외부 활동을 하면서 남편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3일 방송된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서는 김혜경씨가 이 후보의 연락을 받고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 또 민주당 선대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김혜경씨가 출연한 인터뷰 영상이 유튜브에서 해당 코너 역대 최다인 108만4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건희씨의 등판 여부는 국민적 관심사이지만 그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활동이 오히려 윤 후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부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남는다.

그렇지만 김건희씨가 끝까지 베일에 가려 있을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어 윤 후보에게도 악재가 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시점에 '등판'할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극적인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정치권에서는 늦어도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내년 2월에는 김건희씨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태섭 선대위 전략기획실장은 지난 9일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을 뽑는 것이지 대통령 부인을 뽑는 것은 아닌데, 늘상 관행적으로 대선 주자의 배우자가 해야 되는 역할이 있다"며 "통상적인 예에 따라서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지난 8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무슨 김건희씨가 연예인도 아닌데, 왜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기본적으로 선거 캠페인은 후보가 하는 것이고, 국민들이 후보를 보고 찍지 부인을 보고 찍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권 총장은 "아마 조금 자신감이 생기면 대중들에게 자기를 선보이리라 보고 있다"며 "적절한 시기에, 후보 투표전략에 도움이 되는 시기에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준석 당 대표는 지난 9일 채널A 인터뷰에서 김건희씨와 관련 "상대 당에서 만들려는 이미지보다 훨씬 더 대중적으로 호감도가 있을 수 있는 인물"이라며 "막상 등판했을 때 어떤 리스크가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데 저는 그런 우려는 크게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애써 김건희 관심 축소…의혹 보도에 “가짜뉴스” 강력 대응

다만, 국민의힘은 김건희씨를 둘러싼 의혹과 가짜뉴스에는 강력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9일 과거 김건희씨를 유흥주점에서 소개받았다는 인물의 인터뷰 방송을 한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와 이를 공개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는 1997년 5월경 강남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에서 '쥴리'라는 예명을 쓰는 김건희씨를 소개받아 동석했다고 주장한 안해욱 전 초등태권도협회장 인터뷰를 방송했다. 이 내용을 오마이뉴스가 다음날 보도했으며, 추 전 장관은 이를 자신의 SNS에 올려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우리가 국모(國母)를 선거하는 건 아니잖나"며 논란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교수는 지난 8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대통령(이 될) 당사자가 하자가 있으면 큰 문제지만, 그게 아니라면 일단 두고 볼 일"이라며 "결국 일 잘할 대통령, 법치주의를 잘 유지할 대통령을 뽑으면 되는데, 왜 그렇게 그분들 배우자들을 가지고 논란인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선대위 합류과정에서 본인과 조동연 교수 등에 대한 검증과 논란을 함께 언급하며 "왜 이렇게 이 사회가 여성들에 대해 가혹한가, 왜 우리의 사생활만 그렇게 관심이 있나, 그게 너무 안타깝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인 전용기 의원은 "국민이 ‘후보 부인’에게 관심을 두는 것은 연예인이 아니라 국내외적으로 막중한 위상을 가진 ‘영부인 후보’이기 때문"이라며 "영부인 후보 검증은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그 당이 말하는 법치주의에서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동선 기자



김동선 기자 matthe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