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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이재명의 ‘우클릭’ 변신은 무죄인가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차 국가인재 영입발표에서 정예람 인천만수고 3학년 학생과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이다 이재명’의 우향우 행보, 중도층 지지 겨냥한 행보
 
아무런 설명 없는 갑작스러운 변신은 신뢰 문제 낳을 수 있어
 
“모든 정치인은 공과(功過)가 공존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전두환이 3저 호황을 잘 활용해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다.” 지난 1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했던 말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10월 19일 부산을 방문했을 때 이런 발언을 해서 여론의 큰 반발을 산 적이 있었다. “우리가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이제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 그거는 호남 분들도 그런 얘기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그 왜 그러느냐, 맡긴 거예요. 이 분은 군에 있으면서 조직 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광주를 비롯한 사방에서 ‘전두환 옹호’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 때 이 후보는 광주에 내려가 전두환 비석까지 밟으며 이렇게 가세했었다. “윤석열 후보 발언이 사실 특별히 놀랍지는 않다. 전두환이라는 이름이 갖는 엄혹함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살인강도도 살인강도 했다는 사실만 빼면 좋은 사람일 수 있다. 전두환 씨는 내란범죄 수괴고 집단학살범이다.”

그랬던 이 후보가, 전두환도 경제는 잘했다는 말을 기자들 앞에서 한 것이다. 이 후보 지지자들은 이재명의 발언은 윤석열의 발언과는 다르다고 강변한다. 윤석열의 발언은 전두환이 정치를 잘했다고 했으니 잘못이었지만, 이재명은 경제를 잘했다고 했으니 할 수 있는 말이었다는 것이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은 윤 후보의 ‘전두환 발언’과는 결이 다르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는 말까지 했다. 그러나 전두환 공과를 논하며 공도 있었다는 점을 말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발언은 본질적으로 같은 맥락의 것이었다. 할 수 있는 발언이든, 해서는 안 될 발언이든 이재명과 윤석열의 발언에 대한 잣대가 두 달도 되지 않아 전혀 달라질 이유는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발언을 향한 비판들에 대해 이재명은 이렇게 답했다. “최근 나오는 논의들을 보면 너무 진영 논리에 빠져 있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경향이 있다.” 진심이든, 생각이 바뀐 것이든, 아니면 선거전략 때문이든, 말을 바꾼 후보의 모습치고는 너무도 당당하게 비쳐진다. 굳이 전두환의 비석까지 밟아가며 그의 성과를 말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했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이재명의 전두환 발언은 최근 이어지는 우향우 행보의 스텝이 꼬여버린 장면이었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의 우클릭은 근래 들어 정치, 정책의 분야를 넘나들면서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다.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전국민재난지원금 같은 대표 정책들을 국민이 반대하면 안 하겠다고 물러섰다. 이제까지 조국 옹호의 입장에서 급선회해 조국 사태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 한동훈 검사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오른쪽)이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완강하게 고수했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유예를 적극 주장하고 나서기도 했다. 모두가 중도층 표를 의식한 우향우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두환 발언도 나온 것이고, “우리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가 논란이 되자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고 해 말바꾸기 논란을 낳기도 한다.

사실 이재명 후보의 우클릭은 본선 경쟁력을 내다봤다면 진즉에 자연스럽게 진행했어야 할 일이었다.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 다급해지니까 하루아침에 말을 뒤집듯이 해치울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정치공학적인 측면에서 평가하자면, 민주당 후보 선출과 함께 시간을 두고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할 일인데, 이제 와서 달라진 말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모습이 돼버렸다.

그의 후보수락 연설을 돌아보면 ‘아’와 ‘피아’를 가르는 대결적 의식이 도드라지게 보였다. “이번 대선은, 부패 기득권과의 최후대첩입니다. 민생개혁세력과 구태기득권 카르텔의 대결입니다”, “적폐를 일소하겠습니다”, “불로소득을 완전히 뿌리 뽑겠습니다”, “당선 즉시 강력한 ‘부동산 대개혁’으로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없애겠습니다” 등이다.

