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초보의 리더십 도마 위에…그 와중에 잇단 ‘설화’ 자초

[주간한국 김동선 기자] 국민의힘 내부 분열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선후보와 선거대책위원회가 총체적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이준석 대표가 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직을 포함해 선대위 모든 직책을 내려놓으면서 당 대표가 대선을 거부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발생한 것인데 후폭풍이 거세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되었던 조수진 공보단장도 사퇴하고 김은혜 의원이 신임 공보단장으로 교체됐지만 이 대표의 선대위 복귀는 요원한 상황이다.

대선을 불과 70여일 앞두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할 제1야당이 '삼분지란'을 넘어 '사분오열'하는 모양새라는 평가도 나온다. 내외부에서는 김종인 체제의 선대위와 김한길 새시대준비위 그룹, 그리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과거 이른바 '파리떼' 그룹으로 지목한 윤석열 대선 후보 측근간 저마다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논란이 재발하면서 수면 위로 급부상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총괄상황본부를 중심으로 선대위 체제를 재정비하고 갈등 봉합에 나선 가운데 향후 사태를 어떻게 돌파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회동한 뒤 호텔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사상초유 당대표 없는 대선전…윤석열 리더십과 결별한 이준석

이 대표의 선대위 사퇴는 지난 20일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발화했다. 이날 선대위 공보단장인 조수진 의원은 "’윤핵관’발 보도를 정리하라"는 이 대표의 지시에 "난 후보 지시만 듣는다"며 맞받았다. 이에 이 대표는 책상을 '쾅' 치며 회의장을 나갔다. 이후 조 의원은 곧 사과를 했지만 당일 저녁 조 의원이 보수 유튜버의 이 대표 비방영상을 일부 기자에 보내면서 사태가 커졌고 다음날 이 대표는 선대위의 모든 직책을 사퇴하는 강수를 뒀다.

이후 이 대표는 선대위 복귀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선대위에는 대전략도 없다. 이제는 어젠다 세팅을 하고 (선거운동을) 기획하는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기존에 주장했던 세대포위론도 밀어붙일 생각이 없다"며 "선대위가 개편되더라도 다시 들어갈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도 "정치인이 한번 선언을 했으면 그걸로 끝나는 거지 번복한다는 게 쉽지가 않다"며 이 대표의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을 중심으로 선대위 조직이 효율적으로 움직일 것을 주문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정당의 최대 이벤트인 대선을 당 대표 없이 치르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홍준표 의원이 "밖에서 보면 우리당 선대위는 세 갈래로 갈라져 있다. 김종인 총괄위원장 그룹, 김한길 새시대위원회 그룹, 그리고 속칭 파리떼 그룹"이라고 직격한 발언이 현실화한 것이다. 홍 의원의 언급은 선대위를 구성하는 후보와 지도부, 실무자, 의원들이 철학과 이해관계가 다른데다 이를 조율하는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선대위 회의에서의 언쟁으로 내홍이 표면화됐지만 애초 매머드급 선대위 태동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윤 후보는 "백 가지 중 아흔아홉 가지가 달라도 정권교체의 뜻 하나만 같다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선대위 내외부의 서로 다른 목소리가 교차하면서 메시지 관리가 전혀 안 되는 문제를 안고 있었던 셈이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이준석 대표와 만나지 못하고 밖으로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조 의원은 이 대표와 갈등을 사과하기 위해 당 대표실에서 기다렸으나 만나지 못했다.(사진=연합뉴스)
후보-선대위 '불통' 논란은 현재진행중...‘시각차’ 여전

실제 이 대표도 선대위 사퇴를 결심한 이유로 이 점을 꼽았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메시지와 행보가 일정하게 다 동시에 맞아떨어져야 강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후보의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인데…"라고 답답해하며 윤 후보의 공약 제시나 현안 의견 개진에서 선대위와의 조율이 없었음을 시사했다. 임태희 본부장도 24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윤 후보의 '청와대 제2부속실 폐지' 공약과 관련해 "사전에 선대위와 협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주 갑작스러운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영입도 ‘불통’의 대표적 사례다. 신 부위원장은 영입되기 직전까지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로 있으면서 페미니즘과 탈원전 등 국민의힘의 철학과 정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신 부위원장의 영입은 김한길 위원장의 러브콜로 성사됐지만 영입 과정에서 이 대표도 몰랐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젠더 이슈나 이런 것들은 대표 전략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느냐가 중요한데 20대 남성들이 예를 들어 이준석을 좋아한다 그러면 우리는 20대 여성만 잡아오면 되니까 신지예 씨 데려와볼까 이런 것"이라며 "이런 게 프랑켄슈타인 선대위"라고 꼬집었다.

현안에 대한 윤 후보와 김 위원장간의 미묘한 시각차도 여전하다. 윤 후보는 20일 김 위원장의 네거티브 중단 제안에 대해 "바람직한 얘기지만 한국 정치사에서 그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라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윤 후보는 김 위원장의 내각제 개헌 주장에 대해서도 "김종인 박사의 권력구조에 대한 본인의 오래된 생각이 아니신가 생각한다"고 평가절하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준석-장제원의 난타전…논란의 중심 '윤핵관' 실체는?

이 대표는 선대위 사퇴 선언 이후 연일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윤핵관'을 공개 지적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선대위 조직도에 없는 사람이라서 문제"라며 "(그 사람은) 부산을 벗어나면 안 된다"며 윤 후보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을 윤핵관 중 한 명으로 공개 지목했다.

