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소득세, 종부세 완화 및 공시지가 현실화 등 사실상 ‘감세’

[주간한국 김동선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일 부동산 정책의 유연성을 주창하면서 정부 정책과 엇박자를 연출하고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와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 공시지가 현실화 속도 조절 등 정부 부동산 정책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사실상 '감세'로 해석되는 이재명표 부동산 정책에 힘을 보태고 있지만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도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 후보의 이런 행보는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꾀하면서 정권심판론의 기저에 깔린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고 중산층 표심을 끌어오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후보가 자신의 부동산 핵심 공약이었던 국토보유세에 유보 입장으로 선회한 데 이어 잇따라 '부동산 역주행'에 나서는 것은 일회성 표퓰리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그동안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라는 이 후보 자신의 부동산 철학과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말바꾸기'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 후보의 부동산 행보를 '매표'에 비유하면서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양도세 환원과 취득세 인하 등 부동산 세제 공약을 내놓으며 맞불을 놓고 있다. 여야 유력 후보 모두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는 결이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대선 이후 부동산 시장은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전환 직능본부 출범식에서 홍기용 대한민국족구협회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유니폼과 운동화를 신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부동산 유연성 강조...文정부와 선긋기 본격화

이 후보는 최근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본인의 입장을 여러 곳에서 쏟아내고 있다. '보유세 동결'과 '양도세 중과 유예'로 집약된다. 이 후보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임대사업자 세 부담 완화'에 대해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의 감세 정책인 셈이다.

이 후보는 이달 들어 부동산 정책들을 언급하면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와 종부세 핀셋 조정을 공론화했다. 이 후보는 "1년 정도로 한시적으로만 유예를 하는데, 1년을 그냥 하지 말고 6개월 안에 처분을 완료하면 중과 부분을 완전히 면제해주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21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면) 정부 정책에 신뢰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 후보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2일 제3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로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사안은 시장 안정, 정책 일관, 형평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세제 변경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총리까지 나서는 등 정부의 반대 입장이 분명하자 이 후보는 "현 정부 입장에서는 원칙이 훼손된다, 일관성에 금이 간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한다"면서도 "굳이 서로 동의가 안 되면 선거 끝난 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현 시점에서 당장 시행이 힘들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집권후 정책 기조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이재명표 부동산'에 당정 협의 거치며 힘보태는 與

이 후보는 공시지가 현실화 조치 속도 조절 카드도 꺼냈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은 재산세,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 복지 수급 탈락 등 국민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집값 폭등으로 인한 부담을 온전히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어려움에 처한 민생경제를 고려해 공시가격 관련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불을 지폈다.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에 따르면 올해 70.2%인 시세 대비 공동주택 공시가는 2030년까지 90% 수준으로 높아진다. 재산세와 건강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가 지난해 집값 폭등으로 크게 올라 국민 부담이 있는 만큼 현실화(인상)에 속도를 조절하자는 것이 이 후보의 주장이다.

이 후보의 제안에 당정은 지난 20일 공시지가 현실화 로드맵은 예정대로 추진하되 내년도 재산세와 건강보험료 산정시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고, 1가구 1주택 고령자의 종부세 납부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는 공시지가 제도 전면적 개편 추진 방침을 공개 천명하며 이 후보에게 힘을 보탰다.

송 대표는 "국민의 세금은 국회 입법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인데,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행정조치로 국민의 부담이 가중되는 현실은 조정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도 "공시가격은 조세와 복지 수급의 기준이 되는 만큼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민주당은 1세대 1주택 실수요자의 부담 완화를 위해 세부담 상한율이라든가 공정시장가액 비율 등의 조정 가능한 모든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줄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 이벤트홀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의 주제로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野 "문재인표 부동산 뒤집기...땜질처방" 맹비난

이 후보의 부동산 '좌표' 변화에 야당은 '땜질식 표퓰리즘'이라며 일제히 비난했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 21일 "혹시 '내년 3월 9일만 넘기고 보자'는 심산 아닌가. 대선에서 불리한 것 같으니 일단 동결한다고 했다가 선거 끝나고 다시 걷겠다는 것이니 '매표 동결'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도 "최근 이 후보는 현 정부의 정책 자체를 부정하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며 "특히 세제와 관련해 재산세제에 대한 근본적이 인식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지금의 이재명 후보는 한마디로 문재인표 부동산 정책을 통째로 뒤집겠다는 것"이라며 "시행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정부 정책을 차기 대선 후보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기둥뿌리째 흔들어도 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야당이 이렇게 비판을 쏟아내는 것은 이 후보의 최근 주장이 과거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최근 보유세 완화를 언급하기 전까지 공시지가 제도 강화, 다주택자 보유세 중과 등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자유로운 거래를 허용하되 필연적으로 발생 증가하는 불로소득을 부동산세(취득·소유·양도세)로 최대한 환수해야 한다"(지난해 7월 페이스북)는 게 대표적이다.

이 후보는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토지를 통해 얻는 불로소득을 조세로 환수하는 '국토보유세' 신설을 공약했지만 지난달에는 "국민이 반대하면 하지 않겠다"며 유보 입장으로 선회한 바 있다.

한편 이 후보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윤 후보측도 부동산 세제 완화 공약을 내놓았다. 윤 후보 측은 지난 23일 공시지가를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고 종부세와 재산세의 통합을 추진하는 내용의 부동산 세제 공약을 발표했다.

김동선 기자



김동선 기자 matthew@hankooki.com