이런 언어들로 이어진 그의 연설은 5년 전 촛불 시민혁명 때 분위기를 연상시켰다. 지난 5년간 크게 달라진 정치환경과 적폐청산론에 대한 국민적 피로증을 고려하지 않은 내용들로 일관했다. 물론 대장동 의혹의 한복판에서도 당원과 지지자들의 흔들림 없는 지지로 후보에 선출된 만큼, 다시 한 번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메시지는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본선에 올라간 정식 후보로서는 사실 이해가 되지 않는 기조의 내용이었다. 본선 승부는 자기 진영 지지자들이 결집한다고 해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결국 중도층 지지를 얻는 확장성을 가져야 가능함을 역대 대선 결과들은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누구든 자기 진영 지지들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고, 거기에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은 중도층 지지를 더 많이 얻는 사람이 최종 승자가 되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그런 마당에 중도층의 불안한 시선을 낳을 수 있는 적폐, 일소하겠다, 환수하겠다, 뿌리 뽑겠다는 말들을 쏟아낸 것은 전략적으로도 현명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동안 이재명 후보의 집권에 대해서는 불안해하거나 일종의 공포심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이는 단지 보수층 혹은 부자들에게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중도층의 주축을 이루는 중산층에게서도 많이 나타난 현상이었다. 지지자들은 이재명의 ‘사이다 정치’에 열광했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보수층과 중도층들은 그의 집권을 겁내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권세력이 국회의석의 3분의 2에 가까운데, 여기에 이재명식 밀어붙이기 통치가 결합된다면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이 걷잡을 수 없는 단계로 들어가지 않을까. 이재명이 정권을 잡게 되면 급진적이고 과격한 정책의 밀어붙이기로 자신들의 생활 기반에 불이익이 닥치거나 편가르기의 분열이 심화될 것에 대한 우려가 만만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재명을 가리켜 ‘매운맛 문재인’이라는 말이 온라인상에 등장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렇다면 이 후보는 본선에 올라간 시점부터는 국민들 일각의 그 같은 ‘포비아’(공포증)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경주했어야 했는데, 그 시점을 놓쳤던 것이다. 결국은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히고 윤석열 후보에 대한 열세의 판세가 뒤집히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자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중도확장성을 얻기 위한 우클릭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이 후보로서는 어차피 지지와 반대가 결정돼 있는 보수-진보층이 아니라, 중도층에서 지지를 더 얻어야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3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자 대결에서 윤 후보가 44.0%, 이 후보가 37.5%를 기록해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6.5% 포인트로 나타난다.[그림1]

그런데 지지 응답자를 이념 성향별로 나눠 봤을 때 중도층에서 윤 후보가 47.3%인데 비해 이 후보는 33.1%로 나타나, 전체 지지율 격차보다 훨씬 큰 14.2% 격차를 보였다. 보수층은 물론이지만 중도층에서도 이 후보가 열세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는 결과다.

쿠키뉴스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월 11일부터 13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의 경우는 두 후보 지지율이 접전을 벌이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다자대결 조사에서 이 후보는 40.6%, 윤 후보는 41.8%를 기록해 오차범위 내 초접전 양상으로 나타났다.[그림2]
이 경우에도 중도층에서의 지지율은 전체 지지율 격차보다 벌어진다. 중도성향 응답자 가운데 이재명 37.1%, 윤석열 40.9%로 나타나 격차는 오차범위 내이지만 여기서도 이 후보가 중도층 공략에 고전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가 중도확장성을 얻기 위해 기존 급진적 이미지를 지우려고 우클릭을 하는 것은 선거전략상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 그런데 문제는 다급한 상황 앞에서 마치 무엇에 쫓기듯이 하루아침에 180도 달라진 얘기들이 이어지니까 그 진성이 의심받는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는 점이다.

최근 이 후보가 사람들에게 많이 안겨주고 있는 것은 갑작스러운 변신에 따른 당혹감 혹은 당황스러움이다. 물론 정치인이나 대선 후보도 상황이 변하면 생각과 판단, 그리고 정책도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지켜보는 국민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어제 했던 말과 180도 달라진 말을 오늘 하면서 아무런 고민이나 곤혹스러움의 흔적조차 없이, 너무도 태연하고 당연한 듯이 말을 하면 듣는 사람들이 ‘이게 뭐지?’ 하는 당혹감에 빠지게 된다.