이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전혀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장제원 의원이 저도 모르는 얘기를 내놓기 시작한다. 굉장히 정보력이 좋거나 아니면 핵심 관계자임을 선언한 것"이라며 "선대위 내에 아무도 모르는 내용들을 그렇게 했다는 건 무슨 정치장교인가"라고 몰아세웠다.

이에 장 의원은 "모욕적 인신공격에 대해 왜 할 말이 없겠는가. 그러나 대선을 70여일 앞둔 엄중한 시기에 당이 진흙탕 싸움에만 빠져있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릴 수는 없다"며 무대응 기조를 보였다. 장 의원은 또 "감정적인 인신공격에 대해서 대응하면 진흙탕 싸움 밖에 안 된다"며 "윤핵관의 실체가 무엇인가? 익명의 뒤에서 비판한다? 제가 익명의 뒤에서 비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장 의원은 지난 21일 이 대표와 조 의원의 갈등을 '난투극'이라고 지적하며 두 사람을 싸잡아 비난했었다. 장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당 대표의 옹졸한 자기정치가 선대위를 얼마나 이기적으로 만들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했고 조 의원에 대해서는 "공보단장이라는 분이 어디서 함부로 후보의 뜻을 팔고 다니느냐"며 비판한 바 있다.

윤핵관과 관련해 김 위원장과 윤 후보는 상반된 시각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선대위 회의에서 "후보와 개인적으로 가까우니까 내 나름대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이 있는 것 같다"며 "자기 기능을 초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윤핵관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에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반면 윤 후보는 윤핵관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윤 후보는 이날 호남 일정 중에 "장제원 의원은 선대위에서 사실상 '국민캠프'부터 상황실장을 그만 두고 아예 출근도 하지 않고 주변에 아예 같이, 그야말로 중앙선대위에서 일하는 사람도 없고 그런 입장인데 무슨 윤핵관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여성기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무너진 신뢰...이준석 "尹과 연락할 이유없다"

이번 사태의 불씨는 선대위 공식 발족을 앞두고 이미 키우고 있었다. 선대위 구성을 둘러싸고 윤 후보와 신경전을 벌였던 이 대표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연락을 끊고 지방을 돌며 잠행을 했었다. 국민의힘 내홍은 이 대표가 지난 3일 윤 후보와의 이른바 '울산 회동'으로 극적으로 봉합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돌이켜보면 당시의 갈등 상황이 표피만 정리되고 앙금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 지난 22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윤 후보가 (울산회동에서) 익살스럽게 '이준석이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안하겠다'고 한 건 전결권을 어느 정도 보장하겠다고 한 것인데 이제 개선·정리됐구나 했는데 한 번 시험대에 오르니 작동을 안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선대위 사퇴 전후로 윤 후보와 직접 소통도 없었다고 밝혔다. 대신 이번 사태의 트리거가 됐던 조 최고위원과의 갈등에 대해 윤 후보가 '민주주의'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굉장히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조 최고위원과의 갈등 상황이 제대로 전달됐다면 이게 민주주의 영역에서 평가받을 것은 아닐텐데,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10초 정도 고민했다"고 말했다.

후보와 당 대표, 두 사람간의 신뢰도도 그만큼 약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 대표는 "윤 후보가 김 위원장에게 전권을 제대로 실어줬다면 (김 위원장이) 당장 선대위를 해체했을 것"이라며 "윤 후보가 김 위원장에게 전권을 드린다는 언론보도를 안 믿었다. 김 위원장도 안 믿기 때문에 해체는 불가능하다고 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이 대표는 앞으로도 "윤 후보와 연락할 이유가 없다"고 못 박았다. 사실상 윤 후보 선대위와의 완전한 결별을 선언한 셈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전남 순천 에코그라드 호텔에서 열린 전남선대위 출범식에서 공동총괄선대위원장들과 대선 승리를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진중권 “후보, 측근, 대표까지 낙선운동 하는 듯” 일갈

당 내부의 내홍 와중에도 윤 후보의 말실수가 계속돼 도마에 올랐다. 윤 후보는 호남을 방문해서 "극빈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22일 전북대 학생과의 타운홀 미팅), "민주당에는 들어갈 수가 없어서 부득이 국민의힘을 선택했다", "80년대 민주화운동은 어디 외국에서 수입해온 그런 이념에 사로잡혀서 민주화운동을 한 분들"(23일 전남선대위 발대식)이라고 발언해 또 한번 논란을 자초했다.

잇따른 말실수, 영입인사 검증 논란과 함께 당내 갈등이 겹치면서 대선 정국에서 구심점이 되어야 할 윤 후보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당장 당내에서도 윤 후보를 향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5선 중진인 서병수 의원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파리떼, 하이에나 같은 '윤핵관' 소굴을 정리하지 않으면 당 대표처럼 뛰쳐나갈 자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며 지적했다.

여당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윤 후보의 리더십을 저격하고 나섰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후보에게서 도대체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복잡하고 다양한 국민을 하나로 묶어서 이끌어 갈 리더십을 발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몰아세웠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골든크로스가 이뤄지는 듯 후보와 측근, 대표까지 오직 한 마음 낙선을 목표로 뛰는 모양새"라며 "초현실주의적인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바라봤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선 "자중지란을 통해 이런 위기가 왔지만 내부 통제와 지도력이 없는 후보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어 "과거 선거들처럼 이번 선거도 여당이 잘못하면 야당이 승리하고 야당이 잘못하면 여당이 승리하는 선거가 될 것은 자명하다"며 "현재 야당이 선거 캠페인에서 잘한다고 느끼는 국민이 없다. 지금 상황은 선거 패배의 실루엣이 보일 정도의 위기"라고 말했다.

김동선 기자



김동선 기자 matthe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