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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객원기자 칼럼] ‘퍼주기’ 포퓰리즘 절제해야…최후의 보루는 ‘재정’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여야 대선 주자와 정치권은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 퍼주기와 선심성 공약만 남발할 뿐 이렇다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대선 국면이 무르익으면서 양 진영 모두로부터 선거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인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50조원의 지원을 꺼내 들자,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100조원으로 규모를 늘리면서 판돈을 키웠다. 그러자 질세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당장 국회 임시총회를 열어 100조원 추가경정예산을 처리하자고 나섰다.

하나의 철로 위에 기관차가 마주보며 달리는 형국인데 흥미진진하면서도 과연 저것이 준비돼 있는 제안인지, 아니면 일단 지르고 보자는 선거 전략에 불과한지 궁금해진다. 우리나라의 내년도 예산이 607조원인데, 100조원이라면 6분의 1이나 되는 엄청난 금액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예산으로 처리하자고 하고, 김 위원장은 기금을 마련해 재원을 조달하자고 하니 더욱 의구심이 올라온다. 물론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대책이 부족하다는 점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지난해 1차 추경부터 올해 2차 추경까지 총 추경 규모는 1168조원에 이르지만 이 중 소상공인 몫은 24조원에 불과했다.

더구나 올해 3분기 소상공인 손실보상 규모는 2조4000억원에 불과하다. 80만개 업체가 혜택을 보게 되지만, 업체당 평균지원금액은 300만원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제외되는 업종이 수두룩하다. 전체적으로는 직접 지원보다 저리 대출에 치우친 모양새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약이 감당 가능한 것인지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연히 처음으로 떠오르는 것은 재정에 대한 우려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엄청난 규모로 늘어났다.

내년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는다고 해도 국가부채는 1064조원에 이르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과 비교할 때 404조원이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36%에서 50%로 늘어나게 된다.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 본예산에서 정부 총수입은 553조원으로 총지출 607조원에 비해 한참 모자란다. 부족한 54조원은 국채를 발행해 메워야 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100조원을 추가로 마련하자면 그만큼 국채를 더 찍어야 하는데, 과연 뒷감당이 가능할지 걱정된다.

우선 갚아야 할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만 해도 엄청난 금액에 이를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1~2030 중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이자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8.2%다. 2030년이 되면 이자로만 매년 36조원을 갚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것도 100조원의 추경이 없다고 가정할 때 그렇다는 말이다.

재정을 방탕하게 운용했다가 궁지에 몰린 나라로는 일본을 첫손으로 꼽는다. 그 나라가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1980년대까지는 국가부채가 GDP 대비 50~70% 수준을 유지했다. 우리나라보다는 높지만 준수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버블붕괴에 대한 대응을 주로 재정으로 하다 보니, 국가부채가 가파르게 올라갔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중앙과 지방을 합친 국가의 장기부채는 1991년 278조엔(GDP 대비 60%)에서 꾸준히 늘어 올해 말에는 1200조엔(GDP 대비 260%)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일단 국가부채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그 기세를 막기 어렵다. 그것을 억제하는 순간 경기후퇴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정부는 항상 선거에 의해 심판을 받아왔고, 그것을 아는 정치인들은 증세를 망설이며 편리한 국채발행에 의존해 문제를 봉합했다.

일본 정부가 개혁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1995~1996년의 경기호황을 틈타 1997년 금융 시스템 개혁에 나섰다. 은행이 떠안고 있던 적자부채를 털고 통폐합을 통해 금융기관을 날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려고 한 것이다.

소비세율과 연금·의료 보험료를 인상하고 특별감세 및 추경의 억제를 통해 재정건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뒤를 따르는 것은 은행과 증권회사의 파산이요, GDP의 감소였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재정적자의 축소시도는 중단됐다.

일본 사례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비 증가, 대기업의 해외진출에 따른 국내 산업의 공동화와 일자리 감소 등 비슷한 점이 하나둘이 아니다. 마치 우리나라에게 다가올 미래를 보여주는 듯하다. 어쩌면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도 닮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 몸서리가 처질 지경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본이 갖지 않았던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가계부채다. 올해 3분기 기준 금융기관의 대출과 카드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은 1844조원에 이르는데, 2분기에 비해서도 36조원 늘었다. 정부의 대출억제에도 불구하고 증가 추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러한 증가추세는 16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부채의 상당부분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문제는 금리가 올라가면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물가상승인데, 이것은 우리나라보다 미국이 더 심각하다. 미국의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9.6% 상승했고, 같은 달 소비자물가지수도 전년 대비 6.8% 올라 기록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인데, 이 경우 우리나라도 그에 발맞춰 금리를 따라 올리게 될 것이다.

지금은 주식·코인·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에 취해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자산 가격의 하락폭이 얼마나 될지, 그 기간이 얼마나 지속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러한 시기가 온다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게 되면 자산시장에 자금을 공급해주던 은행이 위기에 몰릴 것이며, 부득이 국가가 이들의 구제에 나설 수밖에 없다. 금융 시스템 붕괴는 국가경제 전체의 마비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1998년 외환위기와 2011년 저축은행 부도사태를 통해 엄청난 공적 자금이 들어갈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가계 부채가 은행 부채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국가 부채로 연결되는 것은 수없이 많은 금융위기에서 되풀이돼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니까 최후의 보루는 결국 정부 재정이라는 뜻이다. 재정이 약하면 정작 필요할 때 써 먹을 수 없다. 이러한 위기가 없다고 하더라도 사회보장비의 증가추세는 재정이라는 둑을 더 튼튼하게 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재난지원금이나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같은 비상대응책에 재정을 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 수준은 재정 규모에 맞춰야 하며, 가급적 국채발행보다는 증세에 의존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근본적이며 지속가능한 대응책이다. 포퓰리즘이 난무하는 이 어지러운 시국에 국민들은 이 사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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