이 후보가 자신의 입장을 바꾸더라도, 어째서 자신의 생각이 그렇게 달라지게 됐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이 따라야 국민들이 진도를 쫓아가며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이 후보가 강력히 제안하고 있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합부동산세 완화 같은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들만 해도 그렇다. 그런 것들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그토록 고수해온 상징적인 부동산 정책들이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그것을 뒤바꾼다면 적어도 그에 대한 성찰적 설명은 필요했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으려던 정책이 결국 매물 잠김만 낳고 실패한데 대한 반성과 사과의 얘기를 먼저 하는 것이 집권여당인 민주당 대선 후보의 책임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과정 없이 덜컥 정반대로 바뀐 정책들을 내놓으니 믿어야 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 후보의 갑작스러운 변신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에서조차 진도를 쫓아가지 못하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앞서 예시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대해 이 후보가 전격적으로 유예 필요성을 말하며 구체적인 방안까지 내놓자 당내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당 정책기조의 급변을 의미하는 그 같은 내용이 선대위에서 제대로 논의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후보 입에서 나온데 따른 혼란이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당내 강경파들 사이에서는 반발 조짐마저 읽혀진다. 당장 선대위 공동상황실장을 한때 맡기도 했던 진성준 의원은 “그것은 후보의 구상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이 후보 제안을 비판하기도 했다. 다주택자들에게 ‘버티면 이긴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부동산 강경파들의 반대, 그리고 정부의 반대가 있기에 최종적인 결론이 어떻게 날지, 그냥 대선 공약 수준으로 내놓을지 아니면 12월 국회에서 속전속결로 처리할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 후보가 부동산 정책을 비롯해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 등에 있어 갑작스러운 우클릭 행보를 보임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는 지나친 말 바꾸기가 자칫 신뢰 저하라는 결과를 낳을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원을 위해 등판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물론 공식적으로는 이 후보의 말을 이해한다며 전략적 차원에서 엄호하는 것이 민주당 입장일 수밖에 없겠지만, 그 이면에서는 내부에서의 논의나 소통 없이 혼자 오른쪽으로 달려가는 이 후보에 대한 불안한 시선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 승리를 위해 후보 빼고는 다 바꿀 수 있다는 것이 당초 이재명 선대위 얘기였지만, 지지층조차 설득이 되지 않는 바뀜 현상은 무척 불안정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진영의 대표적 인사인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이 후보에 대한 지원을 위해 등판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4월 정치평론 은퇴를 선언했던 유시민은 1년 7개월여 만에 방송에 출연해 “작은 오류는 있었을지 모르나 정치적 생존을 위태롭게 할 만큼의 하자는 없었던 사람”이라며 이 후보를 위한 본격적인 지원활동을 시작했다.

유시민은 이 후보의 4차례 범죄 전과를 ‘흠’이라 말하면서 “우리나라 발전도상국 시절에는 독재·부패·인권유린의 역사가 많았지만 이것은 흠이 아니라 상처”라고 옹호했다. 자신이 2017년 이 후보에 대해 “감정조절에 하자 있다”고 표현한 것을 두고는 “이제 5년 전과는 다르다고 느꼈다. 판단을 뒤집어도 될 만큼의 모습들이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 전 이사장이 정치평론 은퇴를 선언했을 때 결국 다시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던 사람들이 이미 있었지만, 그의 등장은 이재명 후보에게 친문층 결집이 그만큼 절박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뒤이어 이해찬 전 대표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모든 우리 진영 사람들이 전면적으로 나서야 될 시간이 왔다”며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적극 독려하고 나섰다. 최근 이 후보에 불리한 여론조사 판세에 대해 “지금은 거의 붙었다고 봐야한다”며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을 노린 희망 섞인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유시민에 이어 친문 진영의 좌장격인 이 전 대표의 지원으로 적어도 상층부에 있어서는 이재명과 친문의 결합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유시민-이해찬’의 등장은 아직 민주당 안팎의 친문 지지층이 결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해, 다 함께 이재명 지지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진영의 궐기를 촉구한 것이다. 사실 이 후보에 대한 친문층들의 불신이 아직도 남아 있고, 특히 최근 들어 그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 행보를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두 사람의 이 같은 호소는 이 후보에게는 무척 반가운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두 사람의 등장이 본선의 승부를 가르는 중도층 표심에 어떤 방향으로 작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유시민과 이해찬 모두 한 시절 우리 정치를 쥐락펴락했던 인물들이었지만 이제는 예전 같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유시민은 조국 사태 전개 과정에서 줄곧 조국 전 장관 부부를 옹호하는 말들을 쏟아내다가 많은 무리수를 뒀다. 정경심 교수의 PC반출을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보존’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조 전 장관 부부가 아들의 미국 대학 온라인 시험을 대신 풀었다는 혐의에 대해 “이건 아들이 접속해서 본 오픈북 시험”이라고 감싸다가 궤변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급기야 “검찰이 노무현 재단의 은행 계좌를 열람했다”는 주장을 했다가 한동훈 검사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조국 사태 과정에서 있었던 무리한 조국 편들기 영향으로 유시민에 대한 중도층의 신뢰는 많이 무너진 상태다. 더구나 정치평론 은퇴 선언이 별다른 설명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번복되는 광경도 부담으로 자리하고 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1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마찬가지로 이 전 대표의 경우도 진영의 지지층에게는 영향을 주지만, 정작 중도층의 시선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는 지난 4.7 재보궐 선거 당시 그가 몇몇 방송 등을 통해 민주당에 유리한 판세를 전망하며 지지층 결집을 독려했지만 아무런 효과를 낳지 못했던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내년의 대선 환경에서 유시민-이해찬의 지원군 역할은 이제까지의 친문 정치에 식상해 있는 중도층에게는 오히려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는 방식일지 모른다. 유시민과 이해찬의 지원은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하는 역할에 한정될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중도확장성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런데 전두환에 대한 발언이 달라지고 부동산 정책이 달라져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네거티브에 매달리는 민주당 선거방식이다. 이미 민주당은 지난 4.7 재보선을 통해 네거티브에 올인하다가 오히려 더 큰 심판을 자초한 대가를 톡톡히 치른 바 있다.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열세를 뒤집기 위해 민주당과 지지자들은 ‘생태탕 선거’에 올인했다.

16년 전 생태탕집에 왔던 사람이 오세훈 시장이었고 그가 신었던 신발까지 기억해내는 놀라운 기억력의 주장을 앞장세우며 판세의 변화를 시도했지만, 오히려 그같이 과도한 네거티브는 역풍을 초래해 완패의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 교훈을 벌써 잊었는지, 민주당은 다시 네거티브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어느 정당이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어느 정도의 네거티브 캠페인을 구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래도 집권 여당인데 야당 후보도 아닌 배우자에 대한 공격에 과도하게 매달리는 모습은 정상적으로 비쳐지지 않는다. 최근 들어 민주당은 윤 후보 부인인 김건희 씨에 대한 대대적인 의혹 공세를 펼치는데 주력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허위 경력 의혹에서부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참전한 ‘쥴리’ 공세에 이르기까지 여권 정치인들이 나서서 김건희 씨에 대한 대대적인 융단폭격을 하고 있다. 물론 대선 후보의 배우자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검증은 필요하다. 최소한 어떤 사람이고 심각한 문제는 없는 사람인지에 대해 국민들이 알아야 할 권리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 있었던 허위 경력 제출 의혹에 대해서는 김건희 씨가 정확한 사실을 확인해 밝히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사과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었다. 아무리 오래 전의 일이고 공인의 위치가 아니었다 해도, 대선 후보 배우자가 보여야 할 모습은 그것이 맞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은 수사나 재판의 결과를 지켜보면 될 일이고, 논문 표절 의혹은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그에 합당한 조치가 따르면 될 일이다.

하지만 대선은 어디까지나 후보들이 치르는 선거이지, 배우자들이 출마한 것은 아니다. 선거에서 배우자 역할이 어떠해야 한다는 교과서식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대선 후보의 배우자가 출마라도 한 듯이 그를 향해 집중적인 공세를 벌이는 광경은 상대 측의 약한 고리를 찾아 네거티브에 집중하는 모양으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한 네거티브로 판세를 뒤바꿀 수 없음은 익히 경험했던 일이다.

이 후보의 변신은 대선에서 이기기 위한 선택일 것이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도 야당의 대선 후보 시절, 중도층 지지를 얻기 위해 ‘뉴 DJ플랜’을 만들어 실행하기도 했다. 다만 그 과정은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혼란이 아니라 공감이 가능하도록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할 일이다. 대선에 나선 후보라면 자신의 변신에도 그만한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용’이라는 꼬리표가 달리게 되니 그 효과가 어찌